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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우즈의 전략지도

#골프와 인생의 성과는 설계되어 지는 것이다.

내가 골프에서 배운 한 수 


IT 분야에 발을 들이고 처음 영업이라는 직무를 시작하면서  나는, 그 전까지는 안중에도 없던 골프를 시작했다. 믿을 만한 영 업 선배가 골프를 시작해보라는 조언을 건넸고, 나는 이를 진지하 게 받아들인 것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일이니만큼 잘하고 싶은 마 음이 컸고, 그 선배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업이라는 내  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으니 몸도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 서 움직였다. 


평소에 여러 운동을 꾸준히 섭렵해온 나였기에 골프  연습을 시작하고 세 달 만에 영업 선배들이 마련해준 첫 라운딩에 서 ‘가능성이 있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이후로는 주중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주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연습장을 찾아가 자발적 으로 골프 연습을 열심히 했다. 


개인적으로 운동하기를 아주 좋아하다 보니 어떤 운동을 하든  곧잘 하는 편이라 골프에도 내심 자신이 있었다. 꾸준히 연습을 거 듭했고, 이렇게 준비를 마친 날에는 좋은 결과를 은근히 기대하기 도 했다. 그런데 번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 가. 연습할 때는 잘됐는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생겨나서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연습과 경기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초심자가 보기에 골프는 매우 간단한 스포츠다. 특정한 위치에 서 골프채로 공을 친다. 가장 적은 타수로 골프공을 홀에 넣는다. 얼마나 간단한가. 이런 식으로 골프를 바라보면 변수가 많지도 않 다. 골프공, 골프채, 홀 정도일 것이다.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을 때  내게도 이 정도의 변수만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전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볼 수 있게 되자  그제야 골프 실력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스윙 자세, 스윙  할 때 들이는 힘, 골프채의 속성, 골프공이 그려내는 포물선, 지형 과 지물에 대한 이해도, 풍속과 풍향 그리고 온도와 습도 등 변수가  상당히 많았다. 


이는 월드 클래스의 골프 선수들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그들 은 기본기는 물론이거니와 초심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변수를 파악하고 장악할 줄 안다. 보다 중요한 변수를 볼 줄 알게 되면  연습할 때의 우선순위도 그에 맞게 달라지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 전용 전략 지도가 탄생한 이유 


어느 스포츠든 아이콘이 된 스타들이 있다. 골프계에서 는 단연 ‘타이거 우즈’만 한 아이콘이 없을 것이다. 수많은 타이틀 을 거머쥐면서 골프라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를 대중에게 널리 각 인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타이거 우즈의 눈에는 어떤 변수들이  들어왔을까? 우즈는 어떤 전략을 그렸을까? 먼저 타이거 우즈는 혼자만의 능력으로 대단한 성취를 거머쥔  것이 아니었다. 우즈는 팀으로 움직였다. 우즈가 한창 좋은 플레이 를 선보일 때 그 무대 뒷면에서는 늘 ‘타이거 우즈 사단’이 그들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었다. 타이거 우즈와 팀은 경기에 대한 작전을  짜고 변수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 가며 플레이를 대비했던 것이다. 


타이거 우즈와 그의 팀은 경기가 잡히면 골프장을 몇 바퀴 돈다 고 한다. 코스의 길이를 상세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고, 지형의 모습 을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한다. 지형마다 미세하게 다른 높낮이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잔디의 종류와 계절적인 변수까지 모두  검토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를 바탕으로 ‘타이거 우즈  팀 전략 지도’를 그린다고 한다. 

[사진] 타이거 우즈의 골프장 디자인 구상 사진 


'생명줄'과 같은 나만의 전략지도가 필요한 이유!  


몇 년 전 출장길에 미국에서 골프를 치게 되었다. 미국의 골프  체계는 한국과 달라서 무척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캐디가 카트를  운전하고, 거리를 보거나 원하는 채를 꺼내주고 닦는 등 플레이어 가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잡무를 맡아서 다 처리 해주는 시스템인 데 비해,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캐디라는 역할이  없다 보니, 내가 공을 보낸 거리와 공에서 홀까지 남은 거리를 파악 하는 일부터 지형을 분석하는 일까지 전부 플레이어의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미국 골프장의 숍에 들어가면 ‘야디지북yadage book’ 이라는 골프코스 안내 지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야디지북은 골프 장의 지형과 구조가 표시된 지도를 가리키는데, 골프 플레이어들 은 모두 하나씩 들고 다닐 만큼 중요한 도구다. 맵에는 18홀이 모 두 나와 있기는 하나, 골퍼들의 뒷주머니에 넣기 좋은 사이즈로 디 자인하다 보니, 겨우 손바닥만 하다. 한 장에 한 홀에 대한 이미지 와 함께 홀에 대한 간단한 설명뿐, 결코 상세한 정보까지는 담을 수 없는게 일반적이다.  


타이거 우즈의 사단은 경기가 잡히면, 멤버들이 함께 경기장을  돌면서 코스마다 길이를 재고, 지형의 모습과 높낮이 등을 상세하 게 기록한다고 한다. 잔디의 종류와 지형지물의 특징, 그리고 계절적인 변수까지도 꼼꼼하게 체크한 뒤 ‘타이거우즈 전용 전략 지도’ 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출처: Ian Poulter's Instagram post showing his Masters yardage book.

미국 골프장에 함께 간 멤버가 외국에서 플레이한 경험이 많았 던 터라, 야디지북을 여러 개 사서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플레이를  하는 내내 홀의 구조나 모양 그에 따라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맵에 의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맵은 플레이어에게는 거의 생명줄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골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전체 구조를 읽고 거기에  숨어 있는 변수를 발견하는 일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변수를  고려해서 최적의 방향을 잡을 수 있고, 그에 맞는 작전을 짜서 성과도 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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