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공포 토크쇼 '심야괴담회'가 정규 편성이 되었다. 연예인 패널들이 시청자가 보낸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파일럿 당시 혹평도 많이 받았다. 언제 적 귀신이냐고. 요즘 세상에 귀신이 뭐가 무섭냐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분명 그랬다. '전설의 고향'부터 시작해 그 시절 우리를 밤잠 설치게 만들었던 '토요미스테리 극장'과 '이야기속으로', 그리고 여름이면 찾아오던 각종 납량 특집 방송들은 모두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 정규 편성은 '무서운 귀신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증명한다. 무서운 사람 이야기는 뉴스에서 보는 걸로 충분하잖아.
여기엔 괴담을 낭독하는 연예인 패널 외에도 두 명의 패널이 더 등장한다. 역사 속 괴담을 풀어내는 심용환 작가와 괴담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곽재식 작가가 그들이다. 이 중에서 시청자들은 특히 곽재식 작가에게 불만이 많다. 무서운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치고 들어와, 무리한 과학적 해석을 들이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공중파 방송에서 무턱대고 미신을 조장할 순 없기에, 괴담을 여러 각도에서 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괴담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는 맥을 끊고 '괴심'을 파괴하는 공공의 적일뿐이다.
정규 편성 1화 중 '분신사바' 이야기가 끝나자, 여지없이 괴심 파괴자가 등장했다. 그는 '발표 편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구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결과만 모아서 논문을 발표하기 때문에 편향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괴담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 분신사바가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묻히고, 기이한 경험을 한 이야기만 부각되어 널리 퍼진다는 말이었다. 이에 게스트로 나온 하도권 배우가 말했다.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있는데, 증명해낸 것만 가지고 전체를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냐고.
나는 무서운 이야기가 좋다. 소름과 함께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서늘함이 좋다. 하지만 귀신의 존재를 믿느냐면, 나는 믿지 않는다. 만약 믿는다면 이를 즐기지 못했겠지. 중요한 건, 귀신을 믿지 않을 뿐, 없다는 건 아니라는 거. 누가 귀신의 존재를 속단할 수 있을까? 전기차를 타고 5G 스마트폰을 써도, 귀신보다 더한 것들이 뉴스를 장식해도, 여전히 미스터리한 일들은 일어나니까. 귀신이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처럼, 귀신이 없다고 증명할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