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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눈 Feb 08. 2022

내일모레 일흔이라고 기죽지 말아요

68세 할아버지가 꽤나 트렌디할 수 있는 이유


친구는 나이를 넘어선다. 마크(Mark Bang, 영어 이름)와 나는 5년 지기 절친이다. 서른여덟의 나이 차이는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그리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늙게 살아서일까, 아니면 마크가 젊게 살아서일까. 카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약속을 잡는데, 보통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거나 전시회에 함께 가기도 한다. 마크와 클럽 데이트 빼곤 다 해본 것 같다.


간결하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어색하지 않겠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나도 그랬다. 카메라 앞에 앉아있으니 적잖이 불편한 모양이었는데, 괜스레 연발하는 헛기침에서 어렴풋 소년의 풋풋함 같은 게 보이기도 했다. 그보다 마크 안에는 대체 뭐가 있길래 그토록 열정적인 일을 쫓으며 살게 하는 것일까. 잘 알던 친구가 오늘따라 낯설게 보였다.






만희: 안녕하세요 마크. 카메라 앞에 있으니 어색하네요. (웃음)


마크: (헛기침) 목이 바싹 마르네요. 물 좀 주시겠어요?


만희: (웃음) 보통은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잖아요. 오늘은 스튜디오에 앉아 계신데, 기분이 어떠세요?


마크: 예상보다 많이 어색하네요. 카메라가 뭐라고 참. 얼마 전에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었어요.


만희: 증명사진이요?


마크: 네. 다음 달에 서울시 50 플러스 중부센터에서 강의를 하거든요. 거기 제출할 증명사진을 찍었어요. 제가 이민생활했던 뉴질랜드를 소개합니다. 만희도 꼭 오세요. 점심 사드릴게요. (웃음)


만희: 좋네요. 오늘 마크의 이민생활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그럼 천천히 시작해볼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마크: 안녕하세요. 서울 동작구에 거주 중인 68세 시니어, 방억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마크라고 불러주세요. 우리나라 정보통신업체에서 해외영업 담당자로 20년간 근무했고, 2000년도에 뉴질랜드로 떠나 호주에서까지 총 13년간 이민생활을 했습니다. 2013년도 말에 귀국해 현재는 시니어에 관한 공부와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만희: 오랜 기간 이민생활을 하셨네요. 가족들과 함께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이민을 결정하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마크: 경험이 제일 중요한 자산이라 여기고 살아왔어요. 이민은 정말 큰 도전이었습니다. 며칠밤을 새어 고민했는데, 이때가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아내와 상의 후에 살던 아파트를 팔아 돈을 마련했습니다. 그 당시 아이들도 있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어요. 익숙한 곳을 떠나가야 한다니 청천벽력 같았겠죠. 그래도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둘 다 만족하며 지내고 있네요. 아들놈은 호주에서 자리를 잡아 방송국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음... 그리고 돌아와서 생각해보니까 제 욕심이 컸던 것 같기도 했어요. 항상 마음 한편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삽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을 거예요.


"항상 마음 한편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삽니다."


만희: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사신다니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책임감과 그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마크: 나이가 들다 보니까 입어도 춥고 먹어도 기력이 없어요.(웃음) 보통은 책상 앞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서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봅니다. 요새 좋은 강연이 많이 나와있어요. 너무 많아서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강의만 듣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라테는 말이죠.(웃음) 심지어 이 모든 강의가 공짜라니까요. 날도 춥고 코로나도 무섭고, 집에서 방콕 합니다. 방콕이 최고예요.


만희: 방콕만 한 게 없죠.(웃음) 외부에서 이런저런 활동도 많이 하시잖아요. 며칠 전에도 라디오 녹음하고 오셨다면서요?


마크: 우리 동네 라디오라고, 모 방송국에서 하는 시민 참여형 팟캐스트예요. 저랑 친구들 몇 명이서 우리 동네 서울을 낱낱이 소개하고 왔습니다. 조만간 업로드되니까 만희도 듣고 꼭 후기 남겨주세요. 링크 보내드릴게요.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웃음)


만희: 꼭 들어볼게요. 매번 마크한테 전화하면 꼭 어딜 가시는 중이더라고요. 제 주변에 가까운 시니어분들이 꽤 계신데, 그중에 마크가 제일 바쁘게 사시는 것 같아요.


마크: 어쩌다 보니 좋은 기회가 많이 오더라고요.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겠죠.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합니다. 날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워요. 서울시 50 플러스 재단이라는 곳이 있어요. 저 같은 시니어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예요. 퇴직, 은퇴 후의 전직이나 소자본 창업도 컨설팅해줍니다. 저는 비즈니스 영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국제 콘퍼런스에서 수행통역이나 의전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마음만 먹으면 우리 같은 시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걸 찾아 나서야 해요.


만희: 요새 구직난이 심각하잖아요. 청년은 물론이고 시니어도 일자리가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사례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크: 코로나 펜대믹이 한 몫했죠. 자영업자도 힘들지만 학생이나 일반 직장인도 어려울 거예요. 모두가 힘들죠. 저는 직장에서 은퇴한 지 꽤 됐어요. 고맙게도 아들딸이 매달 용돈을 보내줘서 밥도 먹고, 고기도 먹고 합니다. 그래도 제 돈벌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는 움직일 수 있는 체력도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머리도 있으니까. 제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야겠다는 거죠. 주변 친구 중에는 은퇴 후에 걸어서 하는 배달일을 시작한 도 있어요.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고 일석이조라고 합디다. 일에는 귀천이 없다잖아요. 어떤 일이든지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으면 그만이에요.


청년 구직난이 심각한만큼 시니어 구직난도 심각합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살기가 좋아져서 점점 건강하게 늙는 시니어들이 많아졌어요.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죠. 주변에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녀야 해요.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분명 어딘가에 또 다른 기회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시니어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만희: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럼 조금 다른 문제인데, 청년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맞나.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크: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에요. 감사한 일이죠. 저는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없었거든요. 찾아볼 여력도 없었던 것 같고요. 학교 졸업 후에는 돈을 벌어야겠으니 무작정 갈 수 있는 회사에 취업했어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했으니까.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어떤 계기로 이민 생활을 시작했던 거예요.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사실 크게 상관없어요. 그래도 살아보니까 인생 짧지만 깁디다.(웃음) 하고 싶은 일은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오기도 해요. 그걸 꿈이라고 해둡시다.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 지 아는 게 중요해요.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하는지. 무얼 잘하고 무얼 못하는지. 언제 행복하고 언제 불행한 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찾아가세요. 최대한 많은 걸 해보세요. 아르바이트도 좋아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나이가 찼다 싶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꾸준히 버텨보세요. 남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취미생활도 많이 해보시고 기회가 된다면 여행도 다녀보세요.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예요. 꿈 말이예요. 이건 꼭 직업이 아니어도 돼요. 자아를 실현하는 일일 수도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일 수도 있고요. 제가 하는 말이 꼭 정답은 아니에요.(웃음)


만희: 저는 늘 하고 싶은 일이 었었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도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여행도 종종 다녔었고요. 그리고 지금은 마크와 인터뷰를 하고 있네요.(웃음) 요새 MBTI가 유행이잖아요. 제 끝자리가 J라서 그런지 거의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는 게 자연스러운데, 씁쓸하게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일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더 잘 된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요.


마크: 당연하죠. 세상엔 계획대로 되는 게 많이 없어요. 씁쓸해도 어쩔 수 없어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가요.(웃음) 다른 사람 마음도 내 마음과 같지가 않아요.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불행한 일이 행복을 가져온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당장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해도 분명 다른 기회가 있어요. 거기서 깨닫는 배움도 있을 거고요.


"당장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해도 분명 다른 기회가 있어요."


만희: 상당히 낙천적이신 것 같아요. 마크도 MBTI 테스트해보셨나요?


마크: ESFJ에요. 사교적인 외교관형이라네요. 다양한 사교 모임을 즐겨가요. 없으면 만들기도 하고요. 저 같은 타입은 주위 사람들한테 관심이 많고 남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면서 행복을 느낀대요. 얼추 비슷한 것 같아요. 눈이 침침해서 테스트하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웃음) 자꾸 엉뚱한 곳을 클릭해서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버리더라고요.


만희: 그래도 마크처럼 디지털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한 시니어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니어는 그런 환경에 익숙하지가 않잖아요. 매장 무인 판매기나 인터넷 뱅킹 같은 것들이요. 저희 부모님도 오히려 불편해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마크: 맞아요. 디지털 문화에 서툴다 보니까 1~2분이면 해결할 일을 1시간씩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이용하면 훨씬 편리하게 살 수 있는데, 익히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만희: 시니어 디지털 교육과 관련된 활동도 하고 계시죠?


마크: 네. 어르신 돌봄 서비스라는 봉사활동을 하나 하고 있어요. 시니어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매장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은행이나 병원, 각종 공공시설에 동행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코로나 백신 QR체크를 할 줄 몰라서 불편함을 겪기도 해요. 같은 시니어의 입장에서 도움을 드리다 보니 훨씬 잘 도와드릴 수 있어요. 필요한 부분이 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만희: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칫하면 사회에서 도태되거나 소외될 수 있잖아요. 전에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한 노부부가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시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제가 2층에서 다 먹고 내려왔는데도 그대로 계시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여쭤봤는데 계산을 못하겠다면서 난감해하셨어요. 설상가상으로 사람이 붐빌 시간이라 계속 뒤로 밀려나셨다고. 도와드리면서 울컥했던 기억이 나요.


마크: 현실이에요. 생각보다 그런 시니어들이 많아요. 농어촌은 더 심각해요. 이런 문제로 우울감을 겪거나 고독사하는 노인들도 많습니다. 기력은 약해지는데 돌보아줄 사람은 없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할 일은 없어지니 우울함에 건강이 더 빠르게 나빠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해요. 젊은이든 노인이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노인은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니 웬만한 일에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기도 해요. 그건 틀린 말이에요. 시니어에게도 관심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끔 적절한 교육이 필요해요. 가까이에 그런 시니어들이 있다면 꼭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니어에게도 관심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만희: 생각 이상으로 시니어 문제가 심각하네요.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마크: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제가 시니어가 되고 보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저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정보화 교육을 수강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가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제가 익힌 걸 같은 처치에 놓인 시니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죠. 막상 배우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만희: 저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알아봐야겠어요. 평소에도 마크와 얘기하다 보면 참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요. 특히 연륜에서 오는 혜안이나 지혜 같은 거요. 저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요.(웃음) 그럼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로에게 잘 맞는 배우자를 찾는 방법이라든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한 꿀팁이라든지.


마크: (웃음) 저도 만희랑 얘기하면서 많이 배웁니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이라... 글쎄요. 그건 제 아내의 생각을 먼저 물어봐야겠는데요.(웃음) 아내와는 직장 생활하면서 만났어요. 사내커플은 아니었어요. 제가 일하는 회사 맞은편 건물이 아내가 일하는 곳이었죠. 아는 형님이 다리를 놓아줬어요. 솔직히 그 당시에는 누구나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였어요. 만희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희: 꼭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지만, 결혼이 주는 이점이 단점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긴 해요. 혼자 보단 둘이 낫고 같이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저희 부모님을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웃음)


마크: 좋은 분들이신가 봐요. 결혼도, 비혼도 모두 선택이에요.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고요. 요즘 시대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잖아요. 부모라고 해서 자식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도 없어요. 저도 부모 된 입장에서 보면 제 자식이 결혼을 했으면 하죠. 결혼 적령기를 넘기지 않고 괜찮은 사람을 만나 좋은 가정을 꾸리길 바라요. 하지만 시대가 변했잖아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는 거고 아님 마는 거고.(웃음) 우선 자기 일에 집중해야 해요. 자기 길을 걷다 보면 우연히 좋은 인연을 마주치기도 해요. 주변의 지인을 통해 소개받을 수도 있고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할 수도 있고요.


만희: 좋은 인연을 알아보는 기준이라는 게 있을까요?


마크: 그건 사람 따라 다르죠. 성격이나 가치관이 기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스펙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할 수도 있죠. 스펙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이 무가치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도 있겠어요. 무엇보다 서로 대화가 잘 돼야 해요. 같이 살다 보면 크고 작게 부딪히는 일들이 많아요. 좋은 날 보다 힘든 날이 더 많을 수도 있고요. 그런 갈등을 극복하려면 서로 대화를 잘해야 해요. 싸우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사는데. 그걸 얼마나 잘 극복하고 이해하면서 사느냐에 달린 거죠. 그래서 대화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말이 잘 통하는 상대와 결혼한다면, 그래도 실패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만희: 한 사람과 평생을 같이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 같고요. 혹시 지금 68세의 마크가 20세의 마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마크: (웃음) 글쎄요.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20대의 저는 늘 쫓기듯이 살아갔던 것 같아요. 나이에 따라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요. 20세의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라... 그냥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라. 놀 궁리 말고 열심히 일해라.(웃음)


만희: (웃음) 사람은 잘 변하지 않잖아요. 지금 마크를 보면 20세의 마크도 무언가 열정적인 일들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바쁘게 지내셨을 것 같아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마크: 앞으로의 계획이요.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나이가 들다 보니까 새로운 일에 주저할 때도 많아요. 예전 같았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을 텐데 지금은 두세 번도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서 일을 시작해요. 체력이 젊었을 때랑 다르거든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찹니다. 지금 보면 50대는 참 청춘이었어요. 40대는 유년기죠, 유년기.(웃음) 하루라도 젊을 때 하나라도 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해요.


작년 말부터는 뜻이 맞는 분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하나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아까 얘기했던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주로 다룹니다. 나이 드는 건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솔직히 가끔은 아쉽기도 하고 무력해질 때도 있습니다. 어쩌겠어요.(웃음) 그냥 받아들이며 사는 거죠.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요. 세상 일어나는 일들에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됐어요. 멋지게 늙고 있다고는 못하겠지만, 재미있게는 살고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 얘기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행복하세요.  


"멋지게 늙고 있다고는 못하겠지만, 재미있게는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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