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일단 나는 장인이 아님
언제부터였을까? 스마트폰 카메라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1200만 화소를 넘나들고 굉장한 인물사진 모드와 접사 능력을 갖추어도, 기묘한 심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도'라는 단어도 모르던 내가, 그저 스마트폰 카메라의 배경 흐림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장만하게 되었다.
카메라의 종류, 미러리스 카메라냐 DSLR이냐, 카메라의 브랜드, 센서 크기, 많은 종류가 있지만, 작년 여름, 아무것도 모르고 Sony의 최신 모델인 ZV-E10을 손에 넣었다. 이렇게 갑자기?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그렇다. 이 글은 사진, 카메라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는 글이 아닌, 아무것도 모르던 인간이 카메라에 입문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글이다. 그러니까 저는 카메라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카메라를 사서 신난 인간일 뿐입니다. 그러니 사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읍시다.
사진 찍으려고 신난 인간의 첫 선택은 소니의 크롭 미러리스 ZV-E10에 번들 렌즈인 SELP1650이었다. 만약에 렌즈에 대해 더 공부를 했다면 번들 렌즈를 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 바디에 관해서만 공부를 했으므로 번들 렌즈가 포함된 모델을 구매하고야 만다.
뒤이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번들 렌즈를 사더라도 카메라 바디와 따로 사는 편이 더 저렴했다. 그리고 번들 렌즈의 화각인 16mm~50mm 중 쓰지 않는 화각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번들 렌즈는 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조차 번들 렌즈를 써보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기 때문에, 번들 렌즈를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카메라를 구매하자마자 신나서 막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평소에 자주 보던 평범한 것들도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사진만 유일하게 16mm(풀프레임 환산 24mm), 가장 넓은 화각으로 찍은 사진이다. 아이폰 13프로의 광각 렌즈(풀프레임 환산 26mm)와 조금 비슷한 화각이다. 이런 광각 쪽은 취향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진 이후로 50mm(환산 75mm)에 맛 들여버렸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온갖 것들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한다.
45mm, 50mm(풀프레임 환산 67.5mm, 75mm)로 찍은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마음에 드는 화각은 망원 쪽이 아닐까?
아참, 여기에 풀프레임 환산 화각을 적고 있긴 하지만, 실은 이때만 해도 ZV-E10 같은 크롭 미러리스에서의 화각은 1.5배를 곱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45mm, 50mm 같은 표준 화각이 취향인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A모드, S모드, P 모드의 차이조차 모르던 내가 환산 화각 같은 걸 알 리가 없었다. 갈 길이 멀었다.
그러나 초보자의 함정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이런 소소한 이야기, 초보자로서 모르는 사실조차 몰랐던 이야기를 브런치에 적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