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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나은 Nov 15. 2024

어려운 육아

균형의 부재

안개가 자욱한 아침.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막내는 아직 자고 있고, 아이 둘은 지금쯤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중일 것이다. 오늘은 학교에서 행사가 있어서 오전에는 킨더가든에 있는 에버렛을 보러, 오후에는 5학년인 쿠퍼를 보러 학교에 다녀올 예정이다. 혼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지만, 두 살배기와 두 번을 오가려면 이것저것 단단히 챙겨야 하는 과정들이 있어서 오늘은 꽤 바쁘게 느껴지는 하루가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 글을 마치고 나면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해야지.



집앞에서 본 무지개

어제는 아이들이 매일같이 함께 노는 앞집 앤드류네 아빠인 마이크가 짝꿍에게 할 말이 있다며 찾아왔다. 앤드류네는 아이들끼리도 친하지만, 어른들끼리도 친구처럼 잘 지내는 인데 마이크와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니, 그에게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 그대로 "아이들 문제",, 이긴 하나, 마음이 심란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아이들과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나보다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것 같지만,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잘잘못을 논하기엔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기는 해도 어떤 것이 적절한 행동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인지에 대한 훈육은 해야 하니까. 훈육의 순간이 올 때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늘 달려온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간은 나에게는 마치 반성의 시간처럼 찾아와서 마음이 가라앉아 버리게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가라앉은 것을 내색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나의 위치인지라 최대한 마음을 늘 잔잔히 흐를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뭐 그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깊다. 이 마음을 이 몸에서 빼버린다면 거적때기만 남은 몸이 나풀나풀 흐트러져 먼지처럼 날아가 버릴 것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정도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런 만큼의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존재들이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하지만 그래서 더 그만큼 깊은 책임감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현명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거든, 아이가 충분히 존중받는다고 느끼기를 바라면서.




맏아들 쿠퍼


열 살과 다섯 살, 두 살인 삼 형제를 키우는 육아 베테랑이 되어있어야 할 법한 지금도, 여전히 육아는 어렵다. 아마도 이 '엄마'라는 직책은 실패는 있을 수 없는 옵션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가장 잘 해내고 싶고,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직책이니까. 내 마음의 균형의 부재가 야기하는 혼란스러움일 것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균형이란 무의미하다.



창밖을 보니 아직도 안개가 자욱하다.

오늘은 이렇게 쭉 이어지려나-

내 마음을 다시 정리하고 다잡고 싶은 이기적인 글을 여기에 담고

오늘을 시작할 준비를 하러 가야지.

안개는 결국 걷히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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