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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Mar 18. 2017

서른이 다 갔어요.

사실 좋아요.

서른이 다 갔어요.

사실 좋아요.


서른이 있는 한 해가 싫거든요. 

끔찍했다, 한 마디 덧붙여도 좋겠어요.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였어요.


계속 도망치려고 했고 사람들을 믿지 못 했어요.

잘 지내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마음이 없고 관심이 없는 서른이었는데

사람들 기분에 따라 예쁘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스물 일곱 다음으로 한강 위에서 검정이 예쁘단 생각을 했어요.

검정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을 때 있었어요.

한 발 떼고 반 발 다시 돌려놓길 몇 번 반복했죠.


아픈 사람이라고 계속 살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방향을 잃을 이유도 없고 다시 시작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요.


시월 어느 날 조금 기운을 차렸어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마음을 열고 있어요.


단단해졌다고 해야 할지 

무뎌졌다고 해야 할지 

사람을 다시 믿을 마음이 생겼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회는 이런 거야,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고

안 돼, 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고

사실 잘 모르겠네요.


가까운 사람들을, 나를 믿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오래 했어요.


나를 믿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멍청하게 당하지 않으려면

긴 시간을 지나야겠죠.


한 해 내내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이 있었어요.

그 일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깊게 가라앉았던 서른이 다 갔어요.

사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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