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A 1년차의 고민
Fall semester가 끝나고, 잠시 멘붕에 빠졌었다. 한 학기가 끝났는데 뭐 별로 건질만한 소득이 없다는 자괴감, 남은 1년 반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등등… winter break 시작과 함께 2~3일간 깊은 겨울잠(?)을 마치고 내린 결론은 ‘평소 읽어보고 싶었는데 못 읽었던 책들을 한 번 읽어보자’였다. 목표는 3주간 3권의 책 읽기. 내일 개강을 앞둔 지금, 4권의 책을 읽어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Ann Arbor에 와서 가장 보람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각각에서 내가 얻른 take- away들을 정리해 본다.
1. ‘Ahead of the Curve’ written by Philip Delves Broughton: 하버드 MBA class of 2006 영국인 졸업생이 쓴 2년간의 MBA 생활에 대한 감상문. 신문기자 출신이라 그런지(물론 모든 기자들이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꽤 흥미롭게 잘 쓰여진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수업때 느낀 점, 미국인 classmate들에게 받은 인상, MBA 학생으로서의 윤리적 고민 등과 저자의 경험이 너무 흡사한 경우가 많아 소스라치게(?) 놀랐던 적이 많았다. 내가 왜 미국이라는 곳에서 쌩판 모르는 애들하고 MBA 과정 속에서 헤매고 있는지 다시 한번 초심을 돌아보게 해준 고마운 책. 특히 MBA를 준비하고 있거나, 합격 후 출국까지 시간이 있는 분들에게 강추하며, 현재 MBA과정인 분들에게도 자신이 어디쯤 와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일독을 추천한다
2. ‘End the Depression Now!’ witten by Paul Krugman: Paul Krugman의 글에서는 늘 선동가(긍정적 의미)의 냄새가 난다. 노벨 경제학상의 받은 소위 세계적 석학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슈에 항상 목소리를 높이는 한국에서 말하는 소위 폴리페서의 전형적 인물인데 교과서에 나오는 말들만 답습하는 한국의 그들과 달리 Paul Krugman은 항상 자신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에서 Krugman은 거의 탈레반식 케인지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를 support하기 위해 그가 동원한 수많은 이론과 연구논문, 통계 등은 그 방대함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미국 불황의 원인 및 진행과정을 보면서 한국에도 불황이 실질적으로 임박했다는 강렬한 징후를 감지할 수 있었고 대선이 끝나자마자 소위 보수 일간지에서 사설 등을 통해서 쏟아낸 ‘재정적자 반대, 선성장 후복지’ 논리들에 대해 개인적인 우려가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향후 5년간 한국사회에서 생각있는 liberal로 살기 위해서는 꼭 한번 읽어봄직하다. 근데, 이상하게 나는 Pual Krugman의 글을 읽으면 ‘유시민’이 생각난다. 이성적으로 완벽히 설득은 되는데 ‘진짜 그럴까? 그게 다일까?”하는 의심이 좀 남는…..
3. ‘The Lord of Strategy’ written by Walter Kiechel III: 이 책은 MBA blogger라는 blog를 읽다가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amazon에 급주문해서 읽게 되었는데, 현재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소위 ‘전략’이라는 개념의 생성과 함께 전략컨설팅사와 학계의 전략전문가들의 다양한 사상, framework들의 기원, 적용과 쇠퇴과정 등을 정리한 책이다. 수많은 전설적 컨설턴트, 마이클포터를 포함한 교수들의 ‘전략’에 대한 접근법을 고민하는 과정 등이 정말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컨설턴트가 되고싶거나 ‘전략기획’ 업무를 하고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근데 약간 현학적 영어문체로 읽기가 좀 용이하지는 않다는 함정이….
4. ‘American Icon: Alan Mulally and the Fight to Save Ford Motor Company’ written by Brice G. Hoffman: Winter A 과목인 관리회계 교수가 방학 중 숙제로 지정하여 동기의 kindle 계정을 빍려서 읽게된 책 (윤정 Thanks!). 강의가 Shit이라고 소문이 나 있어 기대는 안 하지만 이 책 한권을 소개 받은 것 만으로도 지금은 교수가 아무리 강의를 잘 못해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 제목에서 약간 냄새를 풍기듯, ‘미국 만세’의 느낌이 간간히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뚜렷한 Goal 설정과 체계적인 실행관리 (execution)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한국의 은행문화에 익숙한 나는 Ford의 보수적 기업문화, 사업부문간 silo, 경영진 내의 상호협력 미흡 등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고 Mullaly가 시행한 개혁의 방향성과 그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열정/추진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불황의 그늘이 엄습하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한 번 참고할만한 케이스일 듯.
쓰다보니 주절주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또 이렇게 정리해보니 책의 내용들이 다시한번 정리되는 듯.
혹시나 내 페북을 보게될 분들에게 한가지 더 tip을 전하자면, 책을 읽고 난 후 저자의 이름을 Youtube에서 검색하여 강연이나, 대담 내용 등을 보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Wrap-up하기 좋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가장 생산적으로 Youtube를 이용하는 방법일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