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현상을 향한 나의 자세
요즘 가장 즐겨 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이다. 기안 84와 덱스, 그리고 빠니보틀이 함께 인도를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여행지인 인도의 다양한 모습과 그곳을 여행하는 3인의 서로 다른 모습이 재미있다. 특히 여행크리에이터들에게도 매우 높은 난도로 꼽힌다는 인도를 아무렇지 않게,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기안 84의 여행기가 가장 인상적이다.
특히 인도는 극강의 빈부격차를 보이는 곳으로 유명한데, 이들의 여행기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현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바라나시에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 수도 뉴델리에서도 여행자를 따라가며 구걸을 하는 어린아이들, 그리고 9,000억 자산가이자 모디그룹의 회장.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겠으나 인도의 이런 빈부격차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 시대에서 제도적으로 빈부격차 자체를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하여 우리에게 과제를 주는 것 같다. 내가 빈자에 속하느냐 부자에 속하느냐에 따라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분명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각자의 처해진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이런 차이는 더욱 커지고 오히려 상대를 향한 증오가 커지지 않을까 싶다.
부자들은 빈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가진 부와 사회적 유리함을 나눌 수 있는 관점을, 빈자들 또한 부자들을 향한 증오와 박탈감에 몰입되지 말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세우고 지킬 수 있는 관점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물론 이런 것들이 가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라는 것이 필요하겠고, 이런 뻔하디 뻔한 역지사지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쉽지 않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너무 절망적이고 비겁한 것 같다. 독립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독립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 영원할 것 같던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유럽의 시민들, 무언가를 향한 끊임없는 갈망이 만들어낸 결과들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보고 있는 문제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보면 위와 같을 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의 다양한 군상을 경험해 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이 좋고, 여행은 나를 지적으로 살찌운다. 평생을 여행하며 지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