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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chapter of my life

한국 나이 41,  나이 39 하고도 2개월 차의 삶을 살아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의지와 상관없는 운명같은 일들이 있다라는 생각.


회사 생활 16년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내 나름대로 수많은 신점과 사주팔자와 철학원들을 다녀보았고, 별자리 운세까지도 섭렵했지만, 늘 내렸던 결론은 이것이었다. 세상에 귀신이 있건 사주팔자가 있건 별자리가 있건, 결국에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의지라고. 점을 보아도 그때는 혹하지만 결국 지나고 나면 미래를 맞춘 곳은 많지 않았고, 사주팔자와 별자리도 대략의 큰 방향성은 맞을지 몰라도 결국 세세한 디테일은 그 안에서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만, 연어가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것 처럼, head wind가 불어오는 것처럼 좀더 어려운 때와 tail wind가 불어오는 것처럼 좀더 쉬운 때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달랐다. 올해 11월부터 1월까지, 정말 다양한 일들이 나의 work & life에 일어났고, 그 일들을 하나 둘씩 처리해 나가고 대응해 나가면서 느끼게 된 것이, 마치 누군가가 나로 하여금 지금의 결론에 다다를 수 밖에 없도록 설계한 것 같다라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일들이라 자세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그래서 이 모든 일들이 지나가고 나서 결국 지금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남편을 따라 아이를 데리고 미국 주재원을 나간다. 그리고, 회사는 그만둔다.


처음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기업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할때, 내 자기소개서의 골자는 이랬다. 나는 나중에 자서전을 내는 게 목표이고 (자서전을 낼 정도로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ㅎㅎ), 내 삶을 챕터별로 나누어서 서술할 거라고.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패기넘치던 나의 계획은 챕터별로 좀 더 디테일했던것 같다.


최근 모든 일들을 다시 복기해보면서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내 자서전에서 한 챕터가 끝났구나.’라는 생각. 아직 다음 챕터의 방향성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의 의지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다른 외부적인 요인들이 운명처럼 작용한 것이 더 컸기 때문에, 이제 하나씩 준비하면서,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실제로 현실을 맞닥뜨려보면서 방향성도 정하고 내용도 써내려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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