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보고 있다
만족도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별로 사용자 감정을 함께 표현했다.(별로예요-그저 그래요-괜찮아요-좋아요-최고예요) 가만히 보니, 별점 개수에 따라 텍스트 박스 위 타이틀도 달라진다. 1~2점일 때는 '아쉬운 점'을 묻고, 3~5점일 때는 '좋은 점'을 묻는다. 피드백과 의견(리뷰)을 동시에 묻는 맥락이다. 여기에 쓴 의견은 결국 사용자 리뷰로 반영되고, 포인트까지 적립되는 터라 이 화면에 진입한 것 자체로 사용자는 이미 '적극적' 마음 상태다.
별로예요-그저그래요-괜찮아요-좋아요-최고예요라고 사용자가 느꼈을 법한 감정을 예측하고, 워딩으로까지 표현한 데는 어떤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 의도가 질문으로 이어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1점(별로예요)이라면 질문도 '만족도 1점을 주셨네요. 어떤 점이 별로였나요?'라고 상응하듯 묻는 거다. 해당 별점을 눌렀을 때의 사용자 마음을 한 번 더 꾹 짚어준다는 개념으로.
점수별로 뭉뚱그려 뭐가 아쉬웠냐, 뭐가 좋았냐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이 느낌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별점을 그렇게밖에 줄 수 없는 사용자 감정에 좀 더 디테일하게 다가간다면 리뷰를 쓰는 관점도 분명해질 테고.
평점 1~5점까지 커피콩으로 형상화. 1점은 기본으로 매겨져 있다. 1~2점과 3~5점을 등록했을 때의 피드백 팝업을 보면 디자인도 텍스트도 온도 차가 극명하다. 게다가 1~2점일 땐 피드백 팝업에서 별도의 공유 링크가 없다. 실상은 공유 가능한데 마치 1~2점을 주면 '공유할 수 없는 건가?'하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메시지다. 공유하러 가는 길도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동반한다. 팝업을 닫고 > 화면 상단으로 가서 > 공유 버튼을 눌러야 한다. 3~5점을 눌렀을 때보다 2단계 정도 수고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평점과 상관없이 그날의 주제에 따라 떠오르는 지인에게 아티클을 공유하는 나로서는 사실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고 아티클을 공유한다. 그런데 막상 해당 화면을 한눈에 모아놓고 보니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긴다.
아티클 무료 공유를 통해 바이럴을 유도할 목적이라면 평점별로 피드백 메시지가 굳이 다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롱블랙은 바이라인이 익명으로 제공되는데, 아티클 평점에 따라 에디터가 상처받지 않게 하려는(?) 그런 배려라고 들은 적이 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닐 수 있음) 어쨌든, 그렇다면 평점 자체를 매길 이유가 있을까? 개선이 목적이라면 피드백을 받을 필요가 있고 그렇지 않다면 '24시간 동안 무료 공유'를 유도하는 메시지로 바꾸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3~5점일 때 팝업 버튼도 2개로 가져갈 거라면 [확인] 대신에 다른 문구 적용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무난하게 [나중에], [다음에] 같은 마음의 여운을 남기는 메시지를 적용해 볼 수 있다. 게다가 [노트 무료 공유]를 누르면 어차피 팝업은 사라지므로 왼쪽 버튼에 전략적으로 다른 추가 기능을 두지 않을 거라면 주목적인 [노트 무료 공유] 버튼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UX라이팅을 하다가 '새로고침' 문구에 꽂혀서 '새로고침'만 보다 보니 새로운 유형의 '새로고침'이 눈에 띄는 바람에 쓰게 된 글이다. '새로고침'은 일종의 레거시(legacy) 개념의 워딩이라고 생각해서 감히 바꿔볼 생각을 못 했다. 그런데 네이버를 보다 보니 '새로 보기'라는 표현이 꽤 신선했다. 한번 레거시로 굳어진 표현은 새로운 걸 제안하고, 또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거라는데 의미가 동일하게 이어진다면 또 못 할 건 뭔가 싶기도 하다.
아래 두 개 이미지를 보면 새로고침 아이콘은 유지하면서 '새로보기'라는 워딩을 적용했다. 새로보기/새로v보기, 목적어 있고/없고 일관성은 없네. 버튼 크기도 동일한데.. 음.. 뭘까.:-)
당겨서 새로고침 Pull to refresh UI가 적용된 건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음식배달앱이라는 상징성을 살린 문구가 있는 새로고침 기능이라는 점은 새롭다. 사실 안 써도 그만이다. But! 이런 걸 누군가는 보고 좋아한다.(나처럼) 그리고 그 좋음은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주문하려다 말고, 한참 동안 여러 번 땡겨본 사람 입장에서 그렇단 말이다. 당길 때마다 달라지는 문구와 이미지의 시각적 피드백도 재밌다. 아무 생각 없이 뿅뿅이를 터뜨리는 재미처럼 그렇게 한참을 '땡겨서 새로고침' 했다.
https://brunch.co.kr/@shaun/106
인스타그램은 대문자 T 스타일의 새로고침 문구를 선보인다. 데이터 로딩을 '활동을 읽어 들일 수 없다'고 표현한다. 'UX라이팅 이렇게 하지 마세요'에 해당하는 모든 요소가 적용된 표현이다. 말랑말랑하고 감성에 소구하는 콘텐츠를 다루는 앱치고는 시스템 메시지는 꽤 T스럽다. 번역 투라 그런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어쨌든 이렇게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오늘의 교훈.
여기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냥 물티슈라고 쓸지, 아니면 작은 위트 한 마디 더할지. 마이크로카피의 쓸모는 사용성을 더 좋게 할 수도, 그저 그렇게 할 수도, 나쁘게 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누군가는 분명 보고 있다. 전략적으로 신경 써 볼법한 틈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