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전의 이야기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면
검게 그을린 아들이 불쌍했는지
아버지가 신용카드를 내어 주시곤 했다.
군인 시절은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상황 인지라
여자 사람 친구들을 만나면
아빠 카드로 마그네틱이 상할 때까지
기분을 내곤 했다.
스타트업에게 투자금이란
자칫 잘못하면 아빠 카드로 기분 내듯
'성장' 보다 '확장'에 힘쓰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함께 달려온 동료들의
임금으로 돌아가는 부분은
인적자원에 대한 합리적 투자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 기업의 비빌 언덕과 같이 아빠 카드가 되어서는 안된다.
가물은 땅에 물대기가 아닌 달리는 기관차의 석탄이 되어야 한다.
투자금은 정말 좋다.
다만 창업의 목적이 투자를 받기 위한 기업보다
명확한 기업정신과 목표가 정립되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그들의 신념을 지키며 그 사업을 끝까지 수행해낼 자신이 있는 기업에게 말이다.
얼마 전 아버지와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는 내게 물으셨다.
돈은 좀 벌리냐? 필요한 거 없어? 어려운 거 있으면 이야기해
나는 무심하게 상추에 고기를 얹어가며 대답했다.
"에이 없어요. 걱정 마세요."
나도 이제 다 컸나 보다.
그렇게 스스로 다 컸다고 여기며
회사를 박차고 나왔었다.
그렇다면 당장은 배고파도
아빠 카드에 의존할 생각을 말아야 하겠다.
애초의 탄생의 목적이 '부'가 아니듯
창업의 목적 또한
'자본'이 아닌 '근본'이 되어야 한다.
너무 배가 고파서
'복'통의논리가 되는 한이 있어도
뿌리가 자라야 한다.
몇 주 전
보통의논리 멤버들과
우리 회사의 최종 목표를 이야기 나눈 적 있다.
이 땅에 어떤 기업으로 남고 싶은지 말이다.
그날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남고 싶지 않다. 남기고 싶다.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