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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위의청년학교 Jan 04. 2022

나의 그릇을 깨고 다시 만든다.

길 위의 청년학교 전건우

"길 위의 청년학교"는 사회변화를 꿈꾸는 청년들이 모여있는 플랫폼입니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회를 혁신하고자 하는 '청년'으로서 지역에 살아가고자 합니다. 함께 연대하고 학습하는 18명의 청년들이 길 위에서 꿈꾸는 변화를 연재합니다.

나의 걸음의 시발점-청소년 활동


 나의 이름은 전건우다. 세울 건, 벗 우로 스스로 강건하고 널리 벗을 두어 행복한 인생을 살라는 뜻이다. 외할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덕분에 주위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중 최고의 복은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학교 선배의 권유로 달그락 에서 ASPECT 기자단을 하게 되었다. ASPECT 기자단은 새전북신문사와 MOU를 맺어 청소년들이 인터뷰, 취재 등을 통해 작성한 기사를 신문 지면에 실어 사회에 알리는 청소년 사회참여 활동이다.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 밤길 안전, 누가 지키죠.”, “방치하면 땅 값 오를까?” 등의 기사를 썼다. 그리고 복지·안전 분과 분 과장을 맡아 정책제안을 하면서 군산시의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군산시에 특화된 안전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 쉼터 설립”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지방선거 이후 군산시장이 뽑히고 나서 우리가 제안한 청소년 정책의 일부가 반영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 이런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관한 관심을 가졌고, 사회문제라는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는 과정 중 정책제안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를 목격하면서 청소년 참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달그락으로 인도해준 학교 선배와 달그락 친구들 그리고 담당 이경민 간사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기자단 부대표로서 활동하고, 정책제안도 하고, 친구들과 놀고, 슬럼프도 겪어봤다. 이런 일들 속에 항상 사람들이 같이 있었다.


 특히 담당 간사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관에서 다른 청소년들 사이에서 나의 소문이 좋지 않게 퍼져서 인간관계의 힘겨움을 느껴 슬럼프를 겪었을 당시, 담당 간사님께서 직접 시립도서관까지 찾아와 격려와 지지를 해주셨다. 그리고 간사님이 청소년 시기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음을 이야기 해주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는데 이때,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 얼마나 선생님이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고 우리를 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후 슬럼프를 이겨냈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또한, 간사님의 청소년을 위하는 마음, 청소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지지대 역할을 하고 함께 사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그래서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출소자와 함께 하는 삶을 꾸다.


 올해 7월 서울특별시에서 청년희망일자리사업을 발표했는데 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쳐 사업을 수정한 일이 있었다. 이는 이 사업의 대상자에 ‘수형자로서 출소 후 6개월 미만 자’라는 출소자가 포함되어 있었고, 일자리 사업 근무지가 학교여서 많은 부모들이 항의해 출소자가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부모들 대부분이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범죄자가 무슨 말이냐?’와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대 의견들은 그저 자녀 걱정과 출소자의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그 이유는 청년희망일자리 사업의 경우 랜덤추첨을 통해 1차 대상자를 선발하고 이후 면접을 진행하므로 강력범죄 및 성범죄자는 탈락되고 심사숙고 후 선정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학교에서 성범죄자는 일을 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항의 전화로 인해 이 사업의 대상에서 출소자가 제외되면서 사람들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2차적 처벌을 가한 것이다.


 청년희망일자리사업을 계기로 사회에 깔린 출소자의 인식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사회에선 모든 출소자를 중범죄자로 일반화하며 차별을 넘어서 혐오하고 출소자 자녀에게까지 낙인의 대물림이 이어진다. 또한, 부정적인 언론보도로 인한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고 사람들이 언론에서 보이는 부정적인 측면만 인지하게 된다. 실제 네이버에서 ‘출소자’를 검색해본 결과 출소자를 지원한 인물의 기사, 출소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사로 나뉘었고 출소자에 관한 긍정적인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이를 통해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는 대학생 보호 위원회 활동이 중요함을 다시금 상기했다.


 대학생 보호 위원회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지원하는 활동으로, 대학생의 특징인 같은 세대 간 소통의 자유로움을 활용하여 청소년 대상자 또는 보호대상자 자녀에 대한 지원 및 보호사업 홍보 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2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출소자를 지원하는 복지가 있다는 생소함이다.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대학생 보호 위원회를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봤는데 출소자를 지원하는 교정 복지와 이를 담당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을 처음 들어보면서 궁금증이 생겼다. 1학기에 사회복지개론을 수강해 어느 정도 사회복지 분야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생소해 뭔가 모르게 경험해보고 싶었던 끌림이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잘못된 생각의 인식 개선이다. 우리 동네에 출소자가 살고 있다고 소문이 났는데 나는 그저 출소자가 무섭고 피하고 싶으며 사회악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마음이 가슴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이게 과연 옳은 생각인지,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다시 되돌아보고자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학생보호위원회를 하면서 총 3가지의 활동을 했는데 출소자를 위한 활동(출소자 인식 개선 캠페인), 출소자를 지원한 활동(합동결혼식), 출소자와 함께한 활동(사회성 향상 프로그램) 이렇게 3가지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출소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이제 출소자는 나에게 있어 일상 속에 존재하고 그냥 사람이며 지속적인 탈피를 하는 존재이다. 출소자라는 프레임만 씌우지 않으면 우리가 걷는 길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가 씌운 출소자라는 낙인을 떨쳐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발전하는 사람들이다.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출소자와 함께 하는 삶을 살면서 이들의 삶의 환경과 이야기에 대해들을 수 있었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사회로 표출할 수 있었다. 출소자들이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우리 삶 속에서 배제되지 않고 그저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삶을 꿈꾼다. 이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며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고 자신의 주위에 힘과 용기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는 세상임을 알리고 싶다.


꾸준한 관심과 멈추지 않는 발길

 사회적 기업을 탐방하기 위해 작년 겨울 대구로 향했다. 사회적 기업 성장지원센터(소셜캠퍼스 온)와 공감게스트하우스 이렇게 두 곳을 방문했다. 특히 공감게스트하우스가 기억에 남았는데 이곳은 북한이탈주민에게 복합교육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또한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면서 필요한 인력으로 이탈주민을 고용한다. 이 두 곳을 방문하면서 사회적 기업들이 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대구에서 돌아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보는 과정인 리빙랩 프로젝트를 했다. 이 당시 삼풍참사, 세월호 참사 등과 같은 사건들이 하나의 이슈로 지나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우리가 잊은 날’이라는 앱을 기획했다. 이 앱은 사람들에게 잊어서는 안 되고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할 일을 상기시켜 주는 앱이다. 또한, 가치 있는 일을 공유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앱을 통해 하나의 이슈로 지나가버린 사건과의 관계자를 위로하고 더 이상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사회에 알리고자 힘썼다.

리빙랩 프로젝트가 끝나고 교수님에게 연락이 왔다. 리빙랩에 이어서 ‘사회혁신 인턴쉽’ 사업을 진행하는데 한번 참여해보지 않겠냐고 말해주셔서 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리빙랩에서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보는 과정을 했다면 인턴쉽 사업은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및 사회적 기업에서 한 달간 업무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일하게 된 곳은 ‘LUZ’라는 이름을 가진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방을 만드는 회사였다. 첫 주에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가방에 대한 이해를 중점으로 일을 배웠다. 일하는 시간에만 공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퇴근 후 집에 와서 따로 공부했다. 그리고서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시각장애인 가방을 펀딩에 올리는 데 필요한 펀딩 스토리 제작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다. 펀딩에 대해 접해본 적이 없었으며 시각장애인에 관해 공부했어도 만나서 이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펀딩 스토리를 쓰게 된 첫날, 막막하게 노트북을 부여잡고 글을 쓰다가 퇴근하게 되었다.


 집에 와서 고민하다가 3시간 동안 눈을 감고 활동해보기로 했다. 눈을 감은 채 씻기도 해보고, 외출도 해보고, 핸드폰도 해봤다. 그러자 눈이 안 보이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게 되었다. 무엇을 하든 불안하고 무서웠으며 일상생활만큼의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펀딩 스토리를 써 내려갔고 시각장애인과 일반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 달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회에는 아직 내가 겪어보거나 공감하고 있지 못하는 사회문제가 많음을 깨달았다.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기에는 아직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음을 느꼈다. 하지만 정말 한 사람이라도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그마한 실천을 옮긴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한 발자국이 됨을 느끼기도 했다.

헛걸음이라도, 이상을 찾아서


 이런 고민을 하면서 내가 꿈꾸는 사회를 설정할 수 있었다. 내가 꿈꾸는 사회는 청년들이 삶의 주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관계를 형성하고 이런 관계로 인해 자연스럽게 타인의 삶을 관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내가 꿈꾸는 사회와 동떨어져 있다. 청년들의 정치문제 관심 정도를 나타낸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청년들이 정치문제에 무관심 한 정도가 50%가 넘는다. 이를 통해서 현재 청년들이 사회적인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함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심각한 취업난으로 스펙에만 열중되는 사회로부터 기인되고 이로 인해 청년들의 정체성과 삶의 주체성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현실을 바라보면서 과연 어떻게 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 의문을 고민하던 중 길위의청년학교을 통해 나의 이상을 사회에 반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길청 동료들, 소장님, 지역사회, 지원활동가 분들이 지지해주고 연대하기 때문에 희망이 보였다. 이 관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더욱 구체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길청에서 나는 관계 속에서 힘을 얻고 단단한 거목이 되는 거름을 얻고 있다.


 나는 길 위의 청년학교를 도자기 공방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도자기 공방에서는 하나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마찬가지로 길청에서도 나의 그릇이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도록 크고, 깨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만드는 공방이라고 생각한다. 길청에서 조금씩 새로운 그릇을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금 향하고 있는 길이 막다른 길이라도 그 길 속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 토마스 에디슨의 말, “어떤 것이 당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잠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법과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고 터득해나가고 있는 나와 우리 동료들을 응원한다.


길 위의 청년 1,2호 잡지에 수록된 청년비전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2호 잡지는 현재 텀블벅 펀딩중입니다. 얼리버드로 할인 된 가격에 예약 가능하니 한번씩 살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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