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준 May 21. 2018

초코파이를 먹지 않는 동기

이상준의 CEO 수필집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나 역시도 군 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한 경험이 아니었다.

먹는 것 자는 것 싸는 것 까지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야 가능한 훈련소 시절은 더욱 그랬다.


그나마 종교활동 시간이 있는 일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은 

유일하게 외부인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 만은 아니다.


훈련병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훈련병의 종교는 초코파이의 통제를 받는다. 


내가 있던 포항 훈련소는

교회 초코파이 4개, 성당 3개,  절 2개였다. 


내가 크리스천이라 이렇게 감사했던 적이 있었던가....


종교 활동은 언제나 교회로의 신청이 넘쳐 났고, 인원이 차면 다음은 성당, 절 순이었다.


군대 교회에서 먹는 초코파이의 맛은 

미슐랭 별 다섯 짜리 요리를 능가한다는 것에 반박하는 예비역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서 받은 초코파이는 예배시간 내에 모두 먹어야 했고

절대 밖으로 반출 못하도록 샅샅이 주머니 검사를 했다. 


예배 시간에 눈물겨운 초코파이를 허겁지겁 먹을 때 

초코파이를 가만히 들고는 먹지 않는 동기가 있었다. 

그 동기는 옆 동기들이 초코파이를 다 먹었을 때 

한 개씩 나눠 주었다. 

나도 하나를 받았다. 


그 동기가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다음 주가 되어도, 또 그다음 주가 되어도 

그 동기는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나눠줬다.


나는 갑자기 궁금했다. 

속이 안 좋은가? 아니면 알레르기라도 있는 건가? 다이어트? 말 못 할 사연?  

별의별 생각을 다했고


내가 그 동기랑 같은 근무가 시간이 되었을 때 왜 초코파이를 먹지 않는지 조용히 물어봤다.


그 동기는 초콜릿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너무나 좋아할 뿐 아니라, 너무나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짝 내 반응을 살피더니, 이내 설명을 해 주었다. 


자기는 지금 신학 공부를 하다가 군대에 왔다고 했다. 

비록 군대의 교회를 다니지만, 자신이 교회를 가는 목적이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초코파이가 될까 봐 그게 너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아!! 

이 얼마나 멋있는가? 신학을 공부하며 예배를 드리는 목적에 대해 고민하고

훗날 목회를 할 때 그 어떤 권력이나 부귀를 위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자신의 의지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니....


바로 본질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모태신앙이었던 내가 절에서 초코파이 다섯 개를 준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참 부끄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에 대한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하는 목적, 일을 하는 목적, 사업을 하는 목적에 대한 본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심코 내준 내 신용카드, 후에 호텔 숙박비 폭탄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