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bedobedo Dec 31. 2018

인생의 마지막, 미리보기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떤 문제의 답을 구할 때는 2가지 방식이 있다. 문제부터 출발하여 답을 구하는 방식과, 예상되는 답을 미리 넣어보고 반대로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후자의 접근은 가설기반의 검증이라하여 컨설팅 분야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기법이기도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 수학문제 풀기가 귀찮아 보기에 있는 답을 문제에 하나씩 넣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접근이라 할 수 있겠다.


인생이라는 '문제'의 필연적인 답이 '죽음'이라고 한다면, 반대로 죽음이라는 답에서부터 인생을 접근해 보면 어떨까. 굳이 스티브 잡스나 노트 한 구석에 적혀 있는 Memento Mori 같은 멋진 말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죽음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지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읽은 책이 바로 아툴 가완디의 'Being Mortal(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3류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의 책이지만 아툴 가완디로 말할 것 같으면 아마존·JP모건·버크셔 합작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CEO로 최근 임명된 천재 의사라 할 수 있다. 


책 자체는 의사인 저자가 아버지와 주변 환자들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 준비하는 순간 등을 엮은 내용이다. 어찌보면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특히 나에게는 죽음을 앞둔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미리 알려주는 충격적인 책이었다. (마치 인생의 마지막을 컨닝한 것 같은 책)


자, 그럼 인생의 마지막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 지 살펴보자.





성취지향에서 관계지향으로


많은 회사의 채용기준은 언제가 '성취지향적인 사람'이다. 성취를 지향한다면 외부의 Motivation 없이도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경향이 있고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는 관계지향적인 가치관을 성취지향적인 가치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죽음에 앞두면 인간 욕구의 위계는 변화한다. 이제는 진부해진 매슬로우에 따르면 가장 마지막에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존재(Self-actualization)하는데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젊은 시절은 매슬로우의 욕구에 따라 행동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욕구의 우선순위는 성취가 아닌 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즉 미래가 아닌 현재에, 넓은 세상이 아닌 내 주변의 세상에, 불특성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사람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살펴보면 욕구의 변화는 단순히 나이가 아닌 '관점'이 변화될 때 발생하며, 관점의 변화는 '생명의 덧없음을 두드러지게 느낄 때' 나타난다. 나이가 들어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교통사고나 큰 질병에 걸려 위기를 넘길 때에도 이와 같은 욕구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성취지향적인 사람이라도,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는 결국 관계지향적인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다.





독립성은 사라진다.


우리는 평생을 독립적으로 살고자 돈을 벌고 일을 하며 자기계발을 한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멋진 삶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의사이건, 판사이건, 선생이건, 회장이건 관계 없이 우리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 수 없게 된다.


의지대로 살 수 없다는 의미는 대소변을 혼자 할 수 없고, 식사를 혼자 할 수 없고, 혼자 걷기도 어려우며, 혼자서 살 수 없다는 직접적인 의미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저자처럼 의사였지만, 천천히 찾아온 죽음 앞에서는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리 힘겹게 독립적인 삶의 영위하더라도 마지막에 이루어서는 모두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삶은 '(최고의 순간 + 마지막 순간) / 2' 로 느끼게 된다.


당신의 마지막 여행을 생각해 보자. 그 여행의 만족도는 '(최고의 순간 + 마지막 순간) / 2'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행동경제학(Prospect Theory)의 '정점과 종점 규칙(Peak-End Rule)' 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느끼는 삶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인생의 매순간은 지루함의 연속이다.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일을 하고 그러한 순간들이 99%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들의 평균이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최고의 순간들을 생각할 것이고,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 자신의 모습을 함께 생각하며 인생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만큼이나 삶의 마지막 순간의 상황 역시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지금까지 적은 것과 같이 죽음을 앞둔 삶은 우리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평생 믿어왔던 가치관이 부정당할 수도 있으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관계가 재조명 될 수도 있고, 마지막 순간을 미리 대비하지 못했음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적어도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준비의 방법으로 올바른 형태의 어시스턴트 리빙을 중심으로 생명이 있는 것들(동물, 사람, 식물, 어린이 등)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Solution이 아니다. 우리가 평생 살아온 방식과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며 마지막 순간이 되어 인생 전체에 걸친 노력이 부정당할 때에도 즐겁고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계발서를 읽어야 할 1가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