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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일 Sep 20. 2019

청딱따구리, 키위의 조용한 죽음

청딱따구리, 키위는 지난여름, 낯선 동네로 이사 와서, 딱딱한 나무껍질을 아침저녁으로 파내어 손바닥만 한 작은 집 한 채 장만하였습니다.  옹골찬 나무속이 집을 짓기에 쉽지 않았지만, 키위는 뻐근한 목을 참아가며, 두통을 이겨내며 나무 집을 지었습니다. 미래에 이 포근한 집에 태어날 아기 새들을 생각하며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가을이 되었습니다. 알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끼도 태어났습니다. 기뻤습니다. 먹이를 사냥해서 둥지로 돌아올 때마다, 솜털 같은 새끼가 조그만 분홍빛 부리를 오물거리며 먹이를 받아먹을 때 그녀는 행복했습니다. 지난여름의 노동은 다 보상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서. 어서. 자라거라>


그녀는 새끼들에게 줄 먹이를 부지런히 구하러 날고 또 날았습니다.

새끼가 커서 자신의 날개 양옆에서 함께 비행할 그날을 상상하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빈 들판을 날았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눈부셨습니다. 대낮인데도 눈부신 별빛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유리로 된 아름다운 하늘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습니다. 부리에서 꽁지까지 강렬한 번개가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질 때,  그녀가 떠올린 것은 아직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릴 작고 여린 새끼들의 모습들.

그녀는 죽는 순간에도 눈을 감지 못합니다.

 



작은 힘이 큰 뜻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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