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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로스팅

OTT가 AI를 받아들이는 네 가지 방법

고맥락 광고, 초개인화, 커머스, 고효율 제작

by 경영로스팅 강정구

무엇을 볼지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AI는 어떻게, 어디까지 계속 보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OTT 플랫폼은 이제 콘텐츠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구독자를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기술의 장이 되었습니다. AI는 머뭇거림 하나, 시선의 미세한 흔들림, 감정의 잔차까지 계산해 다음 장면을 결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추천이 아니라, 인간의 주의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보다, 어떻게 멈추지 않게 할지가 플랫폼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네 가지 전략으로 구체화됩니다. 영상의 분위기와 감정을 분석해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고맥락 광고, 시청자의 심리와 취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초개인화 추천, 콘텐츠와 구매를 즉시 연결하는 실시간 커머스, 제작 과정 전반에 AI를 도입한 고효율 콘텐츠 제작이 그것입니다.


(1) 넷플릭스는 애드 스위트를 통해 <브리저튼>의 무도회 장면에 현대식 가구 광고를 삽입했습니다. AI는 영상의 색감, 조명, 인물 배치, 카메라 앵글까지 분석해 광고 이미지의 톤을 일치시킵니다. 시청자는 광고를 콘텐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이질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광고는 더 이상 외부에서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으로 스며듭니다.


디즈니의 매직 워드는 <어벤저스>의 전투 장면에 에너지 음료 광고를 삽입합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광고가 자연스럽게 끼어듭니다. 사용자는 인지하지 못한 채 감정에 맞춰진 광고를 접하게 됩니다. 테스트 결과 클릭률은 34% 증가했습니다. AI는 이처럼 감정의 리듬에 맞춰 광고의 타이밍까지 조율하고 있습니다.


(2) 넷플릭스의 하이드라는 사용자 데이터를 고차원 벡터로 분석해 선호 콘텐츠를 예측합니다. <오징어 게임>을 본 시청자가 <종이의 집>을 선택할 확률을 23% 높이고, 썸네일은 800개 프레임 중 가장 클릭 가능성이 높은 장면으로 자동 교체됩니다. 사용자는 왜 그 콘텐츠를 고르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하지만, 가장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선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리 감지되어 맞춰지는 것입니다.


HBO Max는 추천을 넘어, 화면 전체를 사용자에게 맞게 조정합니다. 공포 영화를 자주 보는 사용자에게는 초자연적 공포 섹션이 첫 화면에 나타나고, 포스터의 색감과 구도도 클릭 이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탐색은 점점 줄고, 진입은 점점 빨라집니다. 이 전략 도입 이후 평균 재방문율은 19% 상승했습니다. 추천은 콘텐츠가 아니라 인터페이스 전체의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3)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콘텐츠 감상이 멈추는 순간을 쇼핑의 기회로 전환합니다. <007 노타임 투 다이>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시계를 일시정지하면, 360도 AR 뷰와 함께 구매 배너가 등장합니다. 리모컨 조작만으로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는 이제 상점이 되고, 일시정지는 곧 결제 창구가 됩니다.


디즈니는 훌루 플랫폼에서 <토이 스토리> 캐릭터가 등장하는 퀴즈형 광고를 도입했습니다. 정답자에게는 할인 쿠폰이 제공되며, 평균 참여 시간은 2분 30초에 달합니다. AI는 반응 속도와 정답률을 분석해 난이도를 실시간으로 조정합니다. 사용자는 광고를 단순히 보는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개입하는 플레이어로서 경험합니다. 광고는 일방적인 메시지에서 쌍방향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4) 콘텐츠 제작에도 AI는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디즈니는 AI 인비트윈 기술로 애니메이션 프레임을 자동 생성하고 있습니다. <토이 스토리 5>의 우디는 12,000개의 표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고, 전체 작업 시간은 70% 단축되었습니다. 시리즈의 제작 주기가 짧아지고, 창작 아이디어는 더 빠르게 세상에 도달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더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지는 시대입니다.


HBO Max는 구글 클라우드의 Vertex AI를 활용해 다국어 자막을 실시간으로 생성합니다. <세계의 위대한 박물관> 시리즈는 5개 언어 자막을 동시에 제공했고, 정확도는 98.7%에 달했습니다. AI는 음성과 배경음을 분리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설명도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기술은 일부의 편의를 넘어서, 모두의 접근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매달 15개 이상의 AI 모델을 실서비스에 적용하며, 광고 영상 제작을 위한 GPU 팜을 운영합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전용 TPU 클러스터를 통해 작업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높입니다. 경쟁은 단순한 기술의 우열이 아닙니다. 누가 더 세밀하게 사용자의 상태를 감지하고, 더 자연스럽게 반응을 조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이 네 가지 방식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고객 경험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광고, 추천, 커머스, 제작은 하나의 사용자 경험 안에서 긴밀히 얽혀 있습니다. 시청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된 맥락 안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플랫폼은 그전 과정을 조율하는 AI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중심은 더 이상 이야기 자체가 아닙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선택과 반응의 기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플랫폼이 가장 먼저, 가장 정밀하게 사람을 이해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합니다. AI를 가장 인간적으로 다루는 곳이, 결국 가장 인간적인 경험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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