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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3일차

갈대같은 이 마음을 어쩔거나

복직 3일차, 하와이 여행을 다녀온 뒤로 시차적응이 안되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참에 이걸 모닝 루틴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장점은 오전에 자유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고, 단점은 출근  아침 10시면 이미 피곤하다는  ㅎㅎㅎ ​


오전 6 수영도 첫날에는 하고나니 몸과 마음이 개운하고 너무 좋았으나, 이틀차 하고 카페인 과복용을 했더니 (스벅 에스프레소 더블샷 한잔으로 무너지는 허약체질) 컴퓨터 팬이 과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오히려 집중이 안되고 생각도  되지 않았다. 체력이 언제까지 버텨줄  있을지 모르겠다. ​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종종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학교 가기 싫은 마음 때문에 배가 아프다던지 그제가 그랬던  같다. ​


복직하면서 아이에게 좀더 충실하고자 단축근무 8-3 1년간 하기로 했는데, 회사에 막상 가보니 업무량은 많고 나의 욕심도 많고, 3시에 내가 퇴근하고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캐치업은 어떻게 할것인지, 결국 일은 일대로 하고 팀장으로서도 엄마로서도 부적격인 상황을 만드는  아닌지, 단축근무로 줄어드는 월급이  컸는데 (8시간에서 2시간이면 25%이므로, 월급도 25% 줄어듬..정부보조금이 있지만 100%커버가 아님..)  임팩트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등등심란한 마음이었다. ​


그리고 원래 의지대로라면 아이 4 하원부터 회사 모드 스위치는 OFF하고 엄마 모드 ON해서 엄마들도 만나고 아이도 놀려주고 하는  목표였는데, 1) 운동하고 회사가서 일하다 오니 신체적으로 피곤했고, 2) 남은 일이 잔뜩 쌓여있다는  머리에 계속 신경쓰이고, 중요한 미팅이  시간에 진행되고 있는  아니 웬지 온라인으로라도 조인해서 들어야하나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3) 그리고 아이를 대할 때도 엄마들과 대화할때도 사실 어느 정도 신경을 쓰면서 인내심+알맞은 단어를  골라서 사용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노력을 위한 에너지가 별로 남지 않아서 delicate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다. ​


해서 아이가 새로 오신 이모님과  적응한다면 단축근무를 취소하고 그냥 원래대로 일에 집중할까하는 생각을 회사 가자마자 하게되었고, 아이가 듣는 곳에서 남편과, 엄마와 의견을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당시에는  잘못 먹었겠거니 했는데 지나고 나니 딱히 그럴 일이 없었고, 심리적인 원인인가 싶은 생각도 조금 들었다. 아이 듣는 곳에서는 이야기를 가려 해야지… ​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이미 내가 세웠던 원칙이었다. 육아휴직 기간에 느낀 점을 앞으로도 반영하기 위한회사 가서 상황이 달라지고 당장 눈앞의 회사일이 재밌고  몸이 힘들다고 며칠 만에 그간 6개월간 고민해서 세원 원칙을 손바닥뒤집듯 바꾸면 안되는 것이다. 엄마가 너무 팔랑귀에 줏대없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미안하다 딸아…​


회사일을, 내 체력을, 어느 정도 희생하면서 좀더 엄마 역할을 해보기로 한 1년이니, 희생하기로 한 것들은 그냥 놓아주자고 다시 다짐해본다. 회사 모드 스위치 온오프를 냉정하게 칼같이, OFF 후에는 오프 후에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확실히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대신 ON일때에도 그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확실히 할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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