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니스홍 Oct 27. 2019

문제

안 되는 일

해도 안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길이 안 보이고, 아무리 시도해도 실패만 한다. 나는 안 되는 일을 붙들고 있는게 아닐까. 되지도 않을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게 아닐까. 거듭되는 실패에 자신감만 잃는다.

살면서 마주치는 문제들은 그 해결이 꽉 막힌 경우가 많다. 그것을 묘사하려고 위 그림에는 두껍게 깔린 아스팔드 바닥을 그려놓았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란 두꺼운 기득권일수도 있고, 유리천장일수도 있고, 사고방식일수도 있고, 기존의 관습이나 지식일수도 있다. 오래 묵은 것일수록 두껍고 단단해서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흡집도 나지 않는다. 


아스팔트는 그 단단함 덕분에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 와중에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잘 바뀌지 않는 통에 사회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관습은 같은 속도로 변하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관습은 문제를 일으킨다. 문제시 되는 부분이 단단할수록, 반대로 그것을 깨부수었을 때 큰 가치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그 단단함을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개인의 영역에서든 조직의 영역에서든, 문제란 언제나 막다른 벽처럼 느껴진다.


위 그림의 왼쪽에는 나무뿌리를 그려놓았다. 아스팔트 아래에서 전체를 들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쓰데, 아스팔트를 밀어올리는데는 실패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오른쪽 모양처럼 아스팔트 속에 씨앗이 심기우면, 뿌리를 내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아스팔트 도로를 깨부수고 위로 밀어올린다. 둘의 차이는 작은 영역에 힘을 집중했는지의 여부일듯 하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것보다 단 하나의 문제, 그 중에서도 아주 사소한 것에 온 힘을 쏟아붓다 보면, 세월이 흘러 아스팔트에 균열을 만들고 어지간한 영역을 밀어올리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그 때가 되면 원래 씨앗이 힘을 쏟아붓던 영역 밖의 아스팔트도 같이 밀려나게 될 것 같다. 작지만 단단한 씨앗이 나중에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글을 쓴다면 책을 쓰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을 혼신을 다 해서 쓰고,

그림을 그린다면 전시회를 열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선을 혼신을 다 해서 그리고, 

악기를 연주한다면 콩쿨에 입상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건반을 혼신을 다 해서 누르고,

사소한 것에 혼신을 다 하여 단단하게 밀어넣는 세월이 길어지면, 그제서야 아스팔트가 꺾여나가는게 아닐까.


아이들은 같은 만화의 같은 장면을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한다. 이것도 움켜쥐고 저것도 움켜쥐겠다는 넓은 욕심이 아니라, 작은 하나를 반복해서 몸에 새겨넣으며 자란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생활반경이 넓어진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자연히 여러 군데로 주의를 분산하게 되는데, 그러면 여러 일을 처리하는 대신 한 가지를 단단하게 해내기 어려워진다. 스타트업이 혁신을 일으키는 모양새란, 두꺼운 아스팔트를 겉에서 두들기는 게 아니라 단단한 씨앗이 되어 안에서부터 밀어올리는 모양새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표현, 필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