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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일 Sep 24. 2024

기계는 고장나고, 사람은 병들고.

 올해, 많은 물건들이 하나둘씩 고장 났다. 처음에는 컴퓨터가 켜지지 않았고, 이어서 커피 로스팅 기계가 멈췄으며, 냉장고는 더 이상 냉동을 하지 못했다. 커피 머신의 물은 약하게 흐르고, 전기자전거는 중간에 멈추었다. 나는 이러한 문제들 앞에서 지혜를 발휘해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더 이상 고치지 못할 것은 과감히 포기했다. 컴퓨터는 파워 교체 대신 시디롬 연결을 해제하는 방법으로 되살렸고, 로스팅 기계는 버리기로 했다. 커피 머신은 새로운 펌프를 구입해 다시 작동하게 했고, 냉장고는 결국 새로 사기로 결심했다. 전기 자전거의 고장은 아직 원인을 파악 중이다. 오늘은 애플 키보드의 ‘ㅡ’ 버튼이 눌리지 않는다. 먼지가 들어간 듯하다.

 기계는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고장 나게 마련이다. 마치 사람도 병들고 노쇠하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생명체든 무생명체든, 모든 것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원자의 대부분은 텅 비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본질적으로 ’공(空)’하다. 하지만 이 ‘공함’이 허무나 무의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어떤 법칙과 논리에 의해 움직이고, 작용하며, 존재한다. 이 법칙과 논리가 어그러지거나 깨질 때, 기계는 고장 나고 사람은 병들며, 결국 그 존재는 사라지게 된다.

 이치와 논리를 아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깊이 이해하는 일은 삶에 있어 필수적이다. 우리는 그 이치와 논리의 힘으로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의 문명을 만들고 발전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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