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연말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대신 모르는 얼굴들도 있어요!
약간은 나른해지고 새해를 맞이할 때쯤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친한 친구들은 현생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몇 주전에 약속을 잡아야 만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여럿이 모이는 모임 같은 건 없는데, 문득 서로 모르는 내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연말모임 초대장
준비물: 빈손
장소 : 우리집
시간 : 5시 ~ 12시 (정해진 귀가 시간없음. 숙박가능)
따로따로 만나느니 다 같이 만나도 재밌을 것 같았다. 어색할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 서로를 많이 들어왔던 터였다. 공격적인 재테크 왕 중학생친구, 나의 심리상담가인 대학 친구,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 제2의 직업 전선에 뛰어든 교회친구가 모였다.
작년에는 요리를 준비하고, 올해는 대화거리만 준비했다. 결국 하나도 못하고 수다만 떨다가 끝났다. 올해에는 동생들도 초대했는데 말을 별로 하지 않아서 마음이 쓰였다. 아, 처음으로 남자도 등장했다. 사람이 많아지니 뭔가 진행을 해서 마이크를 여러 명에게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6시간 이상을 술 없이 대화한 게 신기할 지경. 내 수면시간은 10시로 맞춰져 있는데 그걸 이기고 1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이렇게 벌써 2년 차. 우리 집만 오면 연락이 끊긴다는 건, 친구들의 남편들도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이제 가라고 등 떠밀고 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대문 앞에서 '내년도 이 모임 기다릴게'라는 말이 듣기 좋았다.
이 곳에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몇몇 더 있다. 친한 친구들도 아직 다 초대하지 못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친구가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도 괜찮지 않을까? 현재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이 너무 많다.
2025년 연말에는 새로운 친구 1명 늘리기를 목표로 세웠다. 붙임성 부족한 나는 어떻게 말을 건네볼지 벌써 걱정이다. 1년 전부터 차근차근 운을 띄워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