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릳츠, 류승범, 호명사회, 퍼스널브랜딩
한동안 어떤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었다. 그러기엔 특출나는 게 하나도 없다. 얕게 좋아하는 것투성이다. 그걸 계발하려고 컨셉 하나를 잡고 sns계정을 운영해 보기도 했다. 대실패. 좋아서 하던 게 어떤 브랜드가 되어야 된다는 부담이 생기니 일처럼 재미 없어졌다.
잘 만든 브랜드를 갖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꼭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까?
내 알고리즘은 끊임없이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고 외친다. 자기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사회를 설명한 '호명 사회' 책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이제 '퍼스널 브랜딩' 은 진부한 키워드가 됐다. 그래도 끊임없이 비슷한 메시지가 보인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도 여전하다. 외길 인생, 장인 정신, 1만 시간의 법칙 등. 내가 보기엔 결국 하나의 컨셉으로 자기를 브랜드..아..지겨웡.
따지고 보면 브랜드화에 대한 비슷한 교육은 학창 시절 내내 듣고 큰 셈이다. 그렇게 교육받았는데 도착지는 회사원. 정년이 보장 안될지도 모른다니까(뉴스에서) 용돈벌이나 해볼까 기웃거리게 됐다. 돈은 벌어도 집중을 분산시키니 혼란스럽다. 시류를 쫓느라 머리가 아프다.
아 몰라 세상과 단절되고 싶다가도 '시대의 흐름'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 열린다. 더 깊은 본질적인 걸 찾아내고 싶다. 그놈의 '자신만의 이야기'. 내가 이렇게 짜증 나는 이유는 사실 들여다보면 내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길 원하는 인정욕구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결코 상위 10%도 되기 힘들 것 같다. 이 정도의 수고로는 턱도 없다. 이걸 인정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더 무서운 일은 요즘 내 알고리즘이다. 얼마 전 프릳츠 대표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커피에 진심인 건 알겠는데, 프릳츠가 어떤 이미지로 고정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각자 느끼는 좋은 포인트가 다르고 그걸 원한다고 말했다. 트렌드 해지는 걸 매우 경계하고, 오래가는 걸 찾는다고. 일부러 선명한 메시지를 주지 않으려도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걸 듣자니 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작가가 원하는 의도는 감상하는 사람이 100% 이해할 순 없지만 수많은 감상평을 자아낸다.
떠도는 숏츠를 보다가 '퍼스널 브랜딩'에 비판적인 연구자의 말도 들었다. 브랜딩은 기업이 수많은 인풋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인 거지 개인은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꾸준히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고. 거기서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브랜딩 되는 거라고 말했다.
최근 류승범의 인터뷰를 끝으로 생각이 단번에 정리됐다. "나는 콘셉트가 없는 사람...'내추럴'을 지향한다"라는 제목의 뉴스였다. 류승범이야말로 컨셉이 명확하지 않나? 천재적인 연기. 자유로운 영혼. 패셔니스타. 그런데 자신 스스로는 '저는 계속 변화하는 사람이다, 콘셉트가 없는 사람.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고, 또 자연스럽게 변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도 그가 자유로워 보였고, 사진에서 보이는 착장이 패셔너블하고, 광고하고 있는 가족계획 드라마가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되고 있다. 컨셉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도 컨셉이 되는 시대인가.........? 유명인도 저러는데 나라도 무슨 컨셉이냐. 되는대로 살자. 브랜드는 남이 떠올리는 이미지인 거지 내가 주입한다고 되는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냥 그런 삶을 지금 살면 된다. 보여줘서 유명해지는 건 남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