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취미
학창 시절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음악, 체육, 미술 순이었다. 그 과목에서 전부 다 특출나진 않았다. 다행히 음미체는 어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별다른 점수를 못 받아도 질책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늘 칭찬받는 성적우수한 애였지만 미술대회나 음악경진대회나, 하다 못해 남자애들이 축구대회 나가는 것도 질투했다.
점수와 상관없이 선호는 분명했다. 적성검사라도 할 때면 늘 예체능에 기울어진 결과만 보게 됐다. 얼마 전 성인이 돼서 한 적성검사도 마찬가지였다. 예술이 제일 높았다. 다만, 어디 하나하나 두드러진 모양 없었는데, 상담가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고 해석했다. 어릴 적은 좋아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이 결과지로 나온 게 아닐까 싶었다.
회사원 생활이 무료해지자 어릴 적 덜 배웠다고 생각했던 과목들을 취미로 소환시켰다. 운동은 배드민턴, 미술은 도자기. 피아노는 학원까지 다니게 됐다. 특출한 아이들은 업계에서 본업으로 일하겠지만 난 취미반에서 잘하는 편이라 자신감까지 생겨버렸다.
한때는 예체능은 상위 1%가 아니어도, 그 주변에서 잘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어릴 적 내 꿈에 한 마디씩 던졌던 어른들을 원망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순수하게 예술을 사랑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일을 그저 일로, 예술은 그저 탐닉하고 있다. 일이 예술이었다면, 사랑도 해야 하고 밥벌이도 해야 해서 지독하게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나는 순순히 내 삶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오늘도 여전히 퇴근 후 운동 갈 생각에 설렌다. 출근 전 이 글 쓰는 시간은 하루를 채웠다는 느낌. 일하면서는 레슨비와 입장권을 벌자는 생각으로. 그냥 사는데 살아진다. 가끔 아름다운 것도 보고 만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