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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Feb 18. 2020

다시 묻는다, '이게 나라냐'

민주당의 '칼럼 고발' 사태에 대해

  여러분이 북한을 옹호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어요.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일관적이면 됩니다.


  대학생시절, 과제에 대해 설명하시던 교수님의 이 발언이 참 신선해서 –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명확한 답이 정해져있는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에만 익숙해있던 터라 인상적으로 다가왔나 보다. 사실, 맞는 말이다. 


  북한을 옹호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다. 다만, 옹호든 비판이든 그 결론에 이르는 논거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면 된다. 김어준도 “편파방송을 하겠다. 그러나 그 과정은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겠다”하지 않았던가. 그가 오늘날 그 과정을 정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하고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편파'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옹호 혹은 비판하는 것은 결국은 ‘편파’다. 하지만 그 ‘편파’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일관적이냐가 중요하다. 그 과정이 부실하다면, 또 다른 합리적인 논거를 대며 그것을 ‘논파’하면 된다. 이것이 이성을 가진 민주시민의 기본소양이라고 생각한다.


1월 29일 경향신문에 게재된 칼럼 <민주당만 빼고>. 출처 : 경향신문


  별안간, 어느 정치학자의 글 하나로 우리사회가 시끌벅적하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글인데, 제목을 보면 알다시피, ‘민주당 비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글이다(해당 글 원문). 그런데, 그 결론에 이르게 된 맥락과 내용에 대한 논란은 없고, 오직 그가 ‘민주당 비판’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에 광분하며 그를 공격하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민주당만 빼고’라는 구호를 왜 외쳤는지는 알고 공격하는 것일까.


왜 민주당을 빼자고 했는가


  그는 해당 글에서,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다”며 분노했고,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라며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고 주장했다. 그것이 그를 ‘민주당만 빼고’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 논리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대통령은 퇴임한 장관보다 국민에게 더 큰 마음의 빚을 지고 있으며, 재벌개혁은 물 건너간 것이 아니고, 노동여건이 더 개선되었음"을 논증하면 된다. 그가 말한 논거가 사실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소양이 없는 것일까. 


  ‘민주당만 빼고’라는 결론에 이른 ‘과정’에 대한 이성적 성찰이 없다보니 결국 다다른 것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에 대한 공격'이다. ‘너 안빠지?’, ‘너 한나라당에 있었지?’. 


  아니,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나라당 새누리당에 몸을 담았던 이가 수두룩한데, 느닷없이 무슨 전력타령인가.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행정안전부 장관 진영의 프로필. 새누리당-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여러번 출마 및 당선되었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라'


  그리고,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죽이는 방식. 이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그동안 숱하게 보아오지 않았던가. ‘너 빨갱이지?’, ‘너 사회주의자지?’. 


  ‘보수’정권 시절, 정부 비판의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 자체를 매도하며 매장시킨 너절한 방식을, 촛불 이후에도 보고 있다. 싸우면서 닮아간 것일까. (‘조국 대전’ 초기,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향한 자유한국당의 공격은 그가 ‘사노맹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조국 대전' 초기, 자유한국당은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전력'을 들춰내 공격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입장이 (그가)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이었다는 것 아닌가(관련기사). 한숨이 나온다.


(더군다나, 이런 입장을 밝힌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조차 무려 '한나라당' 소속 전력이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웃지 못할 포인트다. 관련기사


  ‘너 빨갱이지’라는 무시무시하고 비열한 그 손가락질은, 단어만 바뀌어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외려 보수언론이 “대한민국 헌법 21조 언론 출판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무기로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심지어 그럴 자격이 전혀 없는 자유한국당조차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여당을 압박하는 진풍경을 보고 있다(관련기사).


다시, '그대로' 


  진중권은 “정권은 바뀌어도 권력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슬픈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촛불 이후에도, 권력은 그대로다. 그리하여, 촛불 이전의 그 외침을 다시 ‘그대로’ 반복해야 할 것 같다. ‘이게 나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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