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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로스팅 Sep 02. 2024

테드 창이 바라보는 생성형 AI

“흐릿한 JPEG”

1/ SF 영화 '어라이벌 (Arrival)'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테드 창은 생성형 AI를 손실형 압축에 비유합니다. 손실형 압축은 대략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사진, 음익, 영상의 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 노래, 영상이 원본과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더라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Xerox 복사기도 손실형 압축을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손실형 압축 방식을 통해 복사를 수행하나. 눈으로는 원본과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2/ ChatGPT는 다양한 경로로 학습된 텍스트를 압축적으로 보관합니다. 문제는 텍스트가 매우 압축되어 있어 정확한 인용문을 검색해 정보를 찾을 수 없고, 저장된 단어가 정확히 일치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ChatGPT를 웹에 있는 모든 텍스트를 흐릿하게 처리한 JPEG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고해상도 이미지가 많은 정보를 보존하는 것과 같이, 웹 상의 많은 정보를 보존하지만, 정확한 비트 시퀀스를 찾을 수 없고 그에 해당하는 근사치만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근사치는 문법적인 텍스트의 형태로 제공되며, ChatGPT는 이를 생성하는 데 탁월합니다. 여전히 흐릿한 JPEG를 보고 있지만, 흐릿함이 전체적으로 사진의 선명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발생합니다.


3/ 만약 ChatGPT가 무손실 알고리즘이라면 어떤 모습일까요? 그렇다면, 항상 연관된 웹 페이지로부터의 인용구를 제공하면서 답변할 것입니다. 하지만 ChatGPT는 단어 단위로 웹에 있는 것을 인용하는 것 대신에 웹의 자료를 다시 표현합니다. 이는 ChatGPT가 자신의 언어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학생처럼 보이게 하며, 그것은 ChatGPT가 자료를 이해한다는 환상을 만들어냅니다. 사람 학생들의 경우에는 암기는 진정한 학습 지표가 아니므로, ChatGPT가 웹 페이지에서 정확한 인용문을 생성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무언가 배웠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단어 시퀀스를 다룰 때, 무손실 압축보다 손실 압축이 더 똑똑해 보입니다.


4/ 2023년 2월, 테드 창이 뉴요커에 "ChatGPT Is a Blurry JPEG of the Web"이라는 글을 게재했을 때만 해도 ChatGPT가 샌성형 AI 서비스를 지배할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Perplexity 같이 정확한 출처를 제공하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또한 '구글 오버뷰'를 출시하면서 무손실 압축 분야로 조심스럽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5/ 그러자 테드 창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는 2024년 8월 뉴요커에 "Why AI isn’t going to make art?"라는 글을 통해 생성형 AI가 최고의 창작물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생성'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한계점들을 지적합니다. 그의 주장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6/ 첫째, 창작은 많은 선택의 결과물입니다. 예를 들어, 소설을 쓸 때는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반면, 생성형 AI는 사용자로부터 받은 제한된 입력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결과물을 생성하기 때문에, 창작 과정에서 요구되는 세부적인 선택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7/ 둘째,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합니다. 이는 AI가 과거의 데이터를 평균적으로 모방하는 경향이 있어, 결과물이 종종 창의적이지 않고 평범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AI가 생성한 텍스트나 이미지는 인간이 만든 것보다 덜 독창적일 수 있습니다.


8/ 셋째, 예술 창작은 감정과 경험의 표현입니다. AI는 감정이나 의도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적 깊이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인간의 감정이나 경험을 담아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AI는 창작자에게 새로운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인간의 창작 과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9/ 생성형 AI는 ‘대규모 저품질’을 지향합니다. 소비자에게는 빠르고 효율적이나 뾰족함은 없습니다. 반면, 예술의 본질은 '소규모 정교함'입니다. 따라서 AI 생성물과 예술 작품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서로 다른 길입니다.


10/ 테드 창은 예술이 생성형 AI가 따라갈 수 없는 ‘상호 작용’을 통해 새로움을 더한다고 말합니다. 예술 작품이 특별한 것은 그것을 창조한 사람이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작품은 창작자의 독특한 삶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접하는 관객의 삶의 특정한 순간에 의미를 전달합니다. 우리 모두는 과거로부터 온 산물이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 삶을 살아가며 세상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자동 완성 알고리즘이 절대 수행할 수 없는 일입니다.


11/ 테드 창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예술 작품이 생성형 AI를 통해 손실형 압축을 거쳐 흐릿하게 변하고, 인간적 상호 작용이 배제된 채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무언가를 만들어낼 뿐이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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