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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bedobedo Jun 17. 2018

자기계발서를 읽어야 할 1가지 이유

그리고 읽지 말아야 할 3가지 이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자기계발서는 2007년에 출간한 그 유명한 '시크릿'이었다. 그 당시 도대체 시크릿이라는 책의 시크릿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고, 그 내용에 크나큰 충격을 받고 그 뒤 다시는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뒤 지금, 다시 나를 함정에 빠트린 책이 있었으니, 바로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이다. 


국내에 발행된 책 중 자기계발서 종류가 아님에도 흥행을 위해 제목을 자기계발서로 둔갑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문에 번역서의 경우 원제목을 보는데,  'Tribe of Mentors'가 원제였고 유발 하라리, 크리슨 엔더슨, 그리고 심지어 비탈릭 부테린(!)의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말에 혹하여 구매를 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실수이다.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현재를 소중히 살아. 근데 인생에 정답은 없는 거 알지?'라고 할 수 있겠다. 끝. 


(사실 이 책의 가치는 인터뷰를 한 사람들 중 3명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책을 구매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이 책은 나중에 리뷰를..)


소중한 시간에 대한 약간의 분노와 금전적 손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본 블로그 글로 나의 실패를 기록하고자 한다. 



자기계발서를 읽지 말아야 할 이유 1 :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로 둔갑하는 마술


자, 만약 어떤 자기계발서에서 '꿈을 노트에 적은 사람은 그 꿈을 이룰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66%가 높았다'라는 근거로 책을 썼다고 하자. 사실 이 문장에서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면, 1차적으로는 이런 논리가 유행하게 만든 독자의 문제이다. 


분명 꿈을 적는 행위와 이루는 결과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꿈을 이룬 것은 '꿈을 적었기 때문에(원인)' '꿈이 이루어진 것(결과)'이 아닐 확률이 상식적으로 매우매우매우 높다. 꿈을 적는 행위를 할 만큼 집착하는 성격, 혹은 주도면밀한 습관, 환경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을 것이고 '꿈을 적는 행위' 자체는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원인이 만든 결과에 가깝다.


다른 예로 '채식을 하면 부자가 된다'라고 해보자. 그 근거로 부자들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훨씬 많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시지만 실제로도 그러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채식을 한다고(원인)' '부자가 된다(결과)'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부자라면 분명 건강에 관심이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는 비중이 높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둔갑시키는 프레임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불황이면 스커트의 길이가 짧아진다' 든 지 '소주를 마시면 감기가 낫는다' 등. 이런 미신은 쉽기 때문에 미신이 된다.




자기계발서를 읽지 말아야 할 이유 2 : 성공요인의 단순화


평생 잊을 수 없는 신문기사가 하나 있다. 모토로라의 레이저 폰이 대유형이던 시절이니 아마 200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조선일보의 기사였고 대충 이런 내용이다.


"모토로라는 레이저 폰이라는 단일 상품에 집중하여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였으며 한 제품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원가, 마케팅, 유통, A/S까지 모든 면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어떠한가. 삼성은 해마다 최소 50개 이상의 제품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인도, 베트남, 중국, 한국, 일본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삼성은 다양한 제품이 아닌 하나의 제품에 집중하는 'One Platform' 전략에 집중할 때다. - 2003년 경 조선비즈의 기사"


사실 당시 나는 이 기사가 꽤 충격적이었다. 너무 맞는 말이었다 생각했고 이대로 가다간 삼성이 모토로라에 밀려나겠다는 생각에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여 아직도 이 기사를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 기사의 결과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 나는 어떤 결과를 빵처럼 하나의 단면으로만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자기계발서는 어떤 사람의 한 평생에 걸친 자서전도, 같은 맥락에 있는 성공과 실패를 대조한 분석도 아닌 하나의 주문에 가깝다. 단순화된 성공요인은 대중이 이해하기도 쉽고, 기억하기 쉬우며, 무엇보다 자신감을 준다.


이 논리라면 기업의 성공요인은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라 대답하면 되고,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면 된다고 답하면 된다. 열정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남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은 산수처럼 단순하지 않다.




자기계발서를 읽지 말아야 할 이유 3 : 누가 증명할 수 있는가


이번엔 귀납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누군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하였다면 적어도 자기계발서가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한 사람은 자기계발서를 쓴 사람뿐이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빌 게이츠, 스티븐 호킹, 유발 하라리, 일론 머스크, 유재석, 김연아 등 자기계발서의 인터뷰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사람들이 인터뷰에서 혹시라도 자기계발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면 꼭 알려주길 바란다.




자기계발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 1 : (비슷한 맥락에서의) 위안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모든 자기계발서를 읽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기계발서가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바로 자신이 처한 위기와 굉장히 유사한 위기를 극복한 누군가의 사례는 진심으로 위안이 된다.


하는 일마다 매번 실패하고 도저히 힘이 나지 않을 때, 깊은 실연의 늪에 빠져 도저히 빛이 보이지 않을 때, 우울증에 걸려 세상이 자신을 등지고 있을 때 - 같은 위기를 극복한 사람의 수기와 계발서는 분명한 위로를 준다.


나 역시 삶의 무의미성으로 우울할 때는 니체를 읽고, 큰 실패를 겪을 때는 영화 그을린 사랑을 보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함민복의 시집을 읽는다. 이 모든 것이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직접적인 위안과 위로를 준다는 점에서는 자기계발서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만약 자신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는 분명 읽는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물론 나는 여행과 영화를 더욱 추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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