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이상한 병이 있다. 다른 회사의 '과일 로고'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병. 그것이 전자제품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번엔 생수 회사다. 애플은 조젯(Georgette)이라는 생수 회사의 로고가 자사의 로고와 매우 유사하다며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애플의 주장에 따르면, 이 로고가 머그컵이나 보온병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플 굿즈와 혼동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애플 굿즈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로고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이 주장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08년을 예로 들면, 애플은 프리피어(Prepear)라는 회사에 '잎사귀가 달린 과일 로고'를 쓰지 말라며 소송을 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플과 비슷한 로고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건 '사과'가 아니라 '배'였는데도 말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소송으로 직원이 5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스타트업은 큰 위기를 맞이했고, 글로벌 청원 사이트에서는 애플을 비난하는 청원에 27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렇게 과일 로고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애플이 '명품 브랜드 전략'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매끈하고 간결한 제품은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고, 이런 이미지가 오랜 시간 축적되어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만든다. 그리고 애플의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주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사과 모양의 로고'다. 만약 과일 로고를 가진 회사가 사회적, 도적적으로 물의를 일으킨다면? 조금이라도 비슷한 로고를 보고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애플을 떠올린다면? 그래서 애플은 자사 브랜드에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짝퉁은 명품을 먹고 산다. 그리고 명품은 짝퉁 시장 때문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짝퉁이 많기로 유명한 구찌(Gucci)를 보자. 구찌는 2020 F/W 시즌에 Fake/Not 컬렉션을 선보였다. 가방 앞쪽에 FAKE라고 대문짝만 하게 적어놓고, 뒤에는 NOT이라고 적어놓았다. 심지어 2018년 리조트 컬렉션에서는 GUCCI 대신 대놓고 짝퉁 로고(GUCCY, GUCCIFY)를 박아 넣기도 했다. 애플도 무조건적으로 억지 소송을 낼 게 아니라, 이를 받아들여 재해석해볼 순 없을까? 잡으려면 감쪽같은 짝퉁 에어팟부터 잡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