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버트 Jun 18. 2022

홀가분해지다.

먼저 가서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

어제는 아들이

오늘은 딸과 그 친구가

차례대로 출국했다.

아침부터 잠도 못 잔 아이의 하이톤이 우스웠다. 친구까지 끌고 가니 신났겠지. 랩탑 하나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덕분에 아침 일찍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어제와 오늘 차례로 애들을 떨어뜨려 주었다.


남편은 아이들이 신나게 지낼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을 즐기는 듯하니, 잘 된 일이다.

5성급 호텔 스위트룸으로 잡았다고, 제발 일 끝났으면 같이 오라고 말했지만

내 대답은 언제나

“노 땡큐,

덥다, 후덥지근하다.

그러면 내가 못 견딘다.”


아빠 왕따 시키지 말고, 재밌게 지내라고 말해두었으니 아이들은 그렇게  거다.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와 경험은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제

완벽하게 혼자가 된 시간

아무도 돌봐주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내 앞에 며칠 펼쳐져있다.


제습기능을 켜 두고

커피 내린 뒤 책 읽는다.

이 한 권을 일주일은 읽는 것 같다.


몇 개의 일이 기다린다.

일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삶의 모양이 바뀔 것이다.

여러 옵션을 가지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바라는 대로 일이 되지 않아도

대안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그 또한 가슴을 뛰게 하니까.


일정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을

두근거리며 기대하게 된다.


예전, 힘들 때마다,

‘지금 이 고통은 정해진 날이 지나면 끝나 있을 거야’라고 다독이던 때와 사뭇 달라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책 출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