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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일 Jun 25. 2019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르겠지만, 저는 여행지에서 감동을 느끼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천년 된 고찰을 다녀와도 그곳의 멋진 문화재들을 보고 돌아와도 별 감동 없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 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어느 정도 학습이 된 상태인데도  감동하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나는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봐도 그냥 돌덩어리 같은가? 떨리는 마음도 없고 재미도 없는가?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사물들과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천년 고찰에서 그 절과 석탑을 만든 사람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면 지붕에 올려진 기왓장 하나에도 절 주변에 무덤 같은 잔디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여행지에서 감동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원래 목적했던 여행과는 다른 부분에서 감동을 종종 느낍니다. 전혀 예상 치 못했던 사물 같은 데서 말입니다.  예를 들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느티나무를 봤을 때, 아니면 아주 작은 나비가 꽃에 매달려서 꿀물을 힘차게 빨아들일 때의 모습이라든가, 빗방울이 오랫동안 바위에 떨어져 낸 커다란 돌 구멍을 보았을 때 저는 전율을 느낍니다. 250년 넘게 산 느티나무는 사람이 공장에서 뚝딱 만들 수 있는 사물이 아닙니다. 250년 전부터 땅속에 작은 씨앗이 움터 작은 줄기가 되고 작은 나무가 되고, 점점 거대해지면서 지금의 나무가 된 것입니다. 빗방울이 바위를 뚫어 만든 구멍에도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가집니다. 보잘것없는 힘이 오랜 시간을 거쳐 엄청난 힘으로 나타나는 것! 그것이 저에게 감동을 줍니다. 나비는 어떠한 가요? 저렇게 아름답고 작은 몸집을 가지고, 스스로 훌륭한 비행을 하면서 꽃과 식물들을 지구 곳곳에 번식시켜주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스스로 분해도 됩니다.  게다가 대롱으로 힘차게 꿀물을 빠는 모습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릅니다. 과학자가 만든 나비 로봇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요?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 여행의 매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감동이 늘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흠이지만,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려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올해는 지인의 추천으로 보령 머드팩 축제에 갈 예정입니다.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광란의 춤을 추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현실은 다르겠지요. 여기서는 어떤 예측하지 못할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어떤 감동이 있을까요? 아무런 감동이 없을 수도 있을 겁니다. 피곤한 몸을 대중교통에 맡긴 채 집 근처로 조용히 운반될 때, 후회의 감정이 밀려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그런 것이 여행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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