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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혀버린 대장

이제 제발 그만 멈춰줘

전부터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본원에 대장스텐트시술을 의뢰했었다.


10일에 소화기내과와 혈액종양내과

같은 날 외래가 잡혀있어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해 병원으로 갔다.


첫 진료는 소화기내과

교수님이 스텐트시술을 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거라 하셨지만

변을 못 봐서 매일매일 복통에 시달리는 것보단

시술이라도 해보겠다고 했고

급하게 당일입원 다음날 시술일로 잡아주셨다.

혈액종양내과에서도 우선적으로

입원 후 다시 진료를 보는 걸로 날짜를 미루게 되었다.


10월 11일 스텐트시술 날

전 날부터 시작된 금식

그리고 시술은 오후로 잡혀있었는데

교수님이 오전시술로 빠르게 해주셨고

원래는 스텐트시술 후 굳어있는 변이

잘 나오지 않아 변을 다 빼고 정상적인 변을

본 후에 퇴원이 가능하지만 나는

스텐트를 넣자마자 변이 쏟아져 나왔고

시술 후 몽롱한 상태로 병실에 올라갔다

간호사선생님이 자리로 옮겨주시려는 찰나에

"선생님 배가 너무 아파요.. 변이 나올 거 같아요..

화장실 가고 싶어요.. 배 아파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리곤 화장실에서 몸 안에 남아있는 변을

다 쏟아내고 있는 찰나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환자분 괜찮으세요? 문여실수 있겠어요?

지금 1시간 동안 화장실에 계셨어요.."

깜짝 놀랐다.

수면마취가 덜 깬 상태로 화장실을 와서인지

시간개념이 없어져서 그만큼 오래 있었는지도 몰랐던 거다.

계속 문을 열어달라는 간호사님 말에 문을 열고

난 변기통에 앉아서 끙끙거리며 아프다는 말만 했다.

30분 후 조금 정신이 돌아오고

온몸에 힘이 빠진 채로 그대로 기절했다.


몇 시간 뒤 교수님이 오셔서

장이 막히기 일보직전이어서 스텐트시술을

하길 잘했고 지금처럼 계속 변을 보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후로 10~20분 간격으로 변을 쏟아내고

금식으로 링거를 맞고 복통으로 진통제를 맞아도

복통은 사라지지 않고 나올게 더 이상 없어도

물변만 계속 보니 입원 내내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날 교수님에게 퇴원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너무 아프고 힘들고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2박 3일 스텐트시술 입원은 끝이 났다.



입원기간 내내 힘들었기에 집에 돌아와

잠을 자고 싶었고 편하게 쉬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쉽게 흘러가는 법은 없지

집에 와서도 10~20분마다 나오는 변으로

하루에 속옷과 바지를 7장씩 버리고

거실바닥에 실수를 하고 화장실 바닥에 실수를 하며

탈수증세까지 와서 온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온몸이 차가워져 전기장판을 틀어도 너무 추웠다.

시술 후 4일이 지난 시점에서 몸무게는 5kg이나

빠져버렸고 4일 내내 물조차 먹지 못했고

무언가 섭취를 하면 할수록 화장실 횟수가 늘어났다.

41~42kg를 왔다 갔다 하는 몸으로

버티기엔 지금 상황은 너무 힘들다.


결국 15일 날 엄마와 함께 비틀거리는 몸으로

병원을 찾았고 급하게 잡은 진료였지만

교수님이 외래를 잡아주셨다.

결과는 스텐트시술은 잘 되었지만

전부터 계속 먹었던 변비약과 방광염으로

항생제와 진통제 등으로 이미 헐어버린 장,

스텐트시술 한 위치가 변을 응고시키는 위치여서

지금 그 기능을 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장운동촉진제, 지사제, 변을 응고시켜 주는 약을

처방받고 약을 먹었다. 화장실 가는 시간 텀이

2~3시간으로 길어져 숙면을 취하진 못하지만

몇 시간이라도 잘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나의 상태는 최악

온몸에 몸살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해

계속해서 빠지는 체중

계속 오는 변의감으로 정말 미쳐버릴 거 같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체력이 있을 때 가능한 일.

지금은 눈을 뜨는 게 무섭다.

그냥 계속 잠들어있고 싶고

아프기 싫다.


버텨야지 이겨내야지 살아야지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괜찮아 곧 지나갈 거야..

하루에 수십 번씩 되새기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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