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글 쓰기
정말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TT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오른손만으로.
오랜만에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스 스케이트장에 갔다가 심하게 넘어지면서 왼쪽 손목이 골절되고 잠시 정신을 잃었어요. 구급차와 소방차가 출동해서 왼팔을 응급처치하고 부목을 대줬습니다. 미국에서는 구급차를 이용하면 백만 원 이상 나올 수 있어서 아들이 제 차를 운전해서 응급실(ER)로 갔습니다.
엑스레이 찍고 틀어진 뼈를 맞추고 다시 부목을 댔어요. 외과의사는 생각보다 심하게 골절되었다 말하고 정형외과에서 추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다치고 아프면 사소한 것 하나도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죠. 제가 오른손이 다쳤다면 이렇게 글을 쓰기 힘들었을 겁니다.
키보드로 한 손 타이핑은 정말 힘드네요. 처음 키보드 자판의 글자 위치를 익힐 때처럼 보면서 타이핑을 해야 합니다. 특히 저는 영문 키보드를 쓰고 있어서 한글 자판 배열을 종이로 프린트해서 보면서 타이핑해야 합니다. 뇌가 아닌 손가락이 배열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제 하소연은 이만하면 충분하고 환경 설정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네요. 이렇게 손목이 부러지고도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뉴스레터 발행을 최근에 시작했고 글쓰기 방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쓰게 됩니다. 글쓰기 방을 시작한 이유도 글은 쓰고 싶은데 혼자서는 잘 안되기에 함께해서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예상대로 다른 사람과 같이하면 더 쓰게 됩니다. 글방 멤버들과 챗GPT 관련 전자책을 공동집필 하기도 했죠.
환경 설정 기법은 수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운동, 영어, 공부, 다이어트 등 새해 계획으로 많이 잡는 것들이죠.
JTBC의 텔레비전 토크 쇼인 <비정상회담>에서 미국인 대표로 나와 유명한 타일러 라쉬(Tyler Rasch)는 6개 국어를 한다고 합니다. 그가 다른 언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환경을 그 언어로 바꾸는 겁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언어 설정을 배우고자 하는 언어로 바꾸고 웹 검색도 그 언어로 합니다. 또한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같은 미국인끼리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틀리더라도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죠. 서로 어눌하지만, 함께 대화하면서 서로 몰랐던 단어나 표현을 알게 됩니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죠.
환경 설정의 힘은 다른 사람과 연결되면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개인지식관리(PKM)에서도 닉 마일로가 강조했듯이 수집하는 단계를 줄이고 연결하고 개발하는 단계를 늘여야 가치가 증가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글쓰기 방도 처음엔 글쓰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다른 것도 함께 얻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툴, 추천하는 책, 독서법, 철학, 삶의 경험 등 혼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지식과 경험이죠.
원하는 게 있는데 오랫동안 하지 못했고 잘 안 되는 일이 있다면 할 수밖에 없는,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보세요. 저에게 2024년의 최대 화두는 ‘창조’인데 이런 환경 설정도 하나의 창조입니다. 창조는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나오지 않고 레고 블록처럼 쌓이고 연결되며 탄생합니다.
환경 설정의 첫 번째 단추로 ‘연결’을 생각해 보세요.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어떤 것과 연결할지, 어떤 사람과 함께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면 실마리가 보일 겁니다.
여러분의 창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