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즐기는 법
지역축제가 얼마나 자주 열리는지 살고 있는 지역민들도 파악하기 힘들 거다. 나도 블로그를 시작하고부터니까 알게 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몇 차례 블로그의 혼란스러움을 겪었다. 돈 되는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면서 지자체 홍보 역할을 맡게 됐는데 여차하면 홍보 게시물에 내 포스팅들이 밀릴 지경이다.
처음엔 지역 축제가 어딜 가나 비슷하다고 여겼다. 부스 차려서 음식존 체험존, 자기 기관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홍보부스가 다가 아닌가? 언제나 마지막은 유명 트로트가수 공연. 시큰둥한 반응은 나뿐만이 아닐 거다. 왜냐하면 새로 생긴 카페 가보자는 친구는 있어도, 지역축제에 함께 가보자는 지인은 거의 없다. 영상이나 사진,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이 아니면 말이다.
나도 숙제하는 기분으로 다녀보다가 특별한 지역축제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와일드푸드에 진심인 완주는 축제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고, 벼에서 메뚜기를 잡게 한다. 얼마 전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한 공예박람회에서는 모든 체험을 무료로 풀어서 퀄리티 높은 공예품들을 작가님들과 함께 만들기도 했다.
얼마 전 알게 된 책 '전국축제자랑'은 지역축제에 대한 경험담을 풀어내고 있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보다가 서울 사람인 어떤 분은 한 번도 지역축제를 가보지 않았다기에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다.
어떤 이는 어딜 가나 지역 축제가 유명 트로트 가수를 초청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잘하는 사람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원인이라고 봤다. 어설픈 건 관심 대상이 될 수 없어서 프로들만 봐주는 건 지역 어딜 가나 마찬가지. 한국사회의 완벽주의와 연결시켰다.
나조차도 축제 현장에서 어설픈 사람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다가. 어설퍼도 재밌는 공연들이 떠올랐다. 5년 전인가, 고향에서는 청보리 축제가 매년 열린다. 엄마는 부녀회에서 음식을 팔기로 했다며 남동생과 나를 소환한 적이 있다. 기름 범벅이 된 채로 튀김을 만들고 있었는데 무대에서 즉석노래자랑이 열렸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지원자들이 하나 둘 나오게 됐는데, 남동생이 갑자기 노래를 불러야겠다며 뛰쳐나갔다. 나갈만한 수준 아닌 것 같은데 동생은 부르는 내내, 내려와서도 이 정도면 잘 부르지 않냐며 우쭐거렸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모양새가 너무 웃겨서 부녀회 어머니들 모두 자지러졌다. 내가 경험한 지역 축제 중 가장 재밌었다. 최재천 교수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생각났다. ‘알면 사랑한다’
지역 축제의 무대일정은 트로트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민들의 다양한 동호회 활동, 노래자랑,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작은 대회들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답지 않은 그들이 누군가의 어머니고 친구고, 아들딸인 셈이다. 그들을 안다고 생각하면 지역 축제가 얼마나 재밌을까. 그래서 전국노래자랑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 같다. 자기소개하면서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니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역 축제가 더 다양한 사람들이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