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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호영 May 17. 2019

[책 리뷰]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의학, 요양, 그리고 재활의 새로운 길을 묻는다

처음 이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 난 큰 반발이 들었다. "왜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도전적이고 피하고 싶은 질문을 던지는 책을 선물했을까? 난 죽고 싶지도 않고 죽음을 생각하기도 싫은데 이걸 선물한 저의가 뭐지? 사실 이러한 반발심은 이 책을 섣불리 열어보지 않게 했다. 꽤 몇 달간 내 서재에 묵혀있고 난 후에야 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죽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두렵고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달 전에 이 책을 우리 회사의 진급자들에게 선물했을 때도 내가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그때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 책을 읽기를 꺼려했다. 그만큼 '죽음'은 우리가 언급하거나 듣는 것조차 꺼려하는 주제이다. 


이 책은 책 제목만을 보면 상당히 철학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따분한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책으로 오인하기 쉽다. 어쩌면 이 책의 원 제목인 "Being Mortal"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무거운 주제인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번역한 번역가 혹은 출판사의 책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죽움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대안들은 철학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이 저자가 의사인 만큼 의학적이면 임상학적인 대안,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의학의 발전은 사람들을 오래 살게 만들고 있다. 신약개발과 연명치료의 발달로 인해서 사람들의 죽음은 어떻게든 연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단지 그 시간을 연기시킬 뿐이고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명제 하에 우리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자신의 가장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에서 마지막 1개월을 살 것인가? 아니면 불행하고 힘든 마지막 1년을 살 것인가? 그러한 갈림길에 대한 우리의 선택을 묻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요양과 재활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기존의 요양 시스템에서는 노인들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효과적인 보호장치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사람은 자립심을 잃어버릴 때 급격히 약해지고 급격히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라는 것이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많은 사례들로부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육체적인 보호에 치중하다 보니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립성과 존엄성으로부터는 오는 정신적인 성취감의 효과를 현재의 시스템은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위엄과 자존감"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좋은 표현이지만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에게는 "다루기 힘든"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현대적 효율성에 기반으로 한 현대 요양 시스템 하에서는 인간의 "위엄과 자존감"보다는 "관리되기 쉬운", "사고가 나지 않을 것 같은" 것이 선호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사람의 "위엄과 자존감"을 잃어버릴 때 개개인의 행복지수는 급격히 떨어지고, 그것은 육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임상적인 연구 결과를 들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용기"를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이 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읽은 나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였을대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현재는 영어로 "Present"이다. 이 단어는 "선물"이라는 단어어로도 사용된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 일분일초가 모두 선물같이 소중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삶의 끝을 인정하고 남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특히 우리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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