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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Mar 24. 2017

벌써 서른 한 살이 됐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왜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벌써 서른 한 살이 됐더라고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그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 동영상 따위로 만들고 싶어요. 그 사이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별 볼 일 없는 출판사 하나 열고 그 옆에 엽서 가게 하나 만들어서 글 쓰면서 작가 노릇하고 싶어요. 작지만 꿈이라면 꿈이에요. 왜 그 길까지 가는데 할 일도 배워야 할 일도 거쳐야 할 일도 만나고 헤어져야 할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지 잘 모르겠어요. “언제 돈을 벌 생각이야?” 묻는 질문 사이에서 이 이야기를 적고 있어요. 어설프게 살진 않았고 부끄러운 마음도 없어요. 이런 일상이 고맙고 행복해요. 벌써 서른 한 살이 됐더라고요. 잘 지냈는지 잘 지낼 생각인지 잠깐 주절주절 고민해보려고 해요. 졸린 눈을 껌벅껌벅 지켜내며 이 이야기를 적기로 했어요.


벌써 몇 년 전 이런 공간을 생각했어요. 일을 위해 일하는 공간 말고 놀면서 일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벌써 몇 년 전 이런 형태들을 생각했어요. 잔잔한 이야기를 다루고 별 일 아닌 길 위에서 만난 일상만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어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 기록을 사람들이 구독하게 하는 형태를 만들고 싶었어요. 벌써 몇 년 전 이런 연결을 생각했어요. 기술이 부족해도 아직 일을 하지 않아도 놀고 있어도 일을 연결하고 일을 찾을 수 있는 연결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이야기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아직 이루진 못 했어요. 번번이 실패했어요.


몇 살이었냐면 스물 한 살이었어요. 이틀 사이에 기사 스무 개를 쓰곤 했죠. 신문을 만들었어요. 편집국장이 일찍 됐는데 20개월 간 시키지도 않은 일을 계속 했어요. 판형을 바꾸고 이름을 새로 달고 사진기를 넣고 매킨토시를 들이고 인쇄소를 변경하고 기자 교육 자료를 만들고 배포대를 설치하고 준 지역 신문을 표방하기도 했어요. 공간에서 배드민턴을 쳤고 고기를 굽고 라면을 끓였고 밤이나 낮이나 사람들이 함께 머물렀어요. 계속 문장을 만들었고 문장에 얽힌 이해 관계자 거의 대부분을 만났어요. 계속 대화를 했어요. 거의 학교 곳곳 소식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이해했어요. 그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더 찾는 문장, 사람들이 더 머물게 되는 공간, 사람들이 기억하는 가치, 더 예쁜 모습, 함께 만드는 방향을 계속 나는 꿈을 꿨어요.


돈이 되는 일을 했던 시간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돈이 안 되는 일을 하면서 지냈어요. 길에서 책을 팔기도 하고 길에서 일상을 인터뷰 하기도 했어요. 제주도에서 쓰레기를 담는 병을 팔고 공항에 도서를 기부하는 무엇을 만들려고 시간을 쓰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손을 내밀면 시간을 써서 함께 고민했어요. 


그러게요. 뭐 하고 살았었냐면요. 군대에서는 F-15K 또는 F-4D 이륙하는 사진 조금 찍고 수많은 증명사진을 찍었어요. 판교에 있는 어느 기업에서는 천 명이 넘게 근무하는 사무실을 지키는 마지막 1명이 돼서 홍보를 하고 갖가지 기획을 했어요. 잡지를 준국방전문지라고 하면서 만들고 그 겉과 속을 3년 간 바꿔보려다가 실패하고 나왔어요. 2011년 스쿠터 빌리면서 얽힌 인연과는 2014년 다시 만나 벽지 긁으며 공간을 만들었어요. 새벽까지 전국일주 여행 기획을 하고 200가지 낭만을 만들었어요. 하나 더 있지만 이건 생략하겠어요. 연희동 마당 있는 공간에서 브랜드를 만들고 교육을 열곤 했어요. 공간을 만들고 다시 공간을 만들고 다시 공간을 만들다가 서울 몇 번, 제주 몇 번 거쳤더니 벌써 서른 한 살이 된 건 맞겠죠. 흔한 기획자이고 마케터이면서 계속 작가를 꿈 꾸면서 지냈을 뿐이에요. 판교에 있는 그 직장을 나오면서는 자리 잡기가 이렇게 긴 시간 걸릴 줄 몰랐어요. 25일에 월급 안 나오는 건 끝까지 적응이 안 돼요.


계속 빚은 늘고 기대하는 가족이나 도움을 건넨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별 걱정은 없어요. 그냥 다시 할 건데 그러면 무엇이라도 되겠죠. 지치고 무너지던 시간도 있었어요. 지금은 안 될지 몰라도 잘 될 것 같은 마음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실패했던 이유는 보통 사람이었는데요. 일이나 방향이 실패했던 적은 없었다고 믿고 있어요. 일은 어느 궤도에 계속 올랐어요. 방향은 계속 같아요. 이런 생각도 했어요. 긴 시간이 흘러서 이제 조금은 사람들이 의심보다는 기대를, 비난보다는 비판을 해주는 편이니까 상황이 더 낫지 않을까요. 사람을 잃지 않으면 덜 실패한다는 그 작은 문장 하나 얻으려고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는 아니예요. 어쩌다 왔죠 여기까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계속 비슷한 일상을 만들면서 지내고 있어요. 새벽까지 고민을 하다가 푹 쓰러져서 잠들곤 해요. 피곤했다가 다시 깨었다가 지내고 있는데요. 사실 계속 무엇을 할 계획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말할 생각이에요. 언제 돈을 벌 생각이냐고 묻는다면 계속 돈은 벌고 있었다고 말을 할 생각이에요.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말하면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왜 돈을 벌지 않냐고, 이런 방법이 있다고 나는 그랬다고 목소리를 밀어낼 뿐이죠. 틀린 부분만을 이야기 하려고 하죠. 돈을 벌려고 하면 꼭 그 순간에 어떤 사람들이 못 벌게 했다고 소리 질러버리고 싶지만 참겠어요. 돈이 되지 않는 건 이미 가득 ‘목욕탕’이란 이름에 몰아뒀기 때문에 지금이나 과거에 했던 일에는 돈이 되지 않는 일은 없었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수익을 목적으로 했어요. 큰 돈을 벌지는 못 했지만 돈을 벌지 못 한 적도 없죠. 이 긴 흐름이 곧 눈에도 보이게 될 시간이 오겠죠. 


일을 하면서 몇 가지 방향을 세운 적이 있어요. 사람들과 헤어지는 사람은 만나고 버리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겠다는 방향이 하나 있어요. 좋아하는 소재가 있으면 돈 버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으니 이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도 방향이에요. 그러니까 단순해요. ‘미안해’는 있어도 ‘꺼져’는 싫어요. 좋아하는 일이 없는데 돈만 벌고 싶으면 그냥 처음처럼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음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죠. 다시 이제 이야기를 털면서 지금 빚이 계속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써야 할까요? 미안한 사람들에게 하나씩 사과하는 이야기를 써야 할까요? 등을 돌린 사람들에게 다시 관계를 회복하자며 사과를 해야 할까요? 아니, 그렇지 않아요. 결국 돈을 벌 거잖아요. 결국 미안한 사람들에겐 사과를 했거나 할 거잖아요. 결국 등을 돌린 사람과는 다시 만날 생각이 없잖아요. 그런 고민은 필요하지 않아요.


이 이야기를 왜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아 멍청하게 살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정신을 붙잡고 덜 멍청해야겠다 생각하면서 글을 쓰고 있어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에서 두 달을 살았어요. 사람들이 가득 모였고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는 시간이었죠. 그 시간 내내 고민을 했어요. 불안하고 까마득한 시간들을 서둘러 지나고 싶었어요. 괜찮아 괜찮아 말하면서 그 고민들을 지났어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밤이에요. 다시 만드는 이 이야기는 조금 설레요. 몇 년을 돌아 다시 함께 일을 하는 동료도 있어요. 아끼는 사람들과 방향도 있어요.


벌컥벌컥 맥주 한 모금이 그렇게 시원할 때가 있잖아요. 그 밤이에요. 잘 지내고 있어요. 좋아요. 예쁘게 지낼 생각이에요. 벌써 서른 한 살이 됐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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