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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데미안 Jul 14. 2023

7월 12일 수요일

나의 첫 파리


대학교 4학년 교양수업으로 ‘건축문화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하였다. 이때 교수님께서는 프랑스 건축물을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어 주셨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아름다운 건축과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한 학기의 짧은 수업이었지만 프랑스에 대한 로망이 이때부터 자라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0년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혼여행지로 프랑스 파리를 고려하였으나 12월 초에 떠나야 하는 시기를 감안해 보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파리가 가장 아름다울 때 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애써 아껴두었다. 그리고는 13여 년의 시간이 지나 2023년 7월 ‘파리가 가장 아름다울 때’ 파리에 첫 방문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정의한 파리가 가장 아름다울 때라는 것은 파리가 가장 파리다울 때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럼 파리다움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생각에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상이 ‘자유’와 ‘낭만’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가장 파리다울 때는 바로 7월 14일 파리 혁명 기념일인 바스티유 데이가 있는 7월이라고 생각한다.


파리 시민들의 자유를 향한 적극적인 외침과 저항,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얻어낸 자유에 대한 당당한 자부심이 파리를 자유와 낭만의 상징으로 만들어 낸 것 같다. 나는 이런 파리의 모습이 참으로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11월 파리에서는 수차례 테러가 발생하여 130여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공공장소에 나오는 것을 자제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파리 도심의 한 복판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한 시민을 인터뷰한 장면을 보았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시민의 말을 떠올려보면,

“이렇게 밖에 나오면 위험하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위험하다고 몸을 숨기고 집안에만 있는 것은 테러범들이 원하는 바이다. 파리는 테러범이 원하는 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평소와 같이 이렇게 나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최근 방한한 영화배우 톰크루즈도 대역 없이 위험한 연기를 펼치는 그에게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두려움을 안 느낀 적은 없습니다. 두렵기 때문에 안 한 적이 없는 것이죠.”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하는 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는 당당하면서도 낭만적인 파리시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고, 그렇게 파리를 동경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오늘은 장장 14시간의 비행으로 파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내일부터는 파리의 곳곳에 녹아 있을 자유와 낭만의 숨결을 찾아다녀보려 한다.


See you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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