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경영대학 이경전 교수
2025년 4월 1일, 서울에서 열린 <조선일보 ChatGPT/AI 포럼> 첫 번째 강의에서 이경전 교수는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고유함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강의가 열린 호텔 컨퍼런스룸에는 봄 햇살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기술 너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능은 주어진 환경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이 지능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적응하며, 자신만의 질문을 품어왔다.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힘이 인간 지능의 본질이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이러한 인간 지능을 닮으려는 기술적 시도다. 단일 과업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상황과 문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좁은 인공지능(Narrow AI)과는 달리, 스스로 사고하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지향한다. 아직 완성된 AGI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 가능성 앞에 서 있다.
이경전 교수는 어린 시절 꿈꿨던 '하루 종일 배고프지 않은 알약'을 이야기했다. 만약 AGI에게 이 알약을 개발하라고 명령한다면, AGI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아니면 불가능함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어떤 답을 받더라도, 인간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답을 얻는 것보다, 질문을 계속 품는 존재로 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
AI는 지금 경이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GPT-4o는 128k 토큰 이상의 긴 문맥을 이해하며, 오픈 AI의 Sora는 텍스트 한 줄로 1분 분량의 고화질 영상을 생성한다. DeepSeek-V2와 같은 모델은 2025년 이후 빠른 속도로 인간 수준의 추론 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Anthropic의 Claude 3 시리즈는 장기적 일관성과 윤리적 판단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기술 발전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복잡한 창의적 작업까지 AI가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그러나 이경전 교수는 경고했다. 빠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방향을 읽지 못하면, 아무리 빨라도 결국 길을 잃을 것이라고. 긴 명령을 내려 AI의 능력을 시험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얼마나 깊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어떻게 인간의 삶에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AI를 다루는 능력은 이제 기술적 숙련이 아니라 사고력과 통찰력의 문제가 되었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AI를 삶과 일에 녹여낼 줄 아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문제를 새로 발명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이경전 교수는 '비즈니스 모델'의 개념을 차용해 '라이프 모델'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듯, 개인도 자신의 삶을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삶을 최적화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AI 오퍼레이터 기능을 통해 정보 탐색과 요약을 자동화하고, 개인화된 AI 코치와 함께 학습 목표를 관리하며, 생성형 에이전트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빠르게 실험할 수 있다. 시장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만의 경제 생태계를 설계하는 것도 라이프 모델의 일부다.
라이프 모델은 단순한 경제적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무엇을 지키고 싶은가를 스스로 묻는 일이다. 기술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삶의 방향과 의미는 인간이 선택해야 한다.
AGI가 세상을 바꿔도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여전히 사랑하고, 외로움을 느끼며, 의미를 갈망할 것이다. 기술은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지만, 인간은 답이 없는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다.
AI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존재한다. 우리는 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품고 살아야 한다. '이것이 정말 전부인가'라고 스스로 묻는 존재가 인간이다.
이경전 교수는 강조한다. "AI가 강해질수록, 인간은 더 깊어져야 합니다." 빠름에만 매몰되지 않고, 방향을 읽어야 한다. 정답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길을 찾아야 한다.
살아남는 것은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스스로 삶을 설계하는 인간이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
강의 말미, 그는 웃으며 말했다. "ChatGPT와 영상통화를 해보셨습니까? 영화 'Her'가 이제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웃었지만, 그 안에는 변화에 대한 긴장도 스며 있었다.
봄은 조용히 깊어가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문들이 땅을 뚫고 자라나는 것처럼, 우리는 더 천천히, 그러나 더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한다.
AI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인간의 것이다.
그리고 질문을 품은 인간만이, 끝내 새로운 길을 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