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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유 Feb 28. 2023

모든 날이 좋았다.


  살고 싶었다.

  

  살아보고 싶어졌다.


  어느덧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좋지 않았던 것이 없었다. 어느 순간도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을 꼭 꼽아야 한다면 고양이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것뿐이다. 그것조차도 그림을 통해 만났으니 여한이 없었다. 많은 곳을 여행한 건 아니지만 여기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곳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 하와이였다. 파리를 여행하며 여기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최고의 여행지로 하와이를 꼽았는데 이제는 최고의 휴양지와 최고의 여행지로 나누어 꼽게 됐다. 그렇게 파리는 최고의 여행지이자 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파리의 아름다운 건물이 나를 사로잡았다. 우아한 예술품이 내 마음을 훔쳤다. 사람들의 다정함에 가슴이 녹아버렸다. 화창한 날의 눈부심과 흐린 날의 분위기가 이 모든 것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토록 좋았던 이유는 아마도 단 하나였을 것이다. 끝을 모르는 심연과도 같았던 휴직이 끝끝내 종말을 맞이한 것 말이다. 곧 끝이 손에 잡힐 것처럼 희망을 품었다가 허상이었음을 깨닫고 좌절하고 절망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괜찮다 괜찮다를 스스로에게 되뇌며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고 타일렀던 순간들, 그래서 정말로 괜찮은 줄만 알았는데 내 몸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었다. 원형 탈모가 오고 나서야 내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도 했다. 하나하나 꺼내 보일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치고 나서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않기로 했을 때 영화처럼 복직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오랜 휴직으로 복직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냥 드디어 하는구나 정도의 소소함이랄까? 파리를 다녀와서 복직을 한 지금 생각해보니 결코 소소하지 않았다. 물론 처음은 소소했을지 몰라도 마른 대지에 봄비가 조금씩 내리다가 온 지면을 촉촉히 적시는 것처럼 그렇게 내 마음도 촉촉해졌다. 촉촉해진 마음밭에 파리를 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낭만이 돋아났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과 멋진 나무가 자라났다.


  죽어있는 땅인줄만 알았던 마음밭이 살아나고 있었다. 어느덧 파리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하여 파리의 모든 순간, 모든 날들이 좋았다.  





  중력을 무시한 마음을 안고


  나의 아름다운 도시에서


  파리피플과

   

  걷기만 해도


  모든 날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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