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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가 이색 Sep 28. 2022

게으름에 관하여

  , 이제  전문 분야가 나왔군. 어릴  지혜의 샘에서 회당 9기니에 나를 목욕시켜 주었던 아저씨는 나처럼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아이는 난생처음 본다고 하셨어. 가엾은  할머니도 기도서 활용법을 알려주시다 우연히  깨달음을 얻으신 적이 있었지. 내가 하지 말아야  일을 기어코 해서 걱정시킬 확률은 제로인 대신 해야만 하는 일도  해서 복장 터지게 만들  분명하다는 사실이었어.


  그런데 결국 할머니 예언의 절반은 빗나가게 만든 꼴이 되어서 나로서도  안타까워. 하늘이여, 용서하소서! 나는 타고난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아야  일의 상당 부분을 완수했거든. 그래도 내가 해야  일도   거라던 예측만큼은 완벽하게 실현했다고 장담할  있어. 게으름은 언제나 나의 최고 무기였지. 그렇다고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거나  생각은 없어. 이건 그냥 타고난 거니까. 이런 재능을 지닌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어. 물론 나태하거나 느려터진 사람은 넘쳐나지만 진정한 게으름뱅이는 드물지. 양손을 주머니에 꽂고 하릴없이 어슬렁댄다고  게으름뱅이가 아냐. 오히려  반대지. 진정한 게으름뱅이의 가장  특징이 뭔지 알아? 항상 눈코   없이 바쁘다는 거야.


  할 일이 쌓여 있지 않다면 게으름 피우는 걸 즐길 수가 없어. 진짜 할 일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1도 재미가 없거든. 그럴 때는 시간 낭비도 직업, 심지어 최고 빡쎈 직업으로 둔갑하지. 게으름은 키스와도 같아서 훔쳤을 때 가장 달콤한 거야.

작가 제롬 K. 제롬

  수년  내가 젊었을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어. 감기에 호되게 걸렸던  제외하면 그다지 호들갑  일은 아니었던  같은데 의사가  말이 있어서  심각한가 보다 했었지. 이미   전에 병원에 왔어야 하고 (무슨 병이었건 간에) 일주일만 그대로 방치했으면 큰일 났을 거라고 하더라고. 무슨 병인지 끝까지 진단은  해주면서 하루만  늦었어도 치료가 불가능했을 거라니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했어. 우리의 의학 가이드, 철학자이자 친구였던  의사는 마치 드라마  영웅 같았어. 매번 결정적 순간에 아슬아슬하게 등장해서 이런  운명인가 보다 했었지.


 , 말했다시피   아파서  달간 벅스턴에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어. 그곳에 머무는 동안  무엇도 해선  된다는 강력한 경고와 함께. “당신에게 필요한  휴식이에요, 완벽한 휴식.” 의사가 말했지.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났어. “ 남자는  불만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 나는 이렇게 중얼대며 머릿속으로 꿈같은 시간을 그렸지. 약간의 병세가 가미된 4주간의 달콤한 빈둥거림이라니! 이때 중요한  병세가 심각하면  된다는 거야.  시간을 시적으로 만들어줄 만큼,  그만큼의 고통에 불과해야 하지.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 초콜릿을 입에 넣고는 슬리퍼와 가운 차림으로 아침 식사를  거야. 정원의 해먹에 누워 멜랑콜리한 결말이 기다리는 감성 소설을 읽다 보면 손에 힘이 없어 책이  떨어져 버리겠지? 그래도 꼼짝 않고 누워 아련한 눈빛으로 창공의 짙은 파랑, 그리고 하얀 돛단배처럼  속을 가로질러 가는 양털 구름을 응시하는 거지. 귓가에는 새들의 즐거운 노랫소리와 나무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말이야. 혹시 문밖을 나서기도 힘들 만큼 쇠약해지면 1층의 열린  앞에 베개를 놓고 기대앉아 한없이 지친 기색으로 지나가는 예쁜 여인들의 흥미를 유발할 거야. 다들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지.


  그리고 하루  번은  바쓰체어를 타고 열주列柱로 가서 물을 마셔야 . ,  ! 그게 어떤 물인지 아는  없었을  나도 막연히 좋을 줄만 알았어. “ 물을 마신다  자체가 뭔가 있어 보이고  여왕스러워서 나라면 당연히 좋아할  알았거든. 그런데 ! 3-4 정도 아침마다 마시고 나니까 아주 죽겠더라고! “미지근한 쇠를 먹는  같다   웰러의 말은 엄청나게 점잖게 표현한 거였어. 어떤 환자한테 완전히 나을 때까지  물을 매일  잔씩 마셔야 된다고 하면 금세 털고 일어날걸?   물을 6 연속으로 마셨다 거의 죽을 뻔했어. 그러다 머리를 써서 독한 브랜디에 물을 살짝 타서 준비했다 이어서 마시니까 한결 낫더라고. 이후 저명한 의료 종사자 분들이 해주신 말씀에 따르면 물에 함유된 철분을 알코올이 완벽하게 상쇄해 준대.  그대로  뒷걸음질 치다  잡은 격이지 뭐야.


  그런데 “물을 마신” 건 기념비적인 그 기간 동안 겪은 지옥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어. 그 한 달은 단 1초의 예외도 없이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이었지. 의사의 지시를 떠받드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와중에 그나마 집과 정원을 멀뚱히 바라보거나 바쓰체어를 타고 두 시간 정도 외출하는 게 위안이 됐어. 사실 그것만 해도 지루함이 어느 정도는 해소됐거든. 격렬한 운동과 거리가 먼 내게는 바쓰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도 꽤 흥미로웠어. 보기만 하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스릴이 타고 있는 내내 느껴졌지. 은근한 긴장감이 지속되다 움푹 팬 곳이나 자갈을 새로 깐 길이 나오면 순간 온몸이 경직돼. 지나쳐 가는 모든 차량이 내게 달려들 것 같아 겁나기도 하고. 또 언덕을 오르거나 내려가기 전에는 무릎에 힘이 없어 나자빠질 걱정부터 하게 되지. 실제로 그럴 확률이 높기도 하고 말이야.

바쓰체어

  하지만 이런 기분전환도 조금 지나고 나니 심드렁해지고 도저히 견딜  없는 권태감이 밀려왔어. 이제 더는  되겠더라고. 본래 그리 강인한 스타일도  되니 무리하지는 말자고 생각했지. 그래서 20 일째 되던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근사한 식사를 하고 곧장 킨더 스카우트 발치에 있는 헤이필드로 향했어. 아름다운 계곡을 통과하면 닿을  있는 헤이필드라는 작은 마을에 가니 어여쁜 여인이   있더라고. 적어도 그때는 예뻤어.  명은 다리 위에서  지나쳐 가며 웃었던  같고 다른  명은  앞에서 얼굴이 빨간 아기에게 일방적으로 키스를 퍼붓고 있었지. 하지만 그것도 벌써 수년  일이라 지금은   무뚝뚝하고 괴팍한 아줌마가 되었을  분명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돌을 깨는  노인을 마주쳤는데 그걸 보니 온몸이 근질근질해져서 술을 한잔 사줄 테니 내가 대신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친절한 노인이 흔쾌히 응해  덕분에 나는 3주간  막혀 있던 에너지를 모조리 쏟아부었고 노인이 온종일 붙들고 있는 것보다  많은 일을 30 만에 해치웠지. 그렇다고 노인이  시기하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렇게 한번 시작된 일탈은 점점 걷잡을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어. 매일 아침  산책을 다녀오고 저녁에는 파빌리온에서 악단의 연주를 들었지. 그런데 무슨 짓을 해도 시간은 너무  가서 마침내 마지막 날이 밝았을  눈물이   지경이었어. 뼈마디까지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벅스턴을 떠나 진지한 일과 삶이 기다리는 런던으로 한달음에 돌아왔지. 저녁에 헨던을 지나치는 길에 기차 밖으로 보이던 거대 도시의 눈부신 화려함에 마음이 어찌나 따뜻해지던지. 택시가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벗어날 때는 털털대는 엔진 소리가 다른 어느 음악 소리보다 훨씬 감미로웠어.


    달간의 빈둥거림은 결코 즐겁지 않았어. 나는 빈둥대면    빈둥대는  좋지 달리  일이 없어서 빈둥대는   적성에  맞더라고. 삐딱하다고 해도 어쩔  없어. 하루빨리 답변해야  서신이 사상 최고 쌓여 있을  등에 불을 쬐며  있는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고 처리할 일이 산더미 같을   어느 때보다 저녁식사를 오래 . 뭔가 급한 일이 있어서 유독 일찍 일어나야    평소보다 30분씩  누워 있고 말이지.


(본 글의 저작권은 번역가 이색에게 있으며 무단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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