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Writing, 단어, 글쓰기

디지털 제품에서 글과 단어에 대한 생각

by 이선주

2020년에는 UX 직업군에서는 UX Resarcher와 UX Writing이라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마침내 국내 유명 스타트업과 중견회사들도 UX Writing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갖는 것 같다.


UX Writing은 제품의 UI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더 구조적이고 일관된 단어와 문장 구성을 통해서 사용자의 경험이 가지는 맥락을 강화한다. 기획, 브랜딩, 마케팅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제품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해서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더 중요해지는 분야다.


직업으로 발전한 UX Writing은 제품과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연결하고, 복잡해진 플랫폼에서 사용성을 높이고, 사용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한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하게 해 준다. 문학이나 광고에서 글을 방법에서 벗어나 제품 제작과 유지에 쉬운 문장과 단어를 쓰는 법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많이 필요하겠지만,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래서 내가 이해하는 UX에서 UX Writing까지의 생각을 한 번 써보았다.



UX


UX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경험'이라는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경험'이라고 UX를 설명하면, 난해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사용자 경험'이 '경험'이라고 하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조금 더 쉽게 말하면, UX는 '쉽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쉽다'라고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쉬운 게 뭐냐고 물어보면, 쉬운 것이라고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순한 표현은 복잡하다. 말장난 같지만, UX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고 이 과정의 결과는 '쉽다'를 목표로 한다.


경력이 1년 차든, 10년 차든 '쉽게'라는 말을 많이 쓰는 걸 보면 '쉽다'는 모든 것을 해결한다. 디자이너에게 안 쉬운 상황은 Problem이고, 문제가 해결된 상황은 쉬운 상황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쉬운 제품을 만들려면, 제품을 쉽게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쉬운 '설명'은 '글'보다 '말'에 가까운 '이미지와 글'로 표현된다. 그래서 최근 UX 프로세스를 돕는 템플릿을 보면, 글을 쓰도록 되어 있다. 쉬운 글을 쉬운 제품으로 바뀌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쉬운 일은 항상 어려워진다. 어려운 과정 속에서 목표를 잃게 되면,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를 만들게 된다. 문제가 꼬이지 않게 하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서 UX에는 심리학, 사회학, 철학의 일부를 차용하게 된다.


심리학에서 차용하는 부분은 행동주의에서 발전한 인지심리학이다. 그래서 '인지'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된다. '쉽다'는 것은 인지하고 이해하고 행동하기 쉬운 것을 말한다. 인지하기 쉬워야 해야 할 일들을 이해할 수 있고, 뭘 해야 할지 알아야 버튼을 누르거나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가치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쉽다'는 쉽지 않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제작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회사 내부에서는 UI 디자이너, 프런트-엔드 엔지니어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UX 디자이너는 UX의 단어를 쓰고, UI 디자이너는 눈에 보이는 UI의 단어를 쓰고, 프런트-엔드 엔지니어는 프로그램의 단어를 쓴다. 하나의 '단어'를 두고 3명의 외국인이 각자의 언어로 '대화'하는 상황은 자주 생긴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대화'를 끝낸 결론이 제품이다. 그런데 사용자의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위치와 시간, 공간과 상황이 제한하는 요소에 따라 제품은 다르게 이해된다.


예를 들면, 20대 사용자가 8월의 어느 월요일, 저녁 8시에 지하철에 타고 있는데 30분 후에 집에 도착해서 먹을 음식을 배달시키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사람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고, 자리가 없어서 서 있는 상태인데,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럽고, 배가 고파서 신경질이 나고 있다. 아늑한 침대 위에서 야식을 주문하는 상황과 다르다. 그래서 스크린의 내용을 자세히 못 볼 수 있다.


사용자가 실수 없이 주문을 완료했고, 음식이 맛있었다면, 만족하고, 다음에도 퇴근길에 저녁식사를 미리 주문하겠지만, 뭔가 불만족스러웠다면, 다음 퇴근길에는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제품과 사용자의 대화는 종종 오해와 외면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품과 사용자가 나눈 대화와 그 결과를 UX라고 부를 수도 있다.


경험을 느낌과 기억으로 나눠보자. 느낌은 시간에 따라 누적된 감정에 따라 변하며, 사람은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따라 느낌을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감정은 행동을 선행하며, 행동이 원하는 대로 이어졌는지 감시한다. 감정은 매우 강력하고 기억에 큰 흔적을 남긴다. 기억은 금방 희미해지는 감정에 비해서 오랫동안 기록되고, 기억을 다시 불러낸 시점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재해석된다.


느낌과 기억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사슬처럼 엮여 있지만, 사람은 쇠사슬의 시작과 끝을 모두 생각하진 않는다. 언제 쇠사슬의 고리가 늘어났는지,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특정 고리에 집중하게 된다. 감정이 강하게 남아있는 고리가 더 쉽게 기억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쇠사슬은 마구 뒤섞인 채로 의식의 위로 떠오른다.


잠시, 퇴근길 지하철로 돌아가면, 지하철에서 느낀 감정이 대강 무엇인지는 기억나지만, 그 감정이 어떤 사실로부터 기인했는지 다시 회상하려면, 아주 인상적인 일이 일어났어야 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같이 사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났다거나, 누군가 맛있는 저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거나 하는 일이다.


퇴근길에 저녁을 미리 주문하는 일에 성공해서 느끼기는 감정이 행복인지 아니면 만족감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행복'이나 '만족감'은 감정과 상황과 기억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실제 일어난 행동에 기반한 데이터를 근거로 사용자 경험을 알아볼 수 있다. 경험을 직접 인터뷰로 듣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행동이 만들어낸 숫자로 추정한다. 높은 MAU와 리텐션, 낮은 이탈률 같은 데이터는 개인을 식별하진 않지만, 환경이 사용자에게 어떻게 작동했는지 숫자로 알 수 있고, 이 숫자의 거대한 모음은 분석하여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이번 주, DAU는 지난주에 비해 2.7% 상승했습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제품에 표시되는 사진의 크기와 버튼을 조정한다. 제품과 회사의 경쟁은 치열하기 때문에, 제품의 환경이 사용자에게 더 적합할 수도록 사용자를 '유도'하기 쉽다.


이 방법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완벽하진 않다. 데이터의 영향을 끼친 모든 요소를 고려하기 힘들고, 데이터를 분석할 때 인간적인 편향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사용자와 오해하지 않도록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해가 없는 대화는 단순하다. 보통 첫 제품은 기능과 목적이 단순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품이 성장하면 더 많은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점점 복잡하게 변해간다. 단순한 기능이 수십에서 수백 개가 되면 제품의 복잡함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을 적용한다. 기능의 분류를 시작하고, 많아지면 검색을 넣고, 검색이 자주 되는 항목으로 건너뛰는 바로가기를 만든다.


사용자가 검색을 하려면, 키보드를 3번 이상 조작(키보드 호출, 타이핑, 입력 완료) 해야 하는데, 검색 결과를 미리 보여주면, 터치 한 번에 끝난다. 그래서 보통 화면의 상단 혹은 하단에 내비게이션을 위한 이미지를 배치하게 된다. 많이 조작하다는 것보다는 한 번 조작하는 게 쉽다.


이 과정에 대한 수많은 실패와 성공이 있었다. 사람들은 분류를 시작하기 전에 원칙을 정해 놓으면, 나중에 일어날 일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합한 단어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려운 단어를 인지하기 어렵게 디자인했다. 그리고 아이콘이라는 작은 그림을 넣었다. 그러다가 이미지에 사용자가 익숙해지면, 단어를 제거하였다. 그런데 사용자층이 많아지고, 문화가 달라지면서, 아이콘의 의미를 모르게 되어 다시 단어를 함께 표시했다. '단어', '아이콘과 단어', '아이콘'의 반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많은 디자이너가 웹과 앱에서 계속 실험하고 후회한 결과, 어떻게 되었든 '단어'가 필요하다는 합의에 이루게 된 것 같다. 제품이 어떻게 표현되든 '단어'가 필요하고 그 단어는 꼭 맥락과 사용자 행동의 흐름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용자가 변하는 흐름과 일치할 때, 이해하기 쉽다고 가정하고 있다.


불변의 원칙은 사용자는 변하고, 사용자가 변하면, 제품도 변한다는 것이다. 제품이 변하려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제 UI 디자이너는 붉고 큰 버튼만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그 버튼 위에 '결제' 혹은 '확인'이라는 희고 굵은 글씨를 그려 넣는다. 효율성을 위해서 이 글씨는 시스템에 따라 출력되고, 버튼도 시스템에 따라 구성된다. 시스템은 강력한 일관성을 만들어서, 수많은 페이지의 단 하나 있는 매우 중요한 CTA 버튼이 1px의 오차도 없이 같은 위치에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들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어떤 화면이든 의도한 대로 버튼과 글자가 오차 없이 의도한 대로 표시되는데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발전이 필요했다.


같은 위치에 같은 버튼 위에 같은 '단어'를 놓는 작업은 환경에 대한 통제이고, 이제 '단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독립성을 가진 요소가 되었다.



글쓰기


회사에서 글쓰기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예전에는 모두 글을 썼다. 글은 단어로 이루어져 있고, 단어는 띄어쓰기로 분리된다. 단어는 명사, 형용사 등으로 분리되어 문장의 구조를 만들고 이 구조는 굉장히 복잡해져서 우리는 맞춤법에 의해 고통받는다.


글쓰기는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종이와 잉크는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냈지만, 잘못 쓰면, 종이를 그대로 버려야 했다. 직원은 조금 일찍 퇴근하고, 사장은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 복사기가 등장하고, 팩시밀리가 등장하고, 이메일이 나오고, 디지털 제품이 나오게 되었다. 공룡이 멸종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형태로 현재까지 존재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고전적인 일로 사라진 것 같지만, 아직까지 존재한다. 잉크가 전기의 흐름이 되면서 종이와 잉크를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제 글은 퇴고를 넘어선 영역에서 계속 수정되고 보완되고 개선되는 방식의 글쓰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기계화된 글쓰기는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를 거쳐 클라우드까지 발전했다. 이젠 내가 쓴 글의 복사본이 시간 단위로 계속 누적되고, 여러 명이 동시에 하나의 글을 쓸 수도 있다.


입력뿐 아니라, 출력도 바뀌었다. 스크린에 글을 쓰고, 스크린으로 출력된다. 종이는 전자잉크를 잠시 거쳐 지금은 스크린으로 정착했다. 텔레비전을 모바일 스크린이 대체하면서 화면은 사람의 눈에 훨씬 가까워지고, 해상도는 종이와 거의 비슷해졌다. 모바일 스크린에서 책을 읽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읽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종이에 비해 스크린의 글은 무서운 속도로 공급되고 있다. 영상이 글을 대체한다고 하지만, 글은 유튜브에서도 살아남았다. 자막이 없는 유튜브 영상은 거의 없고, 유튜브가 자동으로 자막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자막이 있으면, 번역도 자동으로 된다. 글은 이해에 꼭 필요하다. 영상에 표시되는 자막은 굵고 다양하다. 이제 글은 단어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글자의 형태와 색도 감정적인 부분을 표현한다.


자막에 사용되는 단어는 짧고, 강렬하고, 쉽다. 그리고 메타적이다. 특정 단어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이미 정해진 경우가 많다. 길게 써서 자세하게 전달하는 것보다, 그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짧은 단어를 쓰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쉬운 공감을 불러온다.


지금의 문자는 다양한 문화권의 의미와 이미지, 이모지, 짤, 이모티콘, 픽토그램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끔은 이집트의 성각문자를 보는 것처럼, 어떤 것이 글자이고, 어떤 것이 이미지인지 모르겠다.


수천 년 전, 문자와 함께 발생한 글쓰기는 행정과 상거래에 사용되면서 시작되어 문학에 사용되었고, 기록된 말과 기억이 문화를 만들었다. 문자는 기계와 결합되면서 글쓰기와 단어가 분리된 것처럼 보이고, 책의 글과 소프트웨어의 단어가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어는 인터렉티브 도구가 되어 있으며, 손으로 건드리면, 기능을 수행한다. 단어가 왕이 되고, 이야기의 순서와 인과관계를 가진 글쓰기의 서술은 점점 희미해진다.


예전엔 책을 읽으면, 누가 와서 말을 걸거나, 전화벨이 울리는 정도가 방해였는데, 이제는 수많은 노티피케이션이 등장했다. 스크린의 읽기를 책과 비교하면, 종이 위에 읽고 있는 내용과 다른 글이 계속 표시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걸 무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긴 글은 쓰기도 힘들고 읽기도 힘들지만, 단어 몇 개로는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없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긴 글을 써서 커뮤니케이션하는 회사가 화제가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이런 일이 아마존 같은 IT 공룡기업에서 일어난 의미를 생각해보면 된다. 한 동안 긴 글은 비효율적인 지적 허영이라고 폄하되었다. 그러나 긴 글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젠 긴 글을 읽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한다. 구글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글보다 돈을 내고 보는 글이 더 유용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디지털 제품이 삶에 더 많이 관여하고, 가치가 큰 정보가 오갈수록, 사용자와 더 견고한 관계를 수립하려고 할수록 긴 을 쓸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누구나 짧게 쓸 수는 있지만, 의미를 짧게 압축해서 쓰려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UX Writing


문자 기반의 운영체제인 DOS에서 GUI 기반의 Windows로 바뀔 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바로 Windows의 오류 화면인 블루스크린이었다. 글보다 이미지는 훨씬 복잡했고, 윈도 OS는 굉장히 거대한 시스템이면서 플랫폼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짧은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는 메시지'를 쓰는 작가가 MS에 있다는 농담도 있었다.


윈도 OS 오류 메시지는 엔지니어만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일반 사용자는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도 없고, 오류 메시지에 따라 대처할 수도 없었다.


DOS에서 윈도로의 발전은 복잡한 플랫폼 위에서 더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디지털 제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OS는 복잡해지면서 사용은 점점 쉬워졌다. 자동화된 기능이 생길수록 사용자가 모르는 일들이 더 많이 이루어졌다. 소프트웨어가 대중화되면서, 디지털 콘텐츠는 폭증했다.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술은 더 전문화되었다.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전문화된 능력으로 만들어서 쉬운 형태로 공급하려는 노력이 UX를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제품의 제작 능력은 매출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큰 회사들은 더 많은 자원을 소프트웨어 제작 능력을 강화하는 사용하고, 더 적극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UCD(User Centered Design)와 공감(empathy)에 기반한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공감해서 경험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다. 선택과 통제는 공감이라는 단어와 매우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통제는 강자가 약자의 행동을 제한하고, 억압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고, 공감은 인류가 가진 사회적 가치를 대변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UX의 통제는 사용자를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환경을 통제하는 것이다. 사람이 원래 가진 능력과 인식에 맞추어 환경을 조성하고, 그 환경에 따라 제품과 사용자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UX Writing은 이미지와 화면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을 전달하고, 기능을 알려준다. 단어와 글이 시스템의 환경을 구성한다.


기계가 사람들을 억압하는 미래를 그린 영화 '매트릭스'에는 기계에 저항하고, 결국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영웅이 나온다. 그 영웅은 세상의 규칙을 통제한다. 영화 속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녹색 글자였다.


소설, '1984'의 디스토피아는 단어와 글로 통제된다. 이중사고(Doublethink)와 신어(Newspeak)는 단어가 세상을 통제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중사고는 두 개의 상반된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으로 이성을 통제한다. 신어는 글에서 불명확한 표현을 제거하고, 명확하고 통일된 언어 체계를 만들어서 감성을 통제한다. 신어는 배경 설명으로 잠시 나오는데, 소설 속 세상은 세상의 모든 글을 신어로 대체한다. 신어 대체된 문학작품은 불분명하고, 모호한 감정이나 인간의 본성을 표현을 명확하지만 무미건조한 기계적 표현으로 대체된다.


조지 오웰의 아이디어는 장르 소설 사이에서 발전하여, 이언 뱅크스가 쓴 '게임의 명수'라는 소설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설 속에는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세상이 나오는데, 인공지능은 윤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의 언어체계를 세심하게 조정한다. 조정된 언어를 통해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쉽게 만들었다.


'게임의 명수'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하는 책이기도 했는데,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유명하다. '좋아요'는 사람마다 다른 좋음을 페이스북 시스템에서 표현하는 단어다. '좋아요'는 엄지 손가락을 추켜올린 제스처와 함께 표시된다. '좋아요'를 누르면, 게시물이 '공유'된다. 좋음, 관심, 보관이 되는 콘텐츠가 공유되는데, 알리고 싶은 콘텐츠나 경고를 위해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도 '좋아요'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사용자의 행동을 대화에 사용되는 단어로 바꾸면 친근하고 쉽게 느껴진다. '재시작'을 '다시 시작합니다.'로 쓸 수도 있고, '한 번 더 해볼까요?'라고 표시할 수도 있다. 그러면 선택지는 '아뇨'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럴까!'로 할 수도 있다.


최근은 딱딱한 표현보다는 대화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더 디지털 제품이 유희적인 목적보다 상거래와 행정에 사용되면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단어를 시스템이 마음대로 정의해서 증권 거래의 '매매', '매도', '매수'를 다른 말로 바꿨는데, 사용자가 다른 지식을 배우면서 이 용어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증권의 경우, 실제 물건을 팔고 사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사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면, 시스템의 사기와 팔기를 다른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병행해서 기억해야 한다. 한 시스템에서는 '사과'가 다른 시스템에서 '서괴'라면, 쉽게 만드는 일이 결국 어려워진다.


사용자는 고객과 조금 다르다. 사용자는 제품에 대해서 완전히 모르는 상태에서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사용자는 돈을 내지 않고 제품을 사용한다. 그리고 많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가치가 생긴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고객보다 제품에 더 많이 관여하고, 간접적인 데이터와 직접적인 행동으로 제품을 개선하면서 관계를 맺어간다.


더 나은 사용자 환경을 만드는 것이 UX라면, 서술이나 맥락 없이 단어를 바꾸는 것은 다크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플랫폼이나 시스템의 편의 혹은 목적을 위해서 글쓰기를 이용하는 것은 결국 언어를 통제하는 일고, 언어를 통제하는 일은 사용자의 세계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일이다.


마케터와 UX 직군의 글쓰기가 달라야 하는 것은 UX 직군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최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맥락에서 사용자가 시스템의 상황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가와 다르고, 방송작가와 다르고, 마케터와 다르다.


특히 브랜딩이 점점 강조되고,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그룹이 생기면서 브랜드를 선호도에 따라 라이프스타일로 달라지고 있다. 사용자와 제품의 관계는 점점 긴밀해지면서 시스템에서 사용된 글의 내러티브는 중요해진다. 사용자와 접점에서 더 깊은 감정적 교감을 하는 콘텐츠와 기능에서 UX Writer의 입지는 더 강해질 것이다.


UX 분야는 전체론적인 관점과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며, 협업을 기반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UX와 관련된 직업의 명칭은 계속 변하지만, 제작에 필요한 기술의 목록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글쓰기도 이제 필수적인 기술이 되었다.


생각을 누가 잘하는지는 들어봐야 알 수 있고, 들은 말이 맞는 말인지는 글을 봐야 알 수 있다. 맞고 틀리는 게 중요하진 않지만, 글을 쓰는 것은 본질에서 멀어 보이는 일 같지만, 생각의 근본에 가장 가까운 일이다. 많은 제품이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분위기와 메시지, 단어에 대해서 사용자에게 긍정적이고, 사회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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