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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현 Sep 20. 2016

은행의 채팅Bot 활용? 아직 멀었다

-잊지 말자, 은행업은 돈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파고의 위력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전세계로 생중계된 이후 지금까지, 산업군별로 AI의 잠재력을 추정하고 해당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은행업도 예외가 아닌 바, 올 초 Robo-Advisory 도입 열풍이 불고 난 후, 잠시 잠잠했던 은행업의 AI활용이 최근 메신저를 활용한 Chat Bot으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4월 Facebook이 페북메신저의 API를 공개하면서 개발자들이 페북메신저 생태계 안에서 Chat Bot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기점으로, BofA가 페북메신저 내 Chat Bot 개발 및 상용서비스화를 선언한 상태이고, 그에 앞서 올해 3월 Amazon과 Capital One은 Amazon의 Echo디바이스에 탑재된 AI 엔진인 Alexa를 통해 고객이 구두로 Amazon에서 구매한 거래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고 발표했다.

이런쪽에서는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는 중국도 이미 중국은행, 공상은행, 초상은행 등 대형은행이 이미 WeChat 플랫폼에 Chat Bot을 설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해외 상황을 벤치마킹한 국내 은행들도 서둘러 메신저 플랫폼 내에 Chat Bot을 설치하거나 아예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여 Chat Bot을 설치하겠다는 사업계획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금융업 밥을 20년정도 먹었고, 신사업/사업개발/Fintech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해 온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최근 Chat Bot 등 AI 관련 fever는 뭔가 사업의 ABC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밀리듯 진행된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먼저, UX의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뢰성/보안성/운영의 복잡성 등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없이 그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선진성에 너무 큰 방점을 둔다는 점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기 마련이거늘...

다음으로, 돈을 다루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보수적일수 밖에 없는 은행업의 본질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그러하다. 예를들어, 일반적인 고객관리, 전자상거래시 주문 등에 Bot을 이용하는 고객이 별다른 저항감 또는 망설임 없이 금융거래에도 Bot을 이용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라고나 할까....


암튼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차에, 며칠전 Forrester Research에서 최근 (8월 31일) 발간한 "Bots Aren't Ready To Be Bankers"라는 따끈따끈한 Short Paper를 구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AI와 관련해서 머리 속을 머물던 고민들을 비교적 Clear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옮기자면,

 

첫째, 현재 AI 기반의 Chat Bot 기술 수준은 아주 기초적인 User의 Q&A에 대해서도 잘못된 응답을 내놓는 일이 허다한 수준이므로 Chat Bot을 통한 고객의 은행거래 처리는 최소 2~3년이 지난 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 보고서에 첨부되어 있는 아래의 페북메신저의 Poncho Bot 사례가 현재Chat Bot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페북메신저 챗봇 Poncho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두번째,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하기를 가장 꺼리는 영역이 금융영역임을 감안할 때, 타영역에도 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Chat Bot이 금융, 특히 은행거래 영역에 선제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는 터무니 없다는 것.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AI관련 사업기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huddle 중의 하나는 만약 고객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다. 마치, Driveless Car가 전체 교통사고는 줄이겠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할 때 그 책임을 누가 지느냐'라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huddle이 되고 있는 것처럼...


세번째로, 보고서의 저자 Peter Wannemacher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은행업이 AI와 관련한 Technology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다만, 은행의 API를 열고 타 산업영역에서 충분히 검증된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AI관련 은행업의 마땅한 포지션이라는 것.


개인적으로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저자의 두번째, 세번째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고객의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은행업은 본질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Technology를 실험하는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믿음이다.


그럼, 앞으로 2~3년간 은행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저자는 친절하게도 3가지의 Recommendation을 보고서 마지막에 정리하여 전달한다.

데이터 구조를 batch processing에서 real-time으로 신속히 전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한 AI기반 서비스를 위해서 필수적

수년간 누더기가 되어 온 계정계 시스템(legacy system, built in-house with various compoenets "bolted")의 digital core banking 시스템으로의 전환

내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정리 및 3rd party로의 공개


웰스파고 스캔들로 은행영업의 기본원칙이 흔들거리는 상황에서 좀 한가하게 보이는 이슈일 수 있지만, 모두가 한 방향으로 뛰어가는 Herding behavior가 소위 Fintech/신사업 부문에 만연한 것 같아 한 번 정리해 본다.


P.S. 유료 보고서인 관계로 원본을 공개할 수는 없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개인적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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