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다고 걱정 말자
다이어트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 TOP3에 아마 '정체기'도 포함되지 않을까. 먹는 걸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체중계 무게는 꿈쩍도 안 할 때 다이어트 의욕은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이때 흔들린다고 한다. 어차피 빠지지도 않는데 라면 하나 끓여먹지 뭐. 유산소 60분 지겨운데 30분만 하지 뭐. 이런 식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야 포기하면 또 할 수 있지만, 구덩이에 빠진 듯 갑갑한 하루하루는 좀체 버티기 힘들다. 땅을 파고 기어오르기 위해 힘을 다해 보지만 아직도 구덩이에서 흙만 파고 있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털썩 주저앉게 된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난다. 스스로에게는 다시 올라갈 힘을 모으는 시간이라고 합리화하게 되나 솔직히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불현듯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손톱 밑이 까지는 고통과 엉덩방아 찍는 패배감을 다시 맛보기 두려워 그렇게 세월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갑자기 추워지고 연말이 다가오니 올해 나의 모습은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변한 것 같기도 한데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나이 먹을수록 새롭게 시작하는 건 왜 이리 어려운 건지.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이 무섭기도 해"라고 말하는 것도 나약해 보여 더 이상 내키지 않는다. 이럴 때면 차라리 수능처럼 인생 모의고사를 분기별로 봤으면 좋겠다.
"올해 3분기 인간관계 점수는 2분기보다 20점 빠졌네? 업무 성과 점수는 10점만 더 채우면 100점이야. 남은 두 달 동안 문제집 풀고 그대로 적용해봐 점수 오를 거야"
오늘 운동을 하며 한 유튜버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그걸 망한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늦은 나이에 10년 동안 무한 축적기를 보냈습니다. 그 이후에 더 행복한 삶을 살았어요. 30대보다 60대의 인생이 더 풍요롭고, 할 줄 아는 것도 더 많아졌답니다"
정체기라고 다이어트를 포기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나아지는 게 없다고 모든 걸 놔버리면 오히려 후진하기 십상이다. 그럴 땐 그냥 '무한 축적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느덧 앞자리가 바뀌어버린 몸무게처럼, 내 부족함은 옅어지고 행복감과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가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