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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호 May 21. 2017

나는 마음이 없다.

관심이 없고 마음이 없는 1

아무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우울한 마음이 깊어질 때가 있었다.

이런 마음이 조금씩 더 짙어지면서 사는 일에 의미를 잃었다.

어떤 방법으로 일상을 포기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 검색하고 고민했다.


그때 이 글을 적었다.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억울하고 속이 끓어오르면서 다시 마음을 눌러 가라앉히는 일을 반복했다.
그 마음이 짙어서 속상했다.
처음 미워했을 때는 몇 가지를 떠올렸다. 되갚는 일과 손에 든 이득을 흔들어버리겠다는 다짐이었다.
몇 달이 지났을 때 다시 떠올렸다. 마음을 소모하기에도 아까운 시간이었다.

의미를 파고들면 한편으로 이해는 됐다.
사람을 돌이키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르는 것도 잘못이고 피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던 실수였다.
맞지 않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마음을 주고 시간을 쏟았던 잘못이었다.

미워하는 마음이 한계에 달했을 때 일을 멈췄다.
스스로 견뎠지만 아끼는 사람들이 다치고 있었다.
그 마음에 도달했을 때 밀려드는 무력감에 소름이 끼쳤다.
마음을 지나치게 줬으면서 스스로 잃은 건강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사실을 알았다.
어느 한계를 벗어나면서까지 했으면서 스스로 아끼는 사람들을 지킬 힘이 없었다.
이유를 모르고 흩어지는 어느 밤이 이어졌고 잠들 수 없었다.

미워해도 미쳐 날뛰는 것 말고는 제도와 환경 속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없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없어도 괜찮은 존재로 흩어지는 기분은 놀랍게 처참했다.
무엇을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올랐으면서 그때서야 현실적인 고민을 처음했다.
스스로 헛웃음이 터졌다. 거의 모두를 싫어하게 됐다.

사람들은 계속 웃는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며 도덕과 논리적으로 어긋나는 일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 했다.
말해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살아간다 생각했다.

일을 멈췄을 때 마음을 꾹 먹고 웃었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꾹 견뎌서 말을 꺼내고 웃는 일은 또 스스로를 위한 일이었다.
미워하고 이미 잃었지만 불편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긴 시간을 돌아 오랜만이다. 사람을 미워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겉은 그만 가꿔야지 생각했다. 비린내 나는 삶은 피곤했다.


보통 일상을 살게 되는 시간까지 거의 한 해가 걸렸다.


지나치게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됐다. 사람은 서로 다르다.

동의할 수 없으면 동의하지 않게 됐다. 짧은 생각으로 동의하면 긴 시간 후회하게 됐다.

해야 하는 말, 포기할 수 없는 방향은 잊지 않기로 했다.



쉽게 얻으면 쉽게 잃는다.

인연 하나를 지키면
사람들은 스스로 자리를 지켰다.

일을 하면서 돈 아닌 가치를 찾겠다고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거짓말 하지 않겠다고
돈을 쏟았다 모았다 뱉었다 마신다.

가끔 어떤 가치를 얻었는지 살피고
방향이 달라도 나아가 볼 필요는 있다는 사실을
몇 번씩 알아가고 있다.

인연을 몇몇 얻었다고 대단하지 않고
인연이 드물다고 소홀한 일은 없다.

이득인 줄 알았는데 손해였고
흩어지는 줄 알았는데 차올랐다.

나아가고 있다.


어쩌면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

실수가 있더라도 늦지 않게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있는 지금을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관심이 없고 마음이 없는'이라고 적겠다.


나는 관심이 없다.


크게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조금 아파도 크게 아파도 별 의미를 모른다.


나는 마음이 없다.


머리로 기억해서 마음을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이 움직여서 머리를 쓰게 되는 건 오래 전 이야기가 됐다.


조금씩 다시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마음을 믿고 있다.


서로 지쳤는지
서로 아팠는지 묻는 일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습관으로 하면 멀어지고
마음으로 하면 가까운 일이다.

얼마나 지쳤는지
얼마나 상처 얻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긴 시간을 돌아 회복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하는 일은 안다.

마음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일상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나는 덜 실수할 준비는 돼 있었지만 혼자는 싫었다.


먹고 살아야 했고

먹고 살아야 하면서 어설픈 일은 싫었다.

미뤄둔 일이 하고 싶었다.


그 남자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있는 새벽을 알고 있다.
그 새벽에 나는 당신을 만났다.

변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별별 사소한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나는 당신을
어쩌면 당신은 나를
외로운 새벽에 만나서
다행이다.

더 당신이 필요했고
나는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당신에게 그 외로운 새벽이 다시 온다면
그때 다시 만나면
그때 만나서 사소한 이야기 하면
좋겠다.

내가 당신 기억에 따뜻하게
당신이 내 기억에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다면
그 새벽 그 맥주 한 잔이 얼마나 시원할까.


나는 다시 새벽까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긴 시간 계속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어차피 쓰는 돈이라면 비슷하거나 덜 들지 모른다.

준비하는 과정도 기록하면 어떨까.

조금 멀리서 마음 편하게 준비하면 좋겠다.


그 남자와 나는

지금 치앙마이에 있다.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티셔츠 입고 다닌다.

Work Less, Get More 같은 단어에 신이 난다.


놀면서 일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왜 불안한지 살펴보고 있다.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하는지 찾고 있다.



이제 집을 떠난 지 10일,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계속 서로 고민했다.


일, 공간은 이런 의미예요. 지친 사람이 오면 기운을 얻고 아픈 사람이 오면 함께 아픔을 나누고 사람들이 모이면 술 아닌 이야기만으로 밤을 새우고 고민을 덜어내고 또 함께 꿈을 그리는 공간. 조금 더 알거나 조금 모른다고 누구도 서로를 구분하지 않고 단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중하고 의지하고 마음을 터놓고 사회에서 만날 수 없는 그런 인연으로 얽힌 조직을 바랐어요. 사회에서 귀 기울이지 않는 이야기, 꿈 그 무엇이라도 서로 믿고 응원하는 일, 공간을 생각했어요.


고민을 '공장공장'이란 이름으로 묶어서

웹사이트를 열었다.


http://emptypublic.com


낮과 밤이 모여 만든

익스퍼루트, 한량유치원, 공장공장,

장래희망은 한량입니다, 히치하이킹 페스티벌 등을 묶었다.


먹고 싶은 밥 먹고

꼬박꼬박 이자 내면서

가끔 집에 도움이 되면서

친구들 만나면 밥 한 끼는 살 수 있는 일상을 바라면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서로 묶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동의하면서 함께 일을 하고

빈 공간, 빈 시간을 함께 채우고 만들면서

말도 안 되는 실험을 해도 괜찮은, 그런 이야기를 만들 계획이다.


공장공장
EMPTY PUBLIC SPACE
空場共場


빈 공간, 함께 하는 공간
따로 또 같이
실험 주의자 양성




나는 잘 지낸다.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잘 지낸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처럼

조금씩 마음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이름도 이상한 '한량유치원'을 진행하면서 느꼈다.


누군가 그랬다. 이건 거대한 소꿉놀이 같다고. 아 맞다. 거대한 소꿉놀이 맞다.

시시하고 유치한 거대하고 꽤 그럴듯한 소꿉놀이. 그래서 무모한 소꿉놀이.


유치하고 무모했으며 말도 안 되지만

그냥 마음에 들어서 준비했고

생각나는대로 시작한 일이 '한량유치원'이었다.


그때 나는 느꼈다.


노래를 부르고 어깨를 기대어 만나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일상 밖으로 멀어져 갈 때 아쉽고 아프고 속상했다.



그 남자와 나는,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준비와 함께 글을 적기로 약속했다.


어떤 글을 적을까 고민했다.

어떤 목적을 두지 않고 글을 계속 적기로 했다.

지난 글을 불러오면서 보통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보여줄 것을 걱정하지 않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찾는 방향과 가치를 다시 정리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시작이면 좋겠다.

나는 반대 의견 만나는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바람이 있다면 누군가 내가 비롯되는 일로 인해

굴을 파고 숨는 일은 덜 만들고 싶다.


만들게 되더라도

늦지 않게 생략한 일을 기억하고

다시 서로 회복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다.


의견에 대한 대답은 생략하고 마음을 담지도 않았으며
피해는 줄이려는 그 이상한 문장을 보면서
나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 일로 제한해서 믿게 됐다.

보통 부당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거의 숨고 생략한다.
피곤하다고 외면하면 그 일은 시작하지 않았어야 한다.
가끔 생략할 수 있지만 습관을 들이고 싶진 않다.

누구나 반대 의견을 만나면서 지낸다.
비난이 목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면
그 의견에 대해 도리를 갖춰 대응해야 한다.

상대에게 의견을 꺼내는 일이 생각보다 더 어렵고
상처가 되고
책임을 포함하는 일임을 이해해야 한다.

예상처럼 그 일들을 꺼내고 일상이 불편했다.
굴을 파고 회복하고 있다.


고민은 계속 비슷했다.


우리 사회는 어느 날부터 사람 개개인이 가진 가치를 이해하기보다 돈으로 사람 가치를 매기길 습관처럼 반복했습니다. 돈으로 매길 수 있는 가치는 참이고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는 거짓이 됐습니다. 꿈은 헛것이 됐고 헛것은 돈으로 포장이 되어 상업적으로 이용됐습니다. 헛것이 모이면 그것은 권력이 됐고 권력을 쓰는 사람은 반복적으로 그 힘을 축적하며 보통 사람들과 그들을 구분하고 없는 가치를 있다고 강요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그냥, 보통 글을 적고 싶다.

그러니까 벌써 글은 끝났다.



생각이 났다.

지난 가을, 문장을 묶었다.


이름은 '관심이 없고 마음이 없는'으로 붙였다.

PDF 파일 하나를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말해야지- 했는데 늦었다.

계속 늦기에 지금 그대로 마무리 하기로 했다.


관심이 없고
마음이 없는

박명호


링크:

https://drive.google.com/open?id=0BxFKLDFvEdhzZWJENmxXRmhLd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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