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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계영 Feb 22. 2016

Rainy days never say goodbye

학교 다니던 시절, 과학 과목을 무척 좋아했다. 물리, 화학-생물은 빼고- 모두 즐겼다고 생각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힘이나 상호 작용,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모델링하고 그 원리를 설명하면서 쉽사리 잡히지 않는 우리 세계의 비밀을 설명하려고 애쓰시던 선생님이나 안 보이는 것을 이해하려고 낑낑대던 우리나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지구 과학은 조금 달랐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 어디서나 보이는 물과 바람, 그리고 태양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것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


개중 제일 좋아한 부분은 단연 기상학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서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봄비나 소나기가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속도로 떨어지는지, 첫조카의 발그레한 볼을 스치던 산들바람이 왜 불어 왔는지, 가슴 뻥 뚫어주는 천둥 소리, 번개며 벼락이 어떻게 그토록 웅장하게 내리치는지를 얼핏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그건 오싹 소름돋는 전율 그 자체였다. 태풍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게 되거나, 학창 시절엔 들어보지도 못 했다가 나이 사십 넘어, 여름 대양 바닷물의 이상 고온으로 인해 비 많이 오는 엘니뇨가, 그 반대 현상으로 라니냐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도 그 느낌이란 ‘알게 된 축복’에 대한 찬양에 다름 아니었다.


삶의 예기치 않은 굴곡은 그 변화무쌍함이 지구 대기의 기상을 닮았다. 세상이 어려운 시절을 왜 “비 오는 날(rainy day)”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하게 된 것은 나이 한참 들어서였고, 흐린 날씨나 비 오는 날을 더 좋아하던 어린 나에겐 한낮 땡볕을 선사할 뿐이었던 태양이, 왜 “오, 나의 태양! (O Sole Mio)”이란 찬송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는지 공감하게 된 것도 오십이 넘어서다.


성경은 백 살이 안 된 인간은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말한다.(이사야 65:20) 그러니 백 살 안 된 내가 맑게 갠 저녁 하늘보다는 묘한 음산함 드리운 포연(砲煙)같은 구름속 붉은 노을을 더 낭만적으로 보거나, 여전히 궂은 날씨를 더 좋아한다고 해도, 혹은 좀 더 나이 먹고 나서야 햇빛 찬란함과 햇볕 따스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해도, 배울 것 한없이 많고 오늘보다는 더 행복한 내일이 기다려지는 나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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