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28살, 실패 직전의 헬스장 점장입니다.(1)

by 범트


지금 내 인생은 실패 직전이다.


빚으로 연 헬스장이 어느덧 넉 달째,

텅 빈 계좌 때문인지 내 안의 열정도 무너지고 있다.


지친다.

확실히 지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버티고 있다.

정신승리라도 하면서.


나는 고등학생 때 공부를 꽤 잘했다.

그리고 담배를 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 딱 걸렸다.

다 흩어지지 않은 담배 연기 사이로

선생님이 나의 이름을 부르셨다.


"내일 부모님께 연락드릴 거야.

오늘 밤에 네가 먼저 연락드려."


이건 사형선고다.

정확히는,

곧 ‘아버지께 두들겨 맞는다.’라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다 컸다고 말은 하지만,

힘으로는 아버지를 못 이긴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는,

나에게 그 힘을 쓰는 걸 크게 주저하지 않는 분이셨다.


그날 밤이 되도록 기숙사 침대 위에서 벌벌 떨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으니 카톡 한 줄 쓰는 데는 10분이 걸렸다.


몇 시간을 그렇게 버벅거리다

아버지께 장문의 메세지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버지의 답장은 짧았다.

"알아서 할 테니, 공부나 열심히 해."


살았다.


그리고 참 웃기게도,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그래서 공부나 열심히 했다.

그 바로 중간고사,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선생님들은 나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나를 '쟤 뭐야'라는 부러움 섞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내 인생이 '주인공'이라 느껴진 건.


문제아지만 전교 1등.

엉망이지만 중심에 있는 사람.


그 타이틀이 달콤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의 삶도 참 애석하다랄까?

꿈같던 그 순간은 내 인생에

딱 한 번뿐이었다.


나는 이내 둘 중 하나만 붙잡을 수 있었고,

당연하게도 더 쉬웠던 쪽인 문제아 쪽만 붙잡았다.


성적은 무너졌지만 자존심은 남았다.

그래서 나는 '좋은 대학'을 포기하지 못했다.

좋은 대학을 가야 그래야 내가 다시 주인공이니까.


체대를 선택한 것도,

운동이 좋아서가 아니라

성적에 실기 좀 더하면 좋은 데 갈 수 있다고 들어서였다.


목표는 없었다.

그저 '좋은 대학 가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문제아가 운동은 제대로 했겠냐고.


처음 가보는 지역, 처음 들어보는 학교.

혼자 내려간 낯선 도시.

그래도 4년제니까.

재수보단 낫겠지.


그렇게 아무 의미 없이 4년을 보냈다.


졸업이 다가올 때쯤 남겨진 건

'나는 이제 뭐 해야 하지?'

이 질문 하나


그때 보였던 게 트레이너라는 직업이었다.

그래 사실 만만해 보였다.


근데 그땐 또,

만만하게 보이긴 싫었다.


그래서 다시 공부해 봤다.

국가 자격증, 각종 세미나 수료까지

이왕 하는 거, 쪽팔리면 안 되잖아.


그렇게 나는 트레이너가 됐다.

그리고, 처음부터 잘했다.


회원님들은 나만 믿고 수백만 원을 결제했고

그 안에서 나는 확실히 잘난 사람이었다.


거창한 철학이 있었던 건 아니다.

자부심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그때의 나는

다시 내 인생이 '주인공'이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