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그이의 생각이었는지 출판사의 약삭빠름이었는지 측근이 아니니 알아낼 길은 없다.
몇 달전 작가 최영미 씨가 SNS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그이가 어떤 호텔에 자기가 한동안 머무를 수 있는 방을 제공해 주면 그 호텔을 멋지게 홍보해 줄 수 있겠노라는 제안을 했다나 하는 것과 어쩌다 소문이 퍼졌는지, 퍼뜨렸는지 모르지만 몇몇 네티즌이 그이에 대해 무슨 그런 공짜 좋아하는 천박함을 드러내느냐는 식으로 비난을 가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점잖아서인지 아니면 그 엉큼한 기획이 목적을 달성했다고 여겨서였는지, 구설수치곤 싱겁게 끝난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 구설수에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최영미의 책을 샀다. 그 해프닝을 다룬 인터넷 기사를 읽던 중에, 구글이 그랬는지, 다음이 그랬는지, 공교롭게도(?) 그때까지는 모르고 있던 최영미의 신작에 대한 광고가 튀어 나왔던 탓이다. 기사를 읽다 말고, 인터넷으로 그의 신작을 주문했다. 최영미 씨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다는 몇 십 편의 시를 가벼운 일상어로 해설한 그의 글은 대개 읽을 만 했다. (실은 나보다 아내가 더 진지하게 읽었다. 아내는 한동안 그 책에 소개된 예이츠의 시구 하나를 카톡의 상태 메시지로 해 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책 뒷부분쯤 가서 도로시 파커가 나왔을 때 나는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SNS 공방이 오가던 중 최영미 씨가 ‘자신은 여생을 호텔에서 지냈다는 도로시 파커가 생각나서 호텔 측에 그런 제안을 해 보았던 것일 뿐‘이라고 썼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물론, ‘발칙한’ 마케팅에 넘어가 책을 산 나도 그리 억울하지는 않다. 오십 넘어 아직도 감성적인 글이나 장면을 보면 가슴 콩캉대는 나나, 근거가 불분명한 젊을 적 낭만에 엮여 듣기 번거롭고 틱틱거리는 LP판의 아날로그 감성이 그립다며 새삼스레 턴테이블을 사 내놓으라는 아내나,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는 우리의 계획이나 의도 때문에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표지 - Dorothy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