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곡 'flipp!ng a coin' Performance Video. 특이한 믹싱을 느껴보세요!
사실 저는 사운드 믹싱에 기민하게 반응할 만큼 훌륭한 귀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RING X RING' 앨범 곡들의 사운드가 특이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어요. 정말 '대놓고' 거슬리는 소리들이 있었거든요. 가늘게 찢어질듯하다가, 물 속인 듯 먹먹했다가, 효과음이 훅 튀어나왔다가... 굳이 묶어 말하자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랄까요? 확실히 듣기 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콘셉트이겠거니 하긴 했네요. 그저 곡의 질감이 독특하다 생각했거든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특이한 믹싱을 콘셉으로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은 가사의 힘도 컸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미지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듯한 수상한 가삿말이 미심쩍은 소리에개연성을 부여합니다.
링바이링 가사 일부(도입부)
특히 'is she dead?'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굉장히 섬뜩한 문장이잖아요. 그 뒤의 'is it blood?'랑 같이 해석되면 더더욱이요.
데뷔곡에서 이런 이미지를? 무튼 이 부분이 도입부에서 곡의 기묘함을 눈치채게 만듭니다. 궁금증을 유발해요.
생소한 질감에 비해 멜로디는 귀에 잘 감겼습니다. 처음 들은 이후, 약 2주일 동안 괴롭게 머리에서 맴돌았어요.글 쓴답시고 또 들었더니 미치겠네요
특히나 'come find the missing / 구해줘 cuz I'm risky '에서 햇빛처럼 부서지는 소리와 '온 힘을 / 다해서 / 울리는 / 마음 소리'에서 고조되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온 힘을 / 다해서 / 울리는 / 마음 소리'의 손을 허리에서부터 머리까지 점점 올리는 안무도 가사, 멜로디와 착붙습니다('RING X RING'의 주 소품인 컬러풀한 장갑이 빛을 발하는 안무예요).좋은 안무는 음악을 더 잘 들리게 하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따로 이야기를 하자면, 빌리는 데뷔 전부터 1MILLION(원밀리언) 스튜디오와의 협력을 통해 퍼포먼스를 만들었다고 홍보를 크게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RING X RING' 안무는 전체적으로 제 취향은아니었어요. 원밀리언과의 협업이 엄청난 감흥이 있지도 않았구요. 왜냐면 국내외 최고의 댄서들에게 시안을 받는 아이돌이 그리 귀한 시대는 아니잖아요. 그것도 그렇고 저는 'RING X RING'을 음원으로 먼저 듣고 좀 더 시원시원한 안무를 기대했습니다. 특히나 눈부신 느낌의 후렴부 안무가 어떨까 엄청나게 궁금한 상태로 퍼포먼스를 봤는데, 상상에 비해 안무 크기가 작은 것도 있었고요. 아이돌은 춤에만 집중할 수 있는 댄서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 데모만큼 디테일을 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테일에서 춤의 맛이 좌우되는 안무보다는 동작이 좀 큰 안무를 선호해요. 수록곡이자 음악방송 커플곡이었던 'flipp!ng a coin'도 'RING X RING'과 같은 이유로 살짝 아쉬웠어요. 무튼 이건 취향!
그래도 할 말이 많은 팀이라... 소개를 해야겠다고 브런치를 킨 날... 그날은 바로
2022년 2월 23일... 빌리의 두 번째 미니앨범 컴백일.
노트북 앞에 앉은 저는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 퍼포먼스 캠을 봐버린 겁니다.
아이거 써야 돼 ㅋㅋㅋ
그 자리에서 쓰던 거 갈아엎고 멤버들 이름을 외우며 직캠 도장깨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느라 글이 늦어졌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츠키 직캠이 이제야 소문을 탔기 때문에)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
데뷔 앨범보다 음악의 실험적인 면을 덜어낸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보다 듣기 좋고 - 보다 보기 좋은 타이틀곡으로 컴백을 했습니다. 쫀득하고 시원한 안무가탱탱볼 같이 통통 튀는 음악과 잘 어울립니다. 데뷔 앨범 퍼포먼스에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아쉬움이 없어져서 너무 기뻤어요(물론 이것도 취향!).
직캠을 열심히 보다 보니 눈동자가 가는 방향, 표정이 변하는 타이밍도 모두 계산해 맞춘 것 같습니다. 잘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츠키만의 특기가 아닙니다. 모든 멤버가 속눈썹 한 올 까지 엉뚱함을 연기하는 것이 이 무대의 포인트입니다. 또한 'RING X RING'보다 멤버들의 개성이 잘 보입니다. 순조롭게 바뀌는 파트 사이사이, 멤버들이 충분히 끼를 뽐냅니다.
문수아의 카리스마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팀 내 정해진 센터나 리더가 없다고는 하지만, 감투 없이도 자연스럽게 팀과 곡의 균형을 잡아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심에 나왔을 때 안정감이 있는 멤버들이 꼭 한 명씩 있죠. 빌리에서그 역할에 해당하는 사람이 문수아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아! 갑자기 유명인사가 된 츠키도 츠키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윤의 재발견이었습니다. 2분 20초쯤 손가락을 사정없이 돌리며 카메라를 유혹하는데 순간 확 집중됩니다. 뮤비에서도, 퍼포먼스 비디오에서도, 직캠에서도요.
진짜 잘하죠? 시윤은 05년생, 한국 나이로 18살입니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섭습니다. 문수아와 함께 메인 래퍼이기도 합니다.
빌리의 새 앨범 타이틀인 에서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 괜히, 진짜 괜~히 불만스러웠던 것은 '특이해'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그런 친구들 아시죠? 나 좀 특이한가? 내가 그렇게 특이한가? 아 나는 내가 별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다들 그러네(모르는 척). 애들이 자꾸 나보고 사차원이래. 내가 그렇게 또라이인가? 아냐 나 완전 평범해!!!(근데 여기서 그치 너 평범하지 하면 손절당할 수도 있음) 아 진짜 아니거든~~~ 자꾸 이상 하대~~~
...
약간 알겠으니까 특이하다고 그만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사실 무대만 봐도 자연스럽게 별나다. 특별하다. 재밌다! 하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자꾸 말로 해주니 괜히 떨떠름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구나... 근데 특이하다는 판단은 내가 하면 안 될까...?)(같은 결로 레드벨벳의 'Psycho' 가사도 취향이 아닙니다. 무튼 이건 개취의 영역 ㅎㅎ)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빌리의 콘셉이 '독특함을 위한 독특함'이 아니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당위 없이 단지 '특이해 보이기 위해' 꾸며진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서요(얼마 전 데뷔한 JYP의 신인 걸그룹 NMIXX의 데뷔 EP에서도 비슷한 감상을 받았습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불필요한 꾸밈과 사족을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개성 있는 팀이라고 느껴집니다. 재료가 좋아서 콘셉을 나이브하게 잡는다면너무 아까울 것 같습니다(종종 ITZY의 기획에서 느끼는 감상입니다. 이러고 보니 JYP의 기획을 싫어하는 사람 같네요? 맞는 말이기도 해서 더 말 안 하겠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말로 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맞죠. 그게 마케팅이기도 하고요. 무튼, 그래도... 너무 단순하게 '특이함' 자체가 콘셉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엉뚱한 소녀를 표현하는 팀은 많습니다. 사실 어쩌면 모든 팀이 그렇죠. 디테일하게 가자고요. 특이하다고 말 안 해줘도 되니까요. 그건 부차적인 감상으로 따라오는 거고. 그래서 콘셉적인 면에서는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보다 생(生)의 길을 잃은 신비로운 소녀들 같은 'RING X RING'이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잠깐 이번 앨범에 눈에 띄게 많이 참여한 작곡가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데뷔 앨범에 비해 음악이 좀 변했는데, 작곡진의 변화도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겁니다.
2번 트랙 'a sign ~ anonymous', 3번 트랙 'overlap (1/1)', 4번 트랙 'M◐◑N palace'에는 모두 작곡가 밍지션이 참여했습니다. 밍지션은 SM 아티스트들의 작업으로 꽤나 유명합니다. 수록곡을 듣고 레드벨벳이 떠올랐다면 나름 타당한 판단입니다. 밍지션의 곡 중 잘 알려진 것으로는 웬디의 'When This Rain Stops', NCT U의 'From Home', 레드벨벳의 'Queendom'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 NCT DREAM의 '내게 말해줘(7 days)'와 레드벨벳의 'Time to love'입니다. 둘 다 타이틀 아니고, 수록곡이에요. 메인의 무게감, 부담감이 덜한 수록곡에서의 밍지션의 산뜻한 선율에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메인디쉬를 잘하는 셰프가 있고, 전채나 후식을 잘하는 셰프도 있는 거죠. SM 엔터의 곡은 아니지만,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공원소녀의 숨겨진 명곡 '공중곡예사 (Wonderboy, the Aerialist)'도 밍지션의 곡입니다(완전 추천!!!).
밍지션은 참 듣기 좋은 탑라인을 씁니다. '듣기 좋은'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가끔은 모든 것을 이기기도 합니다. 음악이 너무 '듣기 좋아서' 다른 모든 것이 용서될 때도, 다 좋지만 '듣기 좋지 않아서' 결국 용서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듣기 좋은 것이란 무엇인가! '맛있다'같은 것이죠. 들으면 다 압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압니다. 뭐 소리의 밸런스가, 코드의 진행이... 설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감'이라고 하는 본능의 영역이 먼저 반응하는 구석이 분명 있습니다. 대체로 따듯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듣기 좋은 밍지션의 곡들을 한 번 쭉 들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멜론 홍보는 아니지만, 요즘에는 작사/작곡진의 참여곡을 모아볼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밍지션'을 검색하면 참여곡이 쭉 뜹니다. 아 맞다 그럴 것 까지도 없고... 유튜브에 '밍지션' 치면 플레이리스트 나옵니다.
사실 처음부터 딱 듣기 좋은 노래는 잘 질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첫 입이 너~무 맛있는 달콤한 케이크가 생각보다 한 조각 이상 먹기 어려울 때가 많은 것처럼요. 소위 말하는 '쉬운' 노래 나름의 그런 리스크가 있는데, 밍지션의 노래는 적어도 제 귀에 오래 살아있습니다. '쉽다'라고 뭉뚱그려 쓰여서 그렇지, 그 '쉬움'을 해체해보면 나오는 평범함/무난함/익숙함/편안함/안정적임/친절함은 다 다른 요소잖아요. 단 맛이라고 다 같은 재료로 낸 단 맛이 아니듯이 쉬운 음악도 다 같지는 않습니다. 한 입도 한조각도, 한 판도 맛있는 케이크? 분명 있습니다.
작품들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구석들이 종종 있긴 합니다. 근데 뭐... 모든 반복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반복은 고유의 스타일이고, 나태한 반복은 자가 복제겠죠.
밍지션은 특히 건반에 강점이 있는 작곡가입니다. 방송이나 라이브에서 종종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밍지션이 정말 멋지게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본 순간, 그 특유의 부드러운 멜로디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되어서 이마를 쳤습니다. 모노트리의 황현이 클래식 전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의 곡에서 느껴졌던 서정적이고 풍부한 정서가 이해되었던 것처럼요. 물론 제 뇌가 뒤늦게 정보 끼워 맞추기를 한 면도 있겠지만, 작곡가가 주로 사용하는 악기와 만드는 멜로디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편안한 멜로디와 화성들은 아마 피아노라는 언어로 생각한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대를 잘한다는 건 뭘까요? 저는 본인이 무대에 완전히 몰입하고, 남도 따라 몰입할 수 있다면 좋은 무대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 무대에 몰입할 수 있고, 뭘 해야 하는지 알아야 남을 몰입시킬 수 있죠.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긴가민가요'는 퍼포먼스가 표정까지 아주 촘촘히 계획되어있습니다. 멤버들이 이번 컴백을 위해 여러 부분에서 표현력을 갈고닦았다고 느껴졌어요. 무대 위의 에티튜드에서 그게 너무 잘 드러납니다. 철저한 계획 덕인지 멤버들이 곡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졌고, 피나는 연습 덕인지 그 해석이 저에게까지 잘 전달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무대를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늘었다는 겁니다. '링바이링'에 비해 '긴가민가요'가 훨씬 좋아요. 뭘 하고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의 애티튜드가 나옵니다. 이게 신인 그룹 보는 맛이 아닐까요? 다음에는 또 얼마나 잘할지 벌써 기대가 되잖아요. 잘하는 그룹들에게 '완성형 신인'이라는 칭찬도 종종 쓰지만 사실 전 신인이 굳이 완성형일 필요가 있나 싶어요. 그럴 수도 없고요. 무대 하나하나를 거치며 쑥쑥 느는 모습을 보는 게, 점점 감상자를 당기는 근력이 강해지는 게 느껴질 때 만의 쾌감이 있습니다. 사실 무대뿐만 아니라 음원에서도 느껴져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뭐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무튼 본업은 무대라는 데에 큰 이견은 없을 겁니다.
낭중지추. 무대를 정말 잘하는 팀은, 언젠가 빛을 봅니다.
요즘 잘하는 아이돌들 많지만, 무대를 입 벌리고 보게 하는 아이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영상으로 봐도, 실제로 봐도요.
(Tmi : 오프라인 무대로 봤을 때 ITZY 류진, TXT 연준 진짜 너무 잘하더라고요)
오히려 팬들의 눈이 높아져서 '진짜 대박 잘하는' 친구들을 더 찾고, 인정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케이팝이 확실히 장르화 되어서 예전처럼 내가 좋아하는 팀의 무대만 보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소문나면 가서 직캠 보고, 노래 듣고, 예능도 좀 보고 그러는 거죠...
그리고 일단 '직캠'이 세분화가 되어서 무대를 과할 만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어요. 전체 직캠, 전체 항공 캠, 개인 세로 직캠, 개인 얼굴 직캠, 짐볼 캠, 여러 가지가 섞여 편집된 직캠... 거시적으로는 대형과 같은 큰 그림과 멤버들 간의 합, 미시적으로는 개개인의 연기와 집중력 등을 보려면 다 볼 수 있습니다.
상향 평준화된 케이팝 씬에서 압도적인 수행력을 가진 아이돌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 다양한 팀을 즐기는 케이팝 팬층이 확산되고 + 무대를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게 된 환경 속에서... 츠키 직캠의 비범함이 알음알음 소문난 것입니다.
무대를 잘해서 바이럴 타기... 가장 기분 좋은 방식의 화제성 몰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되고요.
무튼 화제가 된 츠키의 직캠 하나가 빌리의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또한 신인으로서 다음 앨범을 좀 더 자신감 있게 준비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들을 잡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점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