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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Mar 30. 2020

열린민주당 유감, 주진형씨 유감

정부를 비판할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과거, 일부 정치인들의 '박근혜 마케팅'은 볼썽사나웠다. 


김무성, 정몽준, 남경필. 아우 정말.


'친박연대'라는 정당은 그 이름자체로 참 천박했고(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안철수신당’은 또 다른 의미로 매우 거북했다),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국민을 섬겨야 할 후보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그녀를 '결사옹위'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이러한 구시대적인 모습을, ‘촛불 이후’에는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착각이었나 보다. ‘열린민주당’ 얘기다.


문재인 마케팅(?)


“문재인 호위무사로 보내주시라”(조대진), “대통령을 지키겠다”(최강욱),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김의겸).


박근혜 정부시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문재인 정부시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핏대를 세우니, 국민들 차례는 언제 오는지 궁금하다. 혹시나 해서 열린민주당 창당선언문을 찾아봤다. 아니나 다를까.(창당선언문)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고 그 성공의 길에 온 몸을 던지겠습니다. 


  ‘친문 선명성’을 내세우는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나, 과거 ‘박근혜를 지키겠다’던 반대쪽 동네의 구호가 자꾸 생각난다. 지키겠다는 대상만 다를 뿐, 논리와 서사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렇게 ‘선명한’ 정당에, 이질적인 인물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주진형씨다. 


열린민주당 후보리스트 일부. 주진형씨는 6번이다.


  평소의 발언이나 글을 보아도 그는 결이 맞지 않은 정당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들어보자.


주진형의 정부 비판 1 - 경제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이나 후나 경제정책에 관해 자신의 목소리로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하고 설득한 적이 없다. 대선토론을 할 때 유승민 후보가 일자리 정책에 대해 물어보자 그것은 정책본부장과 토론을 해보라고 대답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방 한가운데에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 있는 코끼리는 못 본 척하고 방구석 쥐만 잡으려는 형국이다.”(2018.05, 관련기사)


"내 생각엔 정부가 쉽고 생색 나는 일부터 하고,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국민에게 인내를 부탁해야 하는 일은 피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늪에 빠졌다.(2018.09, 관련기사)"


"요즘 정부 경제정책 운영을 보고 있으면 혼란스럽다. .... 경제지표가 모두 하락세인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데 정부는 별문제가 아니란다. 정책 기조와 주요 전략이 따로 놀고, 전략과 전술이 따로 논다.(2018.11, 관련기사)"


  같은 당의 김의겸 후보가 들으면 깜짝 놀랄 내용이다. 이 글들이야 말로, 김의겸 후보가 청와대 대변인 시절, “매일 아침 9시에 대통령에게 언론 브리핑을 해드렸다”면서, “제가 쓴 기사가 아닌데도 민망하고 죄송스러웠다”고 밝힌, 소위 “대통령을 물어뜯는” 기사가 아닌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SNS 화면.


  그리하여 그가 “언론과 척지는”, “쉽지 않은” 결단으로 정치권에 뛰어들게 한, 그런 기사가 아닌가. 김의겸 후보의 출마를 주진형씨가 결과적으로 도운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성공시키겠다는 의미가 쓴 소리와 비판을 통해 성공시키겠다는 의미였던가. 


  아니, 주진형씨가 이제는 정부 경제정책의 ‘비판자’에서 ‘옹호자’로 회개하기로 결심했고, 저 글들은 ‘회개 이전의 글’이니 상관없는 것인가. 촌로의 생각에는, ‘창당 선언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인물을 영입한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주진형의 정부 비판 2 - 인사검증 시스템


  인재 영입 이야기가 나왔으니,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그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조국 사태’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의혹을 청와대는 충분히 조사했는가? 그게 국민 몫인가? 뒤늦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치자. 후진 인사검증 시스템 말이다. 시스템 개선, 우리가 그걸 좀 못한다. 그거 잘하는 게 선진국이다.(2019.09, 관련기사)”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후진 인사검증 시스템’을 고치잔다. 그런데 이거, 열린민주당도 새겨들어야 할 비판인 것 같다. ‘창당 선언 취지’와 전혀 다른 인물을 영입했으니. 


  그리고 지금, 열린민주당에는 2018년 ‘미투 폭로’ 당시 국민 앞에서 여러 번 말을 뒤집은 사람,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음주 운전’(!) 전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주진형씨는 이에 대해 일관성 있는 논리로 당을 비판할 수 있는가. “후진 인사검증 시스템”을 고쳐야한다고. 


국민에게 필요한 국회의원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지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은 어떠한가. 잘 가고 있는가. 위기인데 아닌 척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그 방향을 바로 잡을 용기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치인이 될 사람으로서 반드시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항상 옳게만 행동할 수는 없을 터, 그럴 때에 정부와 싸울 용기가 없다면, 그런 정치인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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