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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울 Jan 05. 2024

기대해? 하지마?

2024년 새해 다짐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떤 모임에서 누군가가 질문을 건넸다. 속으로 '기대하지 않음'이라고 웅얼거렸는데 질문한 사람이 나와 같은 대답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괜히 같은 생각을 하기 싫어서 인지 '기대하지 않음'에 대해서 더 생각해 보게 됐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공대 친구에게는 컴퓨터 관련해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고, 회사 스트레스는 나랑 비슷하게 취업해서 한번도 쉰 적없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사는 공통점이 잇는 친구와 이야기하고,  우리집 이야기는 장녀인 친구와 한다.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친구도 있고, 모든 말을 해도 뒷담화 하지 않은 친구와의 대화도 재밌다. 난 항상 주변 사람들을 기대하고 있다.


위의 대화들은 감정적인 대화다. 그러나 나는 물질적인 기대도 간혹 한다. 특히 내 생일에 위시리스트를 적어놓고 있다. 선물을 주겠다는 친구가 있으면 평소 갖고 싶은 목록 중에 고른다. 예전엔 선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치는 일도 많았는데, 점점 소소한 이벤트를 챙겨보고 싶어졌다. 돈의 여유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마음의 여유는 확실히 생긴 것 같다. 물론 똑같은 규모로 주고 받진 못한다. 나는 주로 더 많이 받는 쪽이다. 대화든 선물이든.  


아이러니한 건 친구들이 나에게 뭔가를 더 바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바라지 않는 것이 서운한 것 같다. 얼마 전 친구에게 갖고 싶은 생일선물을 물어봤는데, 있을 건 다 있다고 말하니까 왠지 서글퍼졌다. 난 주고 싶어도 못주게 됐다. 괜히 내가 쓸모없게 느껴지는 비약까지 하게 됐다. 


'넘겨 짚기'는 바꾸고 싶은 단점 중 하나인데 잘 안 고쳐진다. 나중에서야 이렇게 생각난다. 갑자기 안 먹는 반찬을 너무 많이 싸주시는 엄마도 떠오른다. 너무 많다고, 다 먹지도 못한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때 엄마는 이런 기분이겠구나. 그래도 가져오진 말아야 한다. 버리기 싫다. 


앞서 대화의 끝은 자신을 향했다. 친구가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말자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친구들 처럼 나에대한 기대도 넘쳐나고 있다.  


오늘도 다이어리에 적힌 투두리스트를 보면서 흐뭇하다. 이걸 다 완료하고 뿌듯하게 잠들 나를 기대한다.  물론 단식하는 주제에 아침부터 초콜렛을 먹어버렸지만 크게 자책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기대와 실망을 수없이 왔다갔다하면서 내일마저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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