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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미 Jan 12. 2016

This is London!

코번트가든의 광대가 외쳤다.

그 날은 런던 여행의 두 번째 날이었다. 동행과 소호 근처에서 신나게 아이쇼핑을 하고 헤어져, 혼자 대영박물관을 보고 튜브를 타러 코번트가든 쪽을 지나가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코번트가든에서 한 광대가 공연을 하고 있었고,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호기심이 생겼다.


광대는 입담이 좋았다. 키가 자그마한 흑인 남성이었는데, 자신이 위험천만한 묘기를 보여줄 건데 너무 무섭다면서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자신을 도와줄 조수가 필요하다며 관객으로 앉아있던 금발 소년을 지목했고, 일을 잘하면 10파운드를 주겠노라 약속했다.


광대는 연륜이 있었다. 처음에는 소년에게 자신이 춤을 추는 동안 배경음악을 트는 단순한 일을 시키다가, 점점 관객들 앞에 나서게 했다.  수줍어하던 소년을 이끌어 함께 모자를 바꿔치기하는 단순한 묘기를 선보이면서도 박수갈채를 받아냈다.



광대는 약속대로 소년에게 10파운드를 주었다. 소년은 뛸 듯이 좋아하며 돈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조수 일을 하다 주머니에서 돈이 빠질까 봐 불안했는지 돈을 꺼내 작은 테이블 위에 두며 관객들에게 자기 돈이니 가져가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때, 광대가 외쳤다.


"Hey! This is London!"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관객들이 박장대소했다.





광대가 외친 "This is London!"은 도둑을 조심하라는 의미였겠지만, 나에게는 각성의 의미로 다가왔다. 광대가 조심하라고 했을 정도로 런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광대도, 소년도, 관객도 런던 사람이었듯이, 런던에서 하루만 돌아다녀봐도 다양한 인종의 런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영화 '킹스맨'처럼 섹시한 영국 발음을 가진 영국인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실제로 나는 웰링턴 아치에서 표를 팔던 직원을 통해 런던에서 영국 발음을 처음 들었다.)그러니까 영국은, 미국만큼이나 다양한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나라였던 것이다.



내가 런던에 머물렀던 주말에는 유럽 최대의 거리축제라는 노팅힐 카니발이 열렸다. 노팅힐 카니발은 영국 런던의 노팅힐 지역에 주로 거주하던 아프로-카리브(Afro-Caribbean) 이민자들이 1964년에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처음 시작한 거리 축제다. 이 곳에서는 이민자들(혹은 그 2세,3세들)이 자신들의 고향 음식을 팔고,  이곳저곳에서 클럽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며,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거리 퍼레이드를 펼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를 함께 즐긴다.


시끌벅적하고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 자유로움 만큼은 부러웠달까. 이제 막 유럽여행을 시작하는 나에게 "앞으로 네가 볼 세상은 이런 곳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 이곳은 런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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