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다섯 동화 중 제일 먼저 엄지공주가 떠올랐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작고 예쁘고 여린 엄지공주의 이미지가 어려서부터 머릿속에 깊게 각인된 까닭일까. 그 귀엽고 아리따운 조그마한 소녀의 이미지를 그려보고 싶었다.
하도 어릴 적에 읽은 거라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찾아보니 의외로 엄지공주는 고달픈(?) 삶을 살았더라.
노부부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느닷없이 두꺼비가 납치해가고, 이후 풍뎅이, 두더지에게 또다시 납치를 당하다가 제비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우여곡절 끝에 엄지왕자를 만나 왕자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다시 읽어보니 참으로 아리송한 이야기였다.
이리저리 납치를 당하고 그저 누군가가 도움을 주기만을 바라는 엄지공주. 어려서 읽었을때는 그저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던듯도 하다. 하지만 동심을 잃고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이토록 수동적인 주인공 캐릭터는 조금 낯설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엔딩에 자신을 친딸처럼 돌봐준 노부부에게 소식 한번 전하지 않은 냉정함(?)까지 겸비한 작고 여린 엄지공주.
그래서 나름의 뉴 버전 엄지공주를 상상해보았다.
힘없고 연약하기만 한 어린 엄지공주가 납치를 당하지만 여차저차 능력을 기른 뒤 전사로 거듭나서 두꺼비 따위 다 물리치고 제비의 도움은 살짝 받아 왕자를 만난 뒤 행복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부모님께 돌아오는 것이 진정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은 엉뚱한 상상을 하며 내 맘대로 해석한 엄지공주. 자율성을 되찾은 그녀를 그리며, 비록 상상 속일 뿐이지만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그녀보다는 좀 더 도전과 위기극복 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