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PM을 위한 프로덕트 매니저 가이드를 읽고서
요즘은 드물지만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PM분들의 글들을 매일 챙겨봤었다. PM을 하기 전에는 PM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였고, PM이 되고 난 뒤에는 먼저 길을 걸어가 본 선배들의 고충에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업계에선 어떤 PM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그중 전혀 다른 업에 종사하다 PM으로 전환 후 꾸준히 PM과 관련된 글을 올리시는 플래터님의 신간을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되었다. 지난번 읽었던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와 비교해 봤을 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는 PM에 관한 기본서 및 이론서에 가까웠다면, 이 책은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종사하는 PM의 실무 경험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회사마다 프로덕트 매니저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보니, 스스로 PM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지 않으면 중심을 잃을 수 있다. 여전히 UX/UI 설계와 에지 케이스를 얼마나 빠짐없이 잘 정의했느냐에 중점을 두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업적으로 어떤 시장에 진출할지, 수익모델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객에게 직접 영업까지 발로 뛰는 역할을 원하는 곳도 있다. 조금씩 PM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커질수록 부담감이 솔직히 없지는 않았다. 어쩌면 나는 요즘에 원하는 PM상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도 있었던 것 같다.
'성장하는 PM을 위한 프로덕트 매니저 가이드'를 읽으면서 PM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다시금 정리할 수 있었다. PM은 결국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고 이를 위해 하는 모든 행위들은 수단일 뿐이라는 것.
그보다는 고객의 문제를 어떻게 정의할지 고민하고, 현재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추측하는 일입니다. -35p-
이 책에서는 PM에 대한 정의에서 시작해 문제 정의 - 가설 검증 - 개발 - 출시로 이어지는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 PM이 해야 하는 일들을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기술해 놓고 있다. 개발 프로세스에서 내가 했던 업무들이 다른 PM과 크게 다르지 않는구나 안심이 되면서도, 업무에 쫓겨 소홀히 했던 점들을 반성하고 다음번엔 꼼꼼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art 2와 3에서는 PM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PM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QnA를 다루고 있다. 일부 답변이 속 시원하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PM을 경험해 봐야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지라 저자가 이렇게밖에 답할 수 없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슈퍼맨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멋져 보이지만, 때로는 이해관계자와 지난한 회의를 하며 설득하느라 힘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 것까지 챙겨야 하나 싶을 만큼 조직의 구성에 따라 부족한 인력을 대신하는 일들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장 고객을 깊게 고민하고 공감하며 그 결실을 결과로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보람찬 직업이기도 하다. 언젠간 나만의 PM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