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좋아요.
서른이 다 갔어요.
사실 좋아요.
서른이 있는 한 해가 싫거든요.
끔찍했다, 한 마디 덧붙여도 좋겠어요.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였어요.
계속 도망치려고 했고 사람들을 믿지 못 했어요.
잘 지내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마음이 없고 관심이 없는 서른이었는데
사람들 기분에 따라 예쁘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스물 일곱 다음으로 한강 위에서 검정이 예쁘단 생각을 했어요.
검정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을 때 있었어요.
한 발 떼고 반 발 다시 돌려놓길 몇 번 반복했죠.
아픈 사람이라고 계속 살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방향을 잃을 이유도 없고 다시 시작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요.
시월 어느 날 조금 기운을 차렸어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마음을 열고 있어요.
단단해졌다고 해야 할지
무뎌졌다고 해야 할지
사람을 다시 믿을 마음이 생겼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회는 이런 거야,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고
안 돼, 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고
사실 잘 모르겠네요.
가까운 사람들을, 나를 믿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오래 했어요.
나를 믿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멍청하게 당하지 않으려면
긴 시간을 지나야겠죠.
한 해 내내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이 있었어요.
그 일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깊게 가라앉았던 서른이 다 갔어요.
사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